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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만 입력하면 사업성 검토 끝', 이덕행 랜드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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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만 입력하면 사업성 검토 끝', 이덕행 랜드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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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엑셀 작업이네..."

부동산 개발업계 실무자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일상이다. 수도권 내 20여 개 사업후보지를 검토하려면 한 곳당 1~2일씩, 전체 비교 분석에만 수주가 걸린다. 작은 오류 하나 때문에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 사이 좋은 투자 기회는 경쟁사에 넘어가기 일쑤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주소 하나만 입력하면 13페이지 분량의 전문 분석 보고서가 나오는 '랜드업(LandUp)'이 등장해서다. 지난해 7월 베타 서비스 출시 후 1년도 안 돼 누적 사용건 1.5만건을 돌파했다. 이는 5개년 평균 건축 인허가수 20만건/년 대비 8% 수준이다. 중개업·시행업계 실무자가 '다른 업체와의 경쟁력 확보 수단' 또는 ‘실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의도 서울핀테크랩에서 만난 이덕행(39) 랜드업 대표는 일성부터 단도직입적이었다.

"반복 업무에 지친 적 있으시죠? 부동산 개발 업계는 그런 업무가 일상입니다."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를 만나봤지만, 이덕행 대표만큼 자신의 도메인에 대해 명확한 문제의식을 가진 경우는 드물었다. 삼성물산 출신답게 현장 경험에서 우러나온 확신이 느껴졌다.




엑셀과 보고서에 매몰된 업계... '이게 2025년 맞나요?'

프롭테크 시장에서 흔히 보는 '부동산+IT' 조합과 랜드업은 결이 달랐다. 많은 프롭테크 스타트업이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B2C 서비스나 임대·관리 솔루션에 집중하는 반면, 랜드업은 부동산 개발의 최상류(upstream) 영역을 겨냥했다.

"삼성물산에서 입찰부터 수주, PM, 준공, 인허가까지 부동산 개발 전 과정을 경험했어요. 그런데 2020년대에도 여전히 엑셀과 이메일, PDF 보고서로 모든 게 돌아가더군요."

이덕행 대표의 얘기를 들어보니 업계의 현실이 참담했다. 수도권 내 20여 개 사업후보지를 검토할 때 한 사업지당 하루이틀씩 소요되고, 전체 비교 분석에만 수주가 걸린다는 것이다.


"작은 오류 하나 때문에 전체 작업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죠. 그 사이 좋은 투자 기회는 다른 업체에 넘어가고요."

프롭테크 업계를 오랜 기간 지켜본 눈에도 이는 명확한 페인 포인트였다. 특히 금리 상승으로 투자 결정이 더욱 신중해진 요즘, 빠르고 정확한 초기 검토의 중요성은 커졌다.



'클릭 한 번에 13페이지'... 기술이 아닌 워크플로우 혁신

랜드업의 솔루션은 기술적으로 복잡하지 않다. 단순하다. 주소를 입력하면 ▲사업개요 ▲사업지 분석 ▲시공 분석 ▲사업환경 분석 ▲적정 분양가 분석 등 5개 카테고리로 구성된 13~15페이지 보고서가 나온다.


"사용자는 수십 개 필지를 입력해 상위 3~4개를 추린 다음, 그걸로 팀 내 회의를 진행합니다. 1차 필터링용이죠."

랜드업의 가치가 보였다. 기술 자체보다는 워크플로우 혁신이었다. 기존에 분석가 한 명이 며칠에 걸쳐 작성하던 보고서를 몇 분 만에 뽑아내는 것. 이는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실제 이용 현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초기 타깃이었던 시공·시행사뿐 아니라 PF 금융기관, 부동산 중개업소까지 사용자층이 확산됐다.

"중개업계는 개발 이슈가 있는 물건을 중개할 때 차별화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저희가 이미 사업성 검토까지 해드렸다'고 어필하는 거죠."

이는 전형적인 B2B SaaS의 성공 패턴이다. 단순한 기능 제공을 넘어 고객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

고금리 시대 '필수템'으로 부상... '선택 아닌 생존 수단'

랜드업의 타이밍도 절묘했다. 고금리 환경에서 부동산 개발업계의 리스크 관리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과거에 '대충 해도 되던' 묵인되던 일들이 이제는 통하지 않아요. 특히 중소 시행사는 한 번의 판단 실수가 회사 존폐와 직결되죠."

