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스라엘 하이파의 피해 시설 현장. 하이파/로이터 연합뉴스 |
이란이 이스라엘과 갈등 완화를 위해 ‘상호 공격 중단 및 핵 협상 재개’ 의사를 전달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그들(이란)은 대화하고 싶어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 늦기 전에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즉각적인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중재자를 통해 협상 의사를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럴 거였으면 진작 했어야 했다”라고도 말했다.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이 군사 작전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이란이 제3국을 통해 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직접 개입만큼은 저지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현재 이란 영공에 전투기를 자유롭게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제공권을 장악한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더 파괴하고, 이란 정권을 더 약화하기 전에 무력 공방을 중단할 이유는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이란은 아직 핵 협상에서 새로운 양보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만일 협상 재개 전망이 불투명할 경우 핵 프로그램을 가속하고 전쟁 확대도 고려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아랍 관료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상황이 되면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분쟁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란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에 ‘미국을 설득해 즉각적인 휴전을 유도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들 국가가 미국에 ‘이스라엘을 압박해 협상에 나서게 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가 나온 뒤 이집트 외무부는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사우디, 오만 등 20개 국가의 외무장관과 공동성명을 내고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지속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재개를 요구했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도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진심으로 외교를 원하고 이 전쟁을 멈추고자 한다면, 앞으로의 조치는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라며 “워싱턴의 전화 한 통이면 네타냐후 같은 인물의 입을 막을 수 있다. 그것이 외교로 돌아가는 길을 열 수 있다”고 적었다. 미국과 이란은 당초 오만에서 지난 15일 6차 핵 협상을 개최하기로 했지만 그에 앞서 이뤄진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등에 대한 대규모 공격 이후 취소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보도된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를 가리켜 “놀랍지 않다”며 “그들은 거짓말하고, 속이고, 미국을 함께 엮는 이런 가짜 회담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고 반박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