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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모티브 그 영화…제대로 ‘신명’났네[MK무비]

스타투데이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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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모티브 그 영화…제대로 ‘신명’났네[MK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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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만에 60만 돌풍
무늬는 오컬트지만…허구로 만든 현실 정치의 그림자


제공|(주)열공영화제작소

제공|(주)열공영화제작소


15억원대 저예산 오컬트 스릴러가 고작 15일 만에 무려 60만 관객을 돌파했다. 김규리 주연의 오컬트 정치 스릴러, ‘신명’(감독 김남균)이다.

17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신명’은 전날까지 누적 관객 60만 1609명을 끌어모았다. 대작과의 경쟁, 교차 상영, 제한된 스크린 수 등 불리한 상영 여건 속에서 이뤄낸 성과여서 의미를 더한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30만명으로 알려졌다.

한때 극장가는 현실을 잠시라도 잊기 위한 도피처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극장은 이제 가장 극적으로 현실을 재현하고, 재구성하며, 재소비하는 공간이 됐다. ‘신명’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

영화는 신비로운 힘을 이용해 권력을 쥐려는 한 여인 ‘윤지희’(김규리 분)와 거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저널리스트 정현수(안내상 분)의 대립을 그렸다. 권력을 항한 인물의 집착과 이를 추적하는 기자의 시선으로 끌고 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표피는 현실과 무관한 장르물(오컬트)처럼 포장되었지만, 알맹이는 날선 정치적 은유로 가득하다. ‘이태원 참사’ ‘국정농단’ ‘계엄령 문건’ ‘가짜뉴스’까지. 암시와 은유로 빽빽하게 채워진 스크린 위에서 관객은 자신의 기억들이나 정치적 신념을 소환 당한다.

사진ㅣ영화열공제작소

사진ㅣ영화열공제작소


개봉 전부터 영부인 역할을 맡은 김규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떠올리게 하는 싱크로율로 화제를 모았다. (동시에 문제작이 됐다.) 계엄 이후 기획된 영화는 윤 전 대통령의 미래가 불투명했던 시기에 촬영에 들어가 4개월 남짓 영화를 찍었고, 후반 작업도 빨리 진행됐다. 대선일 전에 개봉해야 한다는 심산이었기에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물리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작품 공개 후 완성도에 대한 (평단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지만, 너무 많은 사회적 이슈를 넣다 보니 이야기의 중심축이 산만하고, 깊이감이 적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편집 역시 거칠다.

특히 마지막 엔딩 시퀀스로 향하는 20여분은 비약적 전개와 과잉 클라이맥스로 평가돼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관객 반응은 이례적이었다. 예상대로 호불호가 나뉘긴 했으나, “숨은 상징과 현실 정치의 연결고리를 찾는 재미” “알고 싶어서 본다” “과잉의 미학, 그 자체가 현실 풍자” “불편했으나 의미는 있다” “배우들 연기가 압권” “두려움에도 용기를 가지고 선택한 감독도 배우들도 후원자들도 그리고 평론가도 모두 자랑스럽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존경하게 됐다” 같은 호평과 다채로운 의견이 쏟아졌다.


그만큼 관객들이 이 영화에 대해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한다’는 점은 분명했기에, 이것은 흥행의 신호탄이 됐다.

영화는 분명한 색깔을 지녔으나 강요하거나 설득하지 않는다. 정치적 신념과는 무관하게 관객에게 “당신은 지금 이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을 뿐이다. 그리고 독특한 방식을 빌려 위로한다. 관객은 이에 대답하듯 움직이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호응한다. 그렇게 N차 관람이 성사되고, 떡밥 해석·상징 분석·논쟁성 리뷰가 재생되며 담론을 형성했다.

결국 ‘신명’은 스토리의 논리나 기술적 완성도 보다는, 해석하고 토론하고 의견 표현에 서스름 없는 관객들의 ‘문화 소비’ 심리를 똑똑하게 이용한 셈이다.


이처럼 관객들은 과거처럼 논리적 서사나 작품성만으로 관람을 결정하지 않고, 때로는 나의 위치, 나의 믿음, 나의 감정, 나의 지적 호기심에 ‘맞는’ 영화를 고른다.

앞서 2017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는 한국 다큐멘터리 역사상 가장 뜨거운 흥행 기록(185만)을 세웠다.

전직 대통령의 삶을 다룬 이 영화는 단순한 회고가 아닌, 그를 사랑하는 ‘당신의 신념’, ‘당신의 기억’으로 연대하게 만들었다. 정치적 감정이 문화 콘텐츠로 완전히 변환하며, 논리와 논쟁보단 감정을 뒤흔들며 흥행에 성공한 사례다.

지난해 상반기 개봉한 ‘건국전쟁’은 정반대 지점에서 흥행의 꽃(117만)을 피웠다. 한쪽은 “역사 왜곡”, 다른 쪽은 “잊힌 진실”이라며 논쟁은 치열했고, 그 관점의 차이에서 피어난 전쟁이 흥행으로 이어진 것. 영화관 안에서 박수와 야유, 그리고 침묵이 공존하며 이 작품의 경우는 ‘무엇을 보았는가’보다 ‘왜 이걸 봤는가’가 뜨거운 화두로 작용했다.

그리고 또 다른 방식으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게 바로 오랜 정치적 격정기 속에서 태어난 ‘신명’이다. 일각에서는 ‘신명’의 현재 흥행 속도라면, 100만까지도 관측하고 있다. 충무로의 일반적인 기준에서 모두 벗어난 이 신명난 흥행의 최종 스코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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