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정례회동 제안 등 '소통' 의지
법사위원장·개혁·민생입법·추경 입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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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잇따라 접견하며 스킨십 보폭을 넓혔다. 김 원내대표(왼쪽)가 이날 국회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해 자리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를 잇달아 접견하며 스킨십 보폭을 넓혔다. 여야 원내대표 간 정례회동을 제안하며 '협치의 손'을 내밀었지만, 법제사법위원장 배분 문제와 민생 입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는 여전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를 차례로 접견했다.
강 비서실장과 우 수석은 이 자리에서 당정 일체와 함께 야당과의 협치를 주문했다. 강 비서실장은 "여당과 정부는 혼연일체 돼야 한다"며 "김 원내대표가 워낙 대화와 협상을 이끄는 안정감과 뚝심을 가진 능력 있는 분인 만큼 야당과도 잘 소통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으로서 성과로 말하고 실천으로 증명하겠다"고 화답했다.
우 수석은 청색과 적색이 교차된 '넥타이'를 들어 보이며 소통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여당 원내대표단인 박상혁·김현정 의원도 저랑 비슷하게 입고 온 만큼 대화 의지가 넥타이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도 정치 회복을 위해 여야 신임 원내대표를 오찬에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민주당 원내지도부에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신속 처리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우 수석이 '추경을 최대한 서둘러 달라'고 했다"며 "오는 19일 국무회의 의결 후 추경안이 국회로 이송되는 만큼 빠르게 처리될 수 있게 협조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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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은 17일 국회에서 김 원내대표를 만나 당정 일체와 함께 야당과의 협치를 주문했다. /남윤호 기자 |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을 가장 먼저 찾아 '협치의 손'을 내밀었다. 그는 "지금 민생이 무너지고 국민의 삶이 벼랑 끝에 서 있어 국회가 민생 회복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며 "국민의힘과 협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 앞에서는 '원내대표 회동 정례화'를 꺼냈다. 그는 접견 후 기자들과 만나 "주 1회로 시작해 송 원내대표와 자주 만나면서 소통하기로 했다"며 "원내수석들끼리도 더 자주 만나서 각종 현안을 조율하기로 협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정치 복원'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민주당이 추진하는 주요 법안들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이른바 '재판 중지법'과 대법관 증원법을 두고는 날 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형사소송법과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방탄 입법"이라며 "국민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면 입법이 아니라 입법의 이름을 빌린 권력 장악"이라고 비판했다.
상법 개정안에는 '신중론'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 투명성을 강조하는 제도 개선에는 우리 당도 이견이 없다"면서도 "기업 경영 자율성을 해치고 외국 투기자본의 기회를 넓히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추경을 놓고도 "국가 재정이 권력의 지갑이 돼선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예산이면 기꺼이 협력하겠지만 그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며 "정치적 목적의 추경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혈세는 꼭 필요한 곳에 가장 효과적으로 쓰여야 한다"며 "재원 조달 방식을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집행도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 말씀에 '언중유골'이 있다"며 "진지하게 토론하고 협의하라고 정치가 있는 것 아니겠나. 깊이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송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재차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여야 간 상호 견제를 위해 그간 야당이 관례적으로 맡아온 법사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이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 원내대표는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가지고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입법권 내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며 "(민주당은) 이미 대통령을 배출해 입법권 뿐 아니라 거부권도 가진 만큼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 원내대표가 협치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심사숙고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구체적 답변은 피한 채 "저 또한 경청하고 소통하겠다"며 "정치는 늦으면 무책임이라는 비난을 받는 만큼 야당과 협치해 성과를 만드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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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형사소송법과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방탄 입법"이라며 "국민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면 입법이 아니라 입법의 이름을 빌린 권력 장악"이라고 비판했다. 상법 개정안에는 신중론을 보였다./배정한 기자 |
민주당은 정권 초반 야당과의 협치를 고려해 형소법·법원조직법·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은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개혁 입법의 경우 지금 당장 시급한 추경이나 민생 입법에 비해서는 급하게 처리하기보단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며 "우선순위는 다를 수 있지만, 개혁입법을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상법 개정안을 비롯한 민생 입법과 추경 처리에는 양보보다는 속도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특히 상법 개정안은 아직 법사위 논의가 남아 있지만 처리는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당내는 물론 야당과도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법 개정안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국민의힘 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대통령 취임 초반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입법 속도를 늦출 명분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에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는 만큼 민주당도 이 흐름을 살리고 싶어 할 것"이라며 "이미 더 구체화된 법안이 재발의된 상황에서 이를 되돌리거나 야당을 고려해 양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추경을 놓고도 "민생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야당으로서도 크게 반대하기 어려운데다 민생회복지원금과 지역화폐 등 추경에 담길 주요 사업들이 이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만큼 세부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민주당이 속도를 늦추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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