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 “국방부, 100억원 투입하고 개선 못해”
국방부 “라돈 수치 기준치 초과하는 곳은 일부”
군인 가족 “암 걸리면 국가가 평생 책임지느냐”
국방부 “라돈 수치 기준치 초과하는 곳은 일부”
군인 가족 “암 걸리면 국가가 평생 책임지느냐”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내 위치한 B1 벙커 내부의 라돈 수치가 실내 공기질 기준치를 장기간 반복 초과해왔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유용원 의원실 제공]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반도 유사시 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모여 지휘통제하게 될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관할 B1 벙커가 1급 발암물질인 라돈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안보의 중추이자 국가전략지휘시설인 B1 벙커가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만큼 계속 사용할지 전면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뒤따른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수방사 내 위치한 B1 벙커 내부의 라돈 수치가 실내 공기질 기준치를 장기간 반복 초과해왔다고 밝혔다.
라돈은 무색무취의 자연 방사성 기체로 1급 발암물질이다.
공조기로 완벽히 제거하기 어렵고 공기 중 떠돌거나 먼지에 흡착된 채 입자로 재비산돼 호흡기를 통해 직접 인체에 침투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밀폐된 지하공간에서는 지속적인 건강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유 의원이 국방부에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결과, 군은 2013년부터 B1 벙커 공기질을 정기적으로 측정해왔으며 일부 구역에서 관리법상 실내공기질 기준치인 148베크렐(Bq/㎥)을 매번 초과하는 라돈이 검출됐다고 공식 인정했다.
유 의원은 “문제는 단순한 수치 초과에 그치지 않는다”며 “국방부 시설국은 문제를 인지하고 지난 10여 년간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위험한 환경을 개선하지는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2020~2022년 실태 파악과 저감방안 수립을 위한 전문연구용역을 실시했고 2023~2024년 약 7억8000만 원을 들여 저감시설 보강공사까지 진행했다”며 “하지만 최근 측정치 역시 기준치를 여전히 상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1 벙커는 구조적으로 암반과 지하수에서 고농도 라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보안이 매우 엄격하고 내부가 협소한데다 창문조차 없어 외부 공기 유입이나 자연 환기가 어렵다.
공간 부족으로 B1 벙커 내 모든 구간에 공조장치를 추가 설치하거나 공조설비 용량을 증설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B1 벙커를 직접 방문했던 조승연 연세대 명예교수는 “B1 벙커는 천연적으로 라돈이 다량으로 발생하는 지역에 위치해 있고 구조가 워낙 복잡하고 협소한 구간이 많아 내부 전체를 자연환기하기에는 불가능한 지역”이라면서 “단순히 공조기 증설만으로 라돈 수치를 낮추는 해결방안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창설된 전략사령부 소속 약 40여명은 B1 벙커에 상주하며 근무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국방부는 사전에 전략사 지휘부에 라돈 수치 초과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며 “이 사실을 몰랐던 전략사는 공조기를 평균 약 30% 수준으로만 가동한 상태에서 장병들을 3개월가량 고농도 라돈에 무방비로 노출시켰다”고 지적했다.
한 군간부의 부인은 작년 11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벙커 근무로 부대 차원에서 나름 환기를 하고 있다고 하나 지하시설 특성상 공기질이 나쁘고 라돈 수치가 300 이상 나왔다고 들었다”며 “이게 정상적인 근무여건이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방사선 노출로 암에 걸리면 국가에서 평생 책임지느냐”면서 “직업군인에게 최소한의 안전과 건강도 보장해주지 않고 나 몰라라 하는 부대와 나라인데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군 당국은 석 달가량 지난 뒤에야 전략사 요원들을 다른 근무지로 이동시켰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기준치 초과 구역 내 평시 근무 중인 상주인원의 근무위치 조정을 완료했다”며 “전시에 기준치 초과 구역 내에서 근무해야 하는 인원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에 따르면 매년 한미연합연습이 열리는 B1 벙커에선 일부 미군도 함께 훈련하지만 국방부는 주한미군 측에 비정상적인 라돈 수치를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B1 벙커 전 지역의 라돈 수치를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 수립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며 “만약 구조적이고 태생적인 문제로 라돈 수치를 낮출 수 없다면 벙커의 지속 사용 여부를 즉시 전면 검토하고 제2지휘시설 마련을 포함한 대체 방안 수립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향후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 앞에 명확히 해명하고 장병들과 가족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국방부는 “문서고 내 라돈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곳은 일부 구역”이라며 “전시 임무수행을 고려 시 즉각적인 문서고 폐지는 가용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다만 “시범사업 시행 후 저감효과와 권고기준 충족 가능성, 소요예산 등을 분석해 확대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후속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