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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5년 만의 여야 원내대표 오찬 제안... 野 "법사위도 예결위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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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5년 만의 여야 원내대표 오찬 제안... 野 "법사위도 예결위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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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비빔밥 오찬' 이어 원내대표에 제안
G7 성과 설명하고, 추경 등 논의할 듯
상임위원장 선출·본회의 일정 두고 신경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김병기(맨 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해 각각 포옹하고 있다. 뉴스1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김병기(맨 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해 각각 포옹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여야 신임 원내대표에게 오찬을 제안했다. 성사되면 2020년 5월 문재인 정부 이후 5년 만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 당일 야당 대표들을 초청해 마련한 비빔밥 오찬에 이어 국회 운영을 책임지는 원내대표를 만나 국정 운영에 협조를 구하려는 것이다. 다만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요구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尹 정부 때 없었던 '원내대표 오찬' 복원 시도


김병기 원내대표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과의 접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여야 정치 회복을 위해 원내대표들을 오찬에 초청했다”고 전했다.

시기는 미정이다. 이 대통령이 다음 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송언석 원내대표가 "강 비서실장이 (대통령 의중을) 전달했고, 기본적으로 저도 좋다고 했다"고 화답해 성사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대통령과 야당 원내대표가 식사 자리를 겸해 따로 만난 건 2020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국회 개원을 앞두고 코로나19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에는 해외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성과를 설명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 같은 자리가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이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제안했지만 “당대표가 먼저”라며 거절했다. 대신 예산안 시정연설을 계기로 국회를 찾아 원내대표, 상임위원장이 참석한 오찬 자리를 마련한 전례는 있다.

김병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를 예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병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를 예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野 "법사위에 예결위도 달라"… 與 "지금은 속도전"


이날 여야 원내대표의 첫 만남에서는 공석인 4개 상임위원장 선출, 본회의 개최를 두고 날 선 발언이 오갔다. 송 원내대표는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가지고, 원내 2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가지는 게 오랜 관행”이라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운영위원회는 여당이 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야당이 하는 게 오랜 정신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즉답 대신 “지금은 속도가 중요하다. 정치는 늦으면 ‘무책임’이라는 비난을 받는다”고 돌려 말했다. 추경을 위해서는 상임위원장 선출이 급하니 19일 바로 본회의를 열자는 의미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협상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며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 임기는 ‘3기’ 원내대표단이 협의해 결정하는 게 원칙”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추경이라면 분명하게 견제할 것”이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체계 개편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입법의 이름을 빌린 권력 장악”이라고 지적했다.

송언석(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송언석(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송언석 "총리, 국민 눈높이 못 미쳐"… 강훈식 "싸울 때 아냐"


대통령실 참모도 화해 무드에 가세했다. 강 비서실장, 우 정무수석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빨간색과 파란색이 교차하는 사선 무늬 넥타이를 매고 국회를 찾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을 강조하면서 협치를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대화에는 뼈가 있었다. 송 원내대표는 “새 정부 인사가 국무총리 내정부터 해서 많은 국민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며 김민석 총리 내정자 관련 의혹을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이 야당일 때, 당시 여당이었던 우리 당의 인사에 대해 비판했던 그 기준과 원칙을 수용한다는 생각으로 봐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강 비서실장은 “대한민국이 병상에 누워 있는데 수술이 먼저냐 링거가 먼저냐, 영양제냐 약이냐 이런 것을 가지고 싸울 때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곽주은 인턴 기자 jueun1229@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