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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키미히로 미네 피노젝트 대표 “일본 시장 비록 느리지만 스타트업에 확실한 기회 있죠”

테크42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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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키미히로 미네 피노젝트 대표 “일본 시장 비록 느리지만 스타트업에 확실한 기회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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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디엘지 주최 ‘스타트업 일본 진출 로드맵’ 세미나… 실무 중심의 인사이트 ‘집중’
일본 핀테크 시장의 역사와 구조, 규제의 벽과 협업 생태계…한국 스타트업의 진출 가능성은?
일본 핀테크 전문 컨설팅 기업 피노젝트 키미히로 미네 대표 발표, 구체적 전략과 정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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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타트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이슈 중 하나는 단연 ‘해외 진출’이다. 그 중에서도 ‘가깝고도 먼 나라’로 일컬어지는 일본은 한국과 사회·문화적 유사성을 가진 나라라는 점에서, 한국 스타트업에게 여간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더구나 일본은 인구 1억이 넘는 소비시장을 보유했다는 점 외에도 이미 오래전 선진국에 진입하며 최적화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일본에서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창업 생태계 육성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22년부터 일본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은 오는 2027년까지 자국 스타트업 10만개, 유니콘 10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이 더욱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러한 일본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에 해외 스타트업의 자국 유치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핀테크·웹3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제시하는 세미나가 열려 관심을 집중시켰다. 바로 지난달 말 법무법인 디엘지가 주최하고 크레더와 스콘에이아이가 각각 공동 주최 및 후원한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로드맵’ 세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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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세미나의 연사로는 일본 핀테크 전문 컨설팅 기업 피노젝트(finoject)의 키미히로 미네 대표가 나섰다. 미네 대표는 핀테크·웹3 분야에서 10년 이상 한일 기업 간 협업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이날 미네 대표는 ‘일본 핀테크·웹3 시장의 특징과 현황’을 비롯해 ‘해외 기업이 직면할 규제 환경’과 ‘실제 진출 시 고려해야 할 전략과 모델’까지 일본 시장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정보를 제시했다.


또한 미네 대표는 일본 시장을 “독특한 도전과 안정적인 성장이 공존하는 시장”으로 규정하며 “준비된 한국 스타트업에게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미네 대표는 “단순한 시장 진입이 아닌, 규제 준수와 현지화 전략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실질적인 타임라인과 단계별 로드맵을 소개했다.

일본 핀테크 시장, 진화의 3단계와 현재 위치

미네 대표는 “한국의 신진 스타트업들이 꼭 일본 시장을 노려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오늘의 메시지”라며 운을 뗐다.

“일본의 핀테크 시장은 느리지만 꾸준한 진화를 거쳐 왔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가까운 이웃 나라고요. 말만 다를 뿐 생김새도 똑같고 밥도 먹고 젓가락도 쓰니까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문화적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제 아내와 딸도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죠(웃음). 저 역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고요.”


그러면서 미네 대표는 “한일간의 협력을 통해 동아시아 금융 허브를 형성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의 상황에서 중국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파트너십을 통해 서로의 국력을 지키고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미네 대표는 일본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3단계로 구분하며 각 시기의 주요 특징과 현재 상황을 상세히 짚었다.

그에 따르면 2010년 이전 일본은 ‘전통 금융’ 시기로, 은행 중심의 위계적이고 보수적인 금융 시스템이 주류를 이뤘다. 인터넷 뱅킹은 존재했지만 이용률은 낮았고, 현금 중심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후 2010~2015년은 ‘핀테크 1.0’의 시기로 정의된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모바일 뱅킹이 도입되며 소비자 행태 변화가 시작됐다. 이 시기 일본은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거래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암호자산 거래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는 ‘핀테크 2.0’ 단계로, 본격적인 제도 정비가 이루어진 시기다. 은행법 개정을 통해 오픈 API가 의무화되었고,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암호자산의 법적 정의가 명확해 졌다. 특히 QR코드 결제를 둘러싼 페이먼트 경쟁과 정부 주도의 캐시리스 리베이트 정책 등은 비현금 결제 확산의 계기를 마련했다. 미네 대표는 이러한 토대가 2016년 만들어졌다며 세 가지 이슈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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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일본핀테크협회 설립을 꼽을 수 있습니다. 페이먼트와 보험 등 여러 부문에서 핀테크의 발전과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단체가 설립된 거죠. 두 번째는 일본 정부의 금융 기관 내에 핀테크 지원 데스크가 개설된 것입니다. 이를 통해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조정할 수 있게 됐죠. 세 번째로는 일본 암호자산 비즈니스 협회(JCBA)의 설립입니다. 금융 기관을 중심으로 해 금유 시스템과 규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죠.”

이어 미네 대표는 2019년을 일본 핀테크 도입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대형 편의점들을 중심으로 라인페이 등 QR 결제 도입이 이뤄졌고 보조금과 같은 개념의 정부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이른바 캐시리스(Cashless, 현금없는) 시스템이 적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맞물리며 지속됐다.

미네 대표는 “이때 인프라 기반 기술과 규제가 거의 만들어졌다”며 “이때부터 현재까지가 ‘핀테크 3.0’ 단계로,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금융이 빠르게 확산된 시기”라고 말을 이어갔다.

