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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李정부 첫 조 단위 국내 투자…다른 그룹도 보따리 풀까 [투자 물꼬 튼 재계]

헤럴드경제 김현일,양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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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李정부 첫 조 단위 국내 투자…다른 그룹도 보따리 풀까 [투자 물꼬 튼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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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D, 파주 등 국내 OLED 1.2조원 투자
中 LCD 공장 매각 후 투자 재개 신호탄
정부, 최대 400억 보조금…국내복귀 유도
삼성·SK 등 AI 중심 신규 투자 기대감↑
LG그룹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내 조 단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재명(왼쪽)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LG그룹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내 조 단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재명(왼쪽)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LG그룹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내 조 단위 투자의 물꼬를 트면서 향후 주요 대기업이 내놓을 국내 투자계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행정부의 전방위 관세 인상과 중동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화두에 오른 가운데 우리 정부는 지금이 해외로 나갔던 국내 기업들의 ‘유턴’을 이끌어 낼 적기로 보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국내 투자 촉진과 내수경기 활성화 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재계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국내 투자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D, 광저우 공장 매각자금으로 국내 투자=18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17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강화를 위해 경기도 파주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1조26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계획을 내놨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를 통해 차세대 프리미엄 OLED 기술이 적용된 패널과 모듈 인프라 구축 등 설비 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투자 기간은 이달 17일부터 2027년 6월 30일까지 약 2년이다.

중국과 베트남에도 사업장을 두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이번에 주력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파주로 눈을 돌려 대규모 투자를 결단했다.


이번 결정은 2조2466억원 규모의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을 완료한 후 국내에서 처음 집행하는 투자란 점에서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수년간 불황에 시달리며 침체됐던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오랜만에 나온 대형 설비투자여서 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의 파주 사업장은 2006년 LCD TV 패널을 생산을 시작하며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전성기를 열었던 곳이다. LCD 호황기에 부품, 장비 등 중소 협력업체들이 집결하면서 경기도 북부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최대 산업단지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LCD 시장을 집어삼키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타격을 받았고, 이는 파주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LG디스플레이는 설비투자를 줄이며 허리띠를 조여왔다. 2022년 약 5조2000억원에 달했던 투자 규모는 2023년 3조6000억, 지난해 2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광저우 LCD 공장 매각대금 유입으로 숨통이 튼 LG디스플레이는 우리나라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OLED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규 투자를 재개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약 112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세계 LCD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약 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OLED 시장은 연평균 5% 성장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약 76조원에서 2028년 약 10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중국이 최근 OLED 시장에서도 추격의 속도를 올리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집중 투자해 중국과의 격차를 벌린다는 전략이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경기도 지역경제도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규모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와의 연계 효과로 간접적인 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이를 통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삼성 등 다른 그룹들 투자 발표도 초읽기?=LG디스플레이를 신호탄으로 국내 유턴 기업들의 신규 투자 발표가 이어질 지도 관심이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로 복귀하는 유턴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고시를 개정했다.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전략 기술 분야 기업이 수도권으로 복귀 시 최대 200억원, 비수도권 복귀 시 최대 400억원의 국비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새 정부가 핵심 공약으로 ‘AI 3대 강국’을 내세운 만큼 각 기업들이 내놓을 구체적인 AI 사업 전략과 투자 계획이 최대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17~19일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 중이다. 이 자리에서 하반기 사업 전략과 투자 계획을 수립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3일 이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삼성은 AI와 반도체, 바이오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며 “전통 산업에도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고임금 일자리를 더욱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SK그룹 역시 세계 1위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 부지에 국내 최대인 100㎿(메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세웠다.

SK하이닉스의 경우 경기도 용인 원삼면 일대 415만㎡ 규모 부지에 조성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차세대 AI 반도체를 생산할 최첨단 공장 4개를 짓고, 국내외 50여개 소부장 기업들과 함께 반도체 협력단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2월 착공한 첫 번째 공장은 2027년 5월 준공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앞서 3월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와 별개로 올해 국내에서 연구개발(R&D) 부문과 경상투자, 전략투자 등에 총 24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9% 이상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를 통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생산을 위한 국내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와의 시너지도 강화할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역시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 공장 착공식에서 “해외 투자로 인해 국내 투자가 소외되거나 위축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내가 해야 할 부분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더 할 생각”이라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김현일·양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