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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위에 거뭇거뭇한 게 수달 똥”…서울시 공사에 수달은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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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위에 거뭇거뭇한 게 수달 똥”…서울시 공사에 수달은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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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찾은 서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 나뭇가지가 무더기로 쌓여 있다.(오른쪽) 사진 왼쪽은 나뭇가지가 홍수에도 떠내려가지 않도록 고정시켜놓은 비오톱.

지난 12일 찾은 서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 나뭇가지가 무더기로 쌓여 있다.(오른쪽) 사진 왼쪽은 나뭇가지가 홍수에도 떠내려가지 않도록 고정시켜놓은 비오톱.


“이제 곧 장마인데, 저 나뭇가지들, 그대로 두면 비에 다 떠내려가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을 찾은 강고운씨는 나뭇가지 더미를 바라보며 걱정했다. 공원 곳곳에는 지난겨울 눈폭탄으로 부러진 나뭇가지가 여전히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홍수에 쓸려가지 않으려면, 땅에 나무를 박아서 비오톱처럼 고정해야 해요. 그래야 새들의 먹이나 소형 생물의 서식지가 될 수 있어요.”



대형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환자를 돌봤던 강씨는 현재 샛강시민위원회(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서 생태와 공존하는 삶을 고민하고 있다. 샛강시민위원회는 이달 초 발족한 시민의 자발적 모임이다. 자연을 가꾸고, 즐기고, 배우고, 지킨다는 목표로, 한달도 안 돼 260명이 넘게 모였다. 수달 모니터링, 맨발 걷기, 생태 프로그램 운영 등 시민 주도의 생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공원 한쪽엔 벼도 심었다.



시민들이 수달 배설물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시민들이 수달 배설물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나무다리 밑돌에 수달 배설물이 보인다.

나무다리 밑돌에 수달 배설물이 보인다.


시민 모임은 서울시가 샛강생태공원 위탁운영 업체를 변경하면서 비롯됐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약 6년 동안 생태공원을 가꿔온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신 숲 해설 전문업체인 ㄱ사를 위탁운영 업체로 선정했다. 시민들은 ㄱ사의 전문성에 의문을 품었다. ㄱ사가 그동안 산림 위주의 활동을 해온 터라 한강 생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공원 생태가 망가질 것을 우려한 시민들이 위원회를 꾸려 생태 보호 활동에 나선 이유다.



이날 모임은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샛강지기 입문 산책’이었다. 조은미 공동위원장 설명을 들으며 예닐곱명이 샛강생태공원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이날 처음 행사에 참여한 유웅씨는 “샛강생태공원이 다양한 생물이 사는 곳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50여년째 여의도에 사는 김정순씨는 “아침에 맨발로 걸었는데 또 걷고 싶다”고 말했다.



김명숙씨는 공원 내 나무다리 아래 편평한 돌을 가리키며 “이곳은 수달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라고 했다. 돌 위에 거뭇거뭇한 배설물이 보였다. 석락희씨는 “수달은 어금니가 발달하지 않아 먹이가 배설물로 그대로 나온다”고 덧붙였다.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된 법적 보호종이다. 샛강생태공원에서 발견된 건 2021년이다. 김씨는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수달이 찍혔을 때 정말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수달이 자신의 터전을 위협받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수달이 자주 목격되던 목교 일부를 내구 연한이 다 됐다며 철거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달은 사람을 가장 무서워한다. 인기척이 많아지면 터를 옮긴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항의에 서울시는 남은 공사의 경우 수달 보호 조치를 마련하고 진행할 계획이다.



강 공동위원장은 “여긴 서울 한복판이지만, 뱀딸기 열매도 열리고 왜가리가 새끼를 키우고, 매미 유충이 땅에서 기어올라오는 생명이 살아 있는 곳”이라며 “이것이 우리들이 이곳을 지키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수달이 자주 출몰하는 곳의 목교 교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가 수달이 자주 출몰하는 곳의 목교 교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봄 시민들이 생태공원 한편에 모를 심었다.

올봄 시민들이 생태공원 한편에 모를 심었다.


글·사진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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