“시기적으로 이때가 5년 마다 갱신되는 기업들의 시스템 교체 시기와 맞물려 현금 없는 결제가 정착되기 시작했죠.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결제가 보급됐고, 특히 젊은 층을 준심으로 압도적인 보급이 진행됐어요. 물론 일본은 조금 부끄럽게도 아직 종이 중심의 문화가 지배적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지금은 관공서를 시작으로 팩스 문화가 없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끈 것은 일본 정부가 2021년 출범시킨 디지털청이다. 이러한 행정 디지털화(DX)와 함께 지난해에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며 경제 시스템에도 중요한 변화가 이어졌다.

현재 일본 핀테크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92억 달러 규모로, 2033년까지 연평균 15.2% 성장해 약 30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여전히 현금 사용률이 57.2%에 달하며, 고령층 비중도 29.1%로 높아 디지털 전환에는 제한 요소가 존재한다.

이에 대해 미네 대표는 “일본은 한국과 달리 변화가 느리지만, 정부 주도 하에 멋지게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준비된 외국 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규제와 협업의 이중 구조…일본 시장의 장벽과 기회

일본 핀테크 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보수적인 규제 구조와 동시에 점진적인 협업 생태계가 병존한다는 점이다. 미네 대표는 일본 시장 진입을 고민하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제도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일본의 금융 규제 구조와 실제 운영 메커니즘을 심도 깊게 설명했다.

일본의 금융 규제는 업종별 분리와 포괄적 감독이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 은행법, 자금결제법, 금융상품거래법 등 산업별로 각각의 법률이 존재하며, 이들을 총괄 감독하는 기관으로는 금융청(FSA)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은 일찍이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세계 최초로 암호자산을 법률로 정의했고, 이를 바탕으로 업계 자율규제기구인 JVCEA(일본암호자산비즈니스협회)를 중심으로 거래소 등록제, 재무요건, 보안 요구사항 등을 제도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는 스타트업에게는 높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미네 대표는 “일본은 ‘비례원칙’을 기반으로 리스크에 따른 규제 강도를 조절하지만, 스타트업에게도 적지 않은 규정 이행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금융기관은 시스템 연동에 앞서 장기적인 신뢰와 실적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규제라는 틀 속에서도 협업 기반의 오픈 이노베이션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일본 주요 은행들은 내부 혁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타트업과의 제휴 및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외부 기술을 유입하는 ‘PoC(기술증명) 중심 모델’을 가속화하고 있다. 수직 특화형 스타트업들이 API 연동을 통해 ekyc(전자신원확인), AML/CFT(자금세탁 방지 등) 솔루션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되어 있다.

미네 대표는 “오히려 일본의 이런 ‘안정성 중심 구조’는 기술력과 신뢰성을 갖춘 외국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스타트업이 강점을 보유한 영역에 집중해, 기존 금융기관과 협력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며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보안·UX·개발력…한국 스타트업이 일본 시장에서 통할 이유

일본 핀테크 시장의 문은 결코 쉽게 열리지 않는다. 보수적인 제도, 느린 시장 반응, 그리고 강한 내부 기준은 외국 기업에게 높은 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키미히로 미네 피노젝트 대표는 “바로 이 점이 한국 스타트업에게는 기회”라고 단언했다. 보안, 사용자 경험(UX), 민첩한 개발 역량 등에서 한국 기업이 가진 강점이 일본 시장의 요구와 절묘하게 맞물린다는 것이다.

첫째, 일본 금융시장은 무엇보다 ‘보안’을 중시한다. 일본 내 금융기관은 혁신보다는 안전성, 편의성보다는 신뢰성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일본 인터넷 증권사에서 발생한 명의 도용 사건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부각시켰다. 미네 대표는 “한국의 생체 인증, 부정 로그인 탐지 등 보안 기술은 일본 금융사들이 찾는 바로 그 솔루션”이라며, “단순히 기술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UX/UI 역량이다. 일본 시장은 ‘말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인터페이스를 선호한다. 이는 언어적 미묘함과 사용자 배려를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과 연결된다. 미네 대표는 “한국의 모바일 서비스는 일본보다 압도적으로 앞서 있으며, 특히 고령층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한국식 UX는 일본 시장에서 매우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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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개발 방식의 차이도 중요한 요소다. 일본 대기업은 여전히 워터폴 방식의 개발에 익숙해 빠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한국 스타트업은 민첩한 요구사항 반영과 초기 구현 능력에서 강점을 보인다.

미네 대표는 “스타트업뿐 아니라 일본의 대형 IT벤더와 금융기관도 한국 기업의 아웃소싱 개발 경험과 속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개발 품질과 일정 관리 능력은 중요한 협력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한국 기업이 보유한 ‘문화적 적응력’ 역시 중요한 강점으로 꼽힌다. 존댓말, 상하관계 등이다. 이를 테면 눈치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등 일본 기업 문화에 익숙한 한국 스타트업은 서구권 기업에 비해 훨씬 유리한 소통 환경을 갖췄다는 것이다.

발표 말미, 미네 대표는 “기술력만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신뢰와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한 전략적 진출이 성공의 열쇠”라며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시장은 보수적이지만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소비자 행동과 규제 환경도 있죠. 하지만 무엇보다 신뢰 구축이 최우선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잘 해야 하는 부분이죠. 또 중요한 것은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현지화)’ 입니다. 언어 뿐 아니라 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적응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시장 조사를 하고 파트너를 찾고 PoC 등 작은 단계부터 시작해 크게 키우는 것이 가장 실전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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