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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편지에 담긴 조선 시대상…'간찰, 붓길 따라 인연 따라'

연합뉴스 임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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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편지에 담긴 조선 시대상…'간찰, 붓길 따라 인연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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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찰, 붓길 따라 인연 따라' 표지[태학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간찰, 붓길 따라 인연 따라' 표지
[태학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굶어 죽은 시체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장차 살아남는 사람이 없게 생겼으니, 더 말씀드려 무엇 하겠습니까. 매일같이 밥상을 마주할 때마다 목에 바늘이 걸린 것만 같습니다."

이는 1671년 경신대기근으로 수많은 백성이 죽어나가자 함경도관찰사 남구만이 집안 어른에게 참담한 심정을 호소하면 쓴 간찰(簡札. 안부나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의 한 구절이다. 약 100만명이 병과 굶주림으로 죽은 경신대기근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다.

고문헌 연구가 석한남이 조선 성종 때 성리학자 정여창부터 고종 때 영의정 조두순에 이르기까지 조선 선비 142명의 명필 간찰과 시고(詩稿. 시를 적은 원고) 164편을 엮은 '간찰, 붓길 따라 인연 따라'(태학사)를 최근 출간했다.

책에 수록된 간찰과 시고는 국내 미술계에서 유명한 수집가인 이상준 더프리마 회장이 소장한 여섯권의 간찰첩에 실린 작품들이다. 이번 출간을 통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저자는 간찰과 시고를 필자의 생몰년 순으로 정리하고, 원문을 탈초(脫草. 초서로 된 글씨를 읽기 쉬운 필체로 바꿔 쓰는 것)한 뒤 정밀한 번역과 상세한 주석을 덧붙였다

저자는 간찰의 형식과 글씨체에서 조선 선비들의 인간적 면모가 드러난다고 강조한다. 웃어른에게는 단정한 행서로 정중히 썼지만, 친밀한 사이라면 이름을 생략하거나 아예 '흠'과 같은 의성어로 대신하기도 했다. 심각한 내용을 담은 간찰 말미에는 '병'(丙)이나 '정'(丁)을 적어 읽고 나면 불태우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저자는 간찰의 형식과 글씨체에서 조선 선비들의 인간적 면모가 드러난다고 강조한다. 웃어른에게는 단정한 행서(行書)로 정중히 썼지만, 친밀한 사이라면 이름을 생략하거나 아예 '흠'(欠)과 같은 의성어로 대신하기도 했다. 심각한 내용을 담은 간찰 끝에는 '병'(丙)이나 '정'(丁)을 적어 읽고 나면 불태우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저자는 또 간찰을 통해 당시 시대상과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굶주림에 허덕이던 백성의 참상을 전한 남구만의 편지와 19세에 요절한 외아들 김숭겸을 애도한 김창협의 비통한 서간 등을 통해 조선 선비의 정신세계와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512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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