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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술은 매일 써야 진짜 기술"…'기획하는 엔지니어' 에이피알 신재우 실장

디지털데일리 최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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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술은 매일 써야 진짜 기술"…'기획하는 엔지니어' 에이피알 신재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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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우리 딸들은 기초 화장도 손으로 안한다. 화장품은 원래 손으로 바르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제 디바이스부터 챙기는 게 기본이다."

신재우 에이피알 연구개발(R&D)실 실장은 최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학생 쌍둥이 두 딸의 아침 스킨케어 루틴을 예로 들며 이렇게 말했다. 두 딸은 매일 아침 아버지가 개발을 총괄한 '에이지알(AGE-R)' 디바이스를 꺼내 하루를 시작한다.

신 실장은 연세대학교 의공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약 30년 간 의료기기와 홈 뷰티 디바이스 현장을 누빈 전문가로, 에이피알의 숨은 주역이다. 업계에서는 '기획자 같은 엔지니어'로 불린다. 기술 기반 위에서 소비자 경험을 기획하는 감각까지 갖췄다는 의미다.


그가 총괄한 메디큐브 AGE-R(이하 에이지알)은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운 브랜드다. 출시 3년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대를 돌파했고,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옥외광고와 LA 팝업스토어 흥행까지 이뤄냈다.

최근엔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옥외광고까지 선보였다. 최근엔 미국 뷰티 리테일 체인 '울타 뷰티(ULTA Beauty)' 전 지점 입점까지 이뤄내며 북미 1020세대 사이에서 '누구나 집에서 편하게 즐기는 스킨케어 디바이스'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신 실장은 "처음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피부과에서나 쓰던 고주파를 집에서 쓸 수 있을까 싶었다. 화장 전에 쓰기엔 번거로울 것이고, 화장 후엔 지워질까 걱정되더라. 결국 해답은 그 사이 애매한 틈새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펙 경쟁보다 '일상에서 손이 가는 기술'을 우선순위로 뒀다. 이런 방향성이 반영된 제품이 '울트라튠 40.68'이다. '젤 없이도 쓸 수 있는 고주파'가 핵심이다. 젤은 에너지를 온전히 전달하기 위한 콜라겐 케어 디바이스의 필수재지만, 사용에 있어서는 불편하다.

신 실장은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해 색다른 접근을 선보였다. 기존 병원용 고가 장비에만 쓰이던 40.68MHz 주파수를 가정용 디바이스에 구현하기 위해, 그는 해외 통신 부품 회사를 직접 찾아가 설득했고, 피부 전용 부품을 맞춤 설계해 기술력과 편의성을 동시에 잡았다.

신 실장은 "기술은 매일 쓸 수 있어야 진짜 기술이다. 고성능보다 중요한 건 일상에서 쓰이는 기술이다"고 강조했다. 그의 기술 철학은 제품 하나하나에 반영돼 있다.

에이지알은 최근 뷰티 디바이스가 우후죽순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판매량 경쟁보다 스킨케어 루틴 자체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 실장은 "기계를 파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장품을 손이 아닌 디바이스로 바르는 시대가 올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우리 딸들이 지금 그렇게 쓰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에이지알은 기획, R&D, 부품 설계, 생산, 품질관리, 고객 응대까지 모두 내재화한다. 신 실장은 "좋은 기술은 외부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걸 만들려면 직접 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바이스는 이제 플랫폼으로도 확장됐다. 에이지알 앱은 피부 진단, 루틴 설계, 포인트 적립, 유저 커뮤니티, 미니게임까지 담은 뷰티 생태계다. 그는 "출석 체크로 포인트 쌓이고, 앱테크를 통해 제품도 준다. 유치해 보여도 이런 디테일이 브랜드 충성도를 만들어주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앱을 통해 모은 사용자 리뷰와 피드백은 제품 개선에 직접 반영된다. 에이지알은 사용자와 함께 진화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신 실장은 “해외 디바이스의 경우, 너무 비싸거나 아니면 제품 신뢰도에서 고객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에이지알은 비싸지 않으면서 신뢰가 높은 대안이 되고 싶었다”라며 글로벌 시장에 대한 포부도 덧붙였다.


그는 K뷰티의 흐름을 '3단 진화'로 정의했다. 대기업 중심이던 1.0 시대, 브랜드 다양성이 폭발하던 2.0 시대를 지나, 이제는 디바이스와 화장품이 함께 가는 3.0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해석이다. 에이피알의 전략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신 실장은 "AI든 로봇이든 중요한 건 얼마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가다. 거창한 기술보다 매일 쓰게 만드는 게 더 강하다. 딸들이 그러더라. '손으로 바르기 귀찮고, 디바이스가 훨씬 편해'라고. 그 얘기 듣고 에이피알이 진짜 뭔가를 바꿨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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