실제로 2023년 이후 부동산 PF 부실이 잇따르면서 금융기관들의 심사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정밀한 검토가 필수가 된 것이다.

"대형 시행사는 자체 분석팀이 있지만, 중소업체는 그렇지 못하죠. 정보 격차가 생존 격차로 이어지고 있어요."

이덕행 대표의 진단은 정확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자주 보는 '민주화(democratization)' 논리가 여기서도 작동하고 있다. 기술로 진입장벽을 낮춰 중소업체도 대기업 수준의 분석 도구를 쓸 수 있게 하는 것.

"많은 고객이 랜드업을 사용하는 현실적 이유는 복잡한 사업성 검토를 '지도 클릭' 하나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는 시행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단순한 액션으로 전환시킨 구조적 혁신이며, 시장조사와 입지 분석, 수익성 시뮬레이션까지의 초기 부담을 대폭 줄여주죠"



AI는 '확장'이지 '대체' 아니다... 프롭핀테크로 날개 달기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대체 우려에 대해서는 명확한 선을 그었다.

"우리는 감정평가사나 부동산 컨설턴트와 경쟁하는 게 아닙니다. 이들이 더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성숙한 관점이었다. 기술로 모든 걸 대체하겠다는 오만함 대신, 기존 생태계와의 공존을 추구하는 것. 오랜 기간 수많은 스타트업이 기존 업계와의 갈등으로 실패하는 걸 봐온 입장에서 반가운 접근법이었다.

"AI는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전문가가 보다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기획과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조 도구'입니다. 결국 AI는 사람의 '대체'가 아닌 '확장'이에요."

랜드업은 다음 단계도 준비 중이다. NH농협은행과 MOU를 체결했고, 얼마 전 서울핀테크랩에 입주기업으로 선발됐다.

"PF 대출 심사나 리스크 관리 모델 개발을 금융기관과 공동으로 추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금융사고 예방에도 기여하고 싶어요."

금융과의 결합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부동산 개발에서 금융은 뗄 수 없는 요소이고,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더 정교한 리스크 평가 도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로드맵도 체계적이다. 올해 하반기 중개업 특화 서비스를 시작으로, 시행·시공, 금융 순으로 업종별 특화 기능을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브랜드 인지도 확산이 당면 과제죠."



반복 사용형 도구가 핵심... 수익화 자신감은 어디서?

프롭테크 스타트업 대부분이 수익화에 애를 먹고 있다. 기술은 좋지만 고객이 한 번 쓰고 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랜드업은 어떨까.

"일반적인 프롭테크 솔루션이 단건 분석에 그치는 반면, 저희는 '반복 사용형 도구'를 지향합니다. 한 번에 수십 건을 비교 검토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거든요."

이 지점이 핵심이다. 많은 B2B 솔루션이 실패하는 이유는 일회성 사용에 그치기 때문이다. 랜드업은 처음부터 반복 사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중개→시행→시공→금융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밸류체인 전체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단계별로 확산할 수 있는 구조죠."

이덕행 대표의 전략은 탄탄했다. 하나의 서비스로 여러 업종을 아우르되, 각 업종별 특화 기능으로 깊이를 더하는 것. 이는 성공한 B2B SaaS들의 전형적인 성장 패턴이다.

"랜드업은 시작부터 단순한 기술 구현이 아니라 현업의 실질적 문제 해결에 집중해 왔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반영하며, 단순 자동화를 넘어 실질적 의사결정에 기여하는 도구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랜드업이 그리는 미래에 대해 물었다.
"부동산 개발 시장의 업스트림 단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솔루션으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겸손하면서도 확신에 찬 답변이었다.

수작업과 엑셀에 매몰된 부동산 개발업계. 이 고질적 문제를 해결한 랜드업이 1년도 안 돼 1만 명의 선택을 받았다. 성공 비밀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현장 실무자들의 절실한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한 데 있다. 무엇보다 '반복 사용형 도구'라는 명확한 포지셔닝이 돋보였다.

문지형 스타트업 기자단 1기 기자 jack@rsqu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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