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상카라, 펀쿨섹좌 그리고 이재명 [2030의 정치학]

한국일보
원문보기

상카라, 펀쿨섹좌 그리고 이재명 [2030의 정치학]

서울맑음 / -3.9 °

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2025년 5월 17일 토요일, 와가두구에서 열린 부르키나파소의 전설적인 지도자 토마 상카라의 영묘 개장식에 참석한 부르키나파소 시민들. AP=연합뉴스

2025년 5월 17일 토요일, 와가두구에서 열린 부르키나파소의 전설적인 지도자 토마 상카라의 영묘 개장식에 참석한 부르키나파소 시민들. AP=연합뉴스


서아프리카 내륙의 작은 나라 부르키나파소. 정치적 혼란과 기아가 끊이지 않는 최빈국 중 하나이지만, 이 나라에도 한때 희망이 있었다. 토마 상카라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83년부터 1987년까지다. 그는 조국이 온전히 자립하기 위해선 해외 원조에 의존하던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토지개혁을 단행해 농업 생산성 향상을 꾀했고 도로·저수지 등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했다. 학교를 늘려 문맹률을 낮췄다. 여성 할례를 금지하는 등 사회 개혁에도 앞장섰다. 그의 임기 4년 만에 부르키나파소는 식량 자족이 가능한 나라로 거듭났다.

하지만 30대 젊은 지도자의 개혁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범아프리카주의·반제국주의가 미국·프랑스 등 서방의 비위를 거슬렀기 때문이다. 인접 국가의 독재자들도 그의 개혁이 가져올 파장을 경계했다. 결국 상카라는 오랜 동료 콩파오레의 쿠데타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공공을 위한 개혁은 기득권 세력의 거센 반발을 동반한다. 민주주의 선진국도 다를 건 없다. 목숨이 아닌 정치적 입지를 위협한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펀쿨섹좌'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장관도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 듯하다. 고이즈미는 1년 새 쌀값이 두 배나 뛴 '레이와(令和) 쌀 소동'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비축미를 대대적으로 풀었다. 그러자 그간의 쌀값 폭등으로 이득을 보던 일본농협(JA)이 반발하고 나섰다. 덩달아 이들의 지원을 받는 '농림족' 정치인들도 고이즈미를 공격한다. 비축미 품질이나 수의계약 절차에 딴지 거는 식이다. JA 조합원은 약 1,000만 명, 농림족 의원 수도 70~90명 정도로 추정된다. 평소라면 어림없는 싸움이겠지만 다행히 현재 여론은 고이즈미에게 우세하다.

기득권 세력에 맞선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흑막 뒤에서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국가나 규모가 큰 직능단체만 기득권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아파트값 떨어진다며 자기 동네에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걸 반대하는 주민들, 비정규직 차별을 용인하는 정규직 노조 등도 저마다 기득권을 쥐고 있다. 이들 집단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충돌할 때, 많은 정치인이 전자의 편에 선다. 국민이라는 불특정 다수를 대변하는 데서 오는 이익은 적지만 조직된 소수의 이익에 맞서는 데서 오는 정치적 손해는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국에서 의사가 부족하다고 난리인데 의대 정원을 한 명도 늘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촌극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정부를 국민주권정부로 명명했다. 주권이 단지 원내대표 선거 같은 데서의 투표권만 의미하는 건 아닐 것이다. 국가가 기득권층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 국민의 권리를 지켜나갈 때 비로소 국민주권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거대 여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 힘을 엉뚱한 데가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민생 개혁을 추진하는 데 써주길 바란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