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행사 성료…서울 일본인학교 초등부 합창, 일본 전통주 시음 행사 등 마련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한일본대사관 주최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는 1972년 개교한 서울 일본인학교 초등부가 부르는 합창으로 시작됐다. / 사진=김인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일본을 '중요 파트너'로 평가하며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 한일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국가안보담당 특별보좌관도 서울을 찾아 한일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한일본대사관은 16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을 열었다. 한일 양국은 1965년 6월22일 한일 기본조약과 부속 협정을 체결하며 국교를 정상화했다. 한일 정부 대표로 각각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일본 총리 국가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1972년 개교한 서울 일본인학교 초등부가 부르는 합창으로 시작됐다. 또 일본 전통문화 체험 부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전시 등도 마련됐다. 일본 전통주(니혼슈) 시음 부스와 일본의 꽃꽂이 문화인 '이케바나 꽃꽂이 체험'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교류의 장이 펼쳐졌다.
행사에는 양국 정부 관계자는 물론 한일 교류에 힘써온 경제계·학계 인사, 외교단, 국회의원 등 약 1000명이 행사장을 메웠다.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 대사와 주호영 국회부의장(한일의원연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무대에 올라 '가가미비라키'(鏡開き·사케가 담긴 술통을 망치로 두들겨 깨는 의식)를 통해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무대 앞쪽에는 1965년 12월18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조약 비준서 교환식에 사용된 병풍이 전시됐다. 이 병풍은 2015년 수교 50주년 행사 때 선보였던 것으로, 조선시대 문인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 구절이 쓰여있다. 병풍은 한일 양국이 6폭씩 나눠 보관하고 있다. 오는 19일 도쿄에서 주일한국대사관과 우리 외교부 주최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리셉션이 열리는데, 일본이 보관 중인 병풍도 공개될 예정이다.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축사 영상이 나오고 있다. / 사진=뉴스1 |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날 출국한 이 대통령은 영사 축사를 통해 "우리 양국은 60년 동안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한 만한 발전을 함께 이뤄왔다"며 "1965년 당시에는 약 2억달러(2700억원) 정도였던 교역 규모가 지난해에는 약 700억달러(95조원)를 넘어서 350배 가량 증가했고 연간 1만명 수준이었던 인적 교류가 이제는 1200만명을 돌파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양국 국민을 하나로 이어줬고 문화 교류도 매우 깊어졌다"며 "그동안의 성과와 발전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한일 관계의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이 이뤄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 양국은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지난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님과의 통화에서 새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어나가자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곧 있을 G7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앞으로 (이시바) 총리님과 신뢰와 우정을 쌓아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며 "오늘의 리셉션이 한일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믿는다.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 우리 함께 나아가자"고 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오는 17일(현지시간)까지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 해외정상으로 이시바 총리와 통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보다 먼저 이뤄진 것을 두고 이 대통령이 외교·안보 정책에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윤석열 정부가 역점적으로 강화한 한일 관계라고 할지라도 국익에 부합한다면 적극 계승하겠다는 뜻이다.
김진아 2차관도 이날 연설을 통해 "올해 60주년의 의미를 헛되이 하지 않고,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라는 슬로건 아래, 한일이 합심해 새 시대가 요구하는 관계를 구축해 나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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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시마 대사 "日의 한국 투자 작년 8.3조원…한일관계 발전은 팩트"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한일본대사관 주최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
미즈시마 대사는 이날 리셉션 축사를 통해 양국 간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 등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60년은 한 주기가 완성되는 시점이라며 한일 관계가 새로운 협력의 시작점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일한 관계는 지난 60년간 좋은 시기도 나쁜 시기도 있었지만 양국 선인들의 노력으로 크게 발전해 왔으며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과 교류가 확대됐다"며 "일한 관계의 발전은 숫자를 보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1965년 당시 50만달러(약 7억원)에 불과했던 일본의 대한투자는 작년 세계 1위인 61억2000만달러(약 8조3200억원)까지 증가했다"며 "또 양국 간 왕래는 1965년 당시 연간 1만여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00만명을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동향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일본의 투자는 61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의 57억9000만달러(약 7조8700억원)보다 많은 수치다.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한일본대사관 주최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에서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 나가시마 아키히사 일본 총리 보좌관, 주호영 국회부의장 겸 한일의원연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 등이 기념 건배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
미즈시마 대사는 "지금은 단 하루 만에 1965년 전체의 3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양국을 오가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교류와 더불어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도 크게 진전되고 있다"며 "일한 관계가 긴밀해지고 발전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팩트"라고도 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은 국제사회의 여러 문제에 서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면서 "일한 양국을 둘러싼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 속에서 일한 관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께서 첫 전화 회담을 통해 전략 환경이 엄중해지는 가운데 일한 관계, 일한미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일치했다"며 "앞으로 양국 정부가 긴밀히 의사소통하며 일한 관계를 안정적으로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60년은 일한 양국이 함께 위치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갑자(甲子)가 한 바퀴를 도는 '환갑'에 해당한다"며 "일한 국교정상화 이후 한 바퀴를 돈 것으로, 일한 관계가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양국의 미래를 짊어질 미래세대를 뒷받침하며 다음 두 번째 바퀴도 힘껏 달려 일한 관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지금까지 일한 관계를 지탱해 오신 양국의 은인들께 감사의 마음을 새기며 국교정상화 60주년 슬로건처럼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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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이시바 총리 오른팔 "한일 협력, 엄중한 국제환경 속 선택 아닌 필수"
나가시마 아키히사 일본 총리 국가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이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한일본대사관 주최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
나가시마 보좌관은 이날 리셉션 인사말을 통해 "일본과 한국이 국제사회의 여러 대응 과제에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관 등을 공유하는 한일 양국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미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자민당 소속 일본 전 중의원이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최측근인 '오른팔'로 꼽힌다. 일본의 안보 정책을 총괄하고 있으며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으로 한일 협력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지정학적 위기를 맞아 한일 협력이 경제 뿐 아니라 안보·에너지·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이날 자신을 "양국이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해 나가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한 양국은 60주년이라는 환갑을 맞이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착실히 교류하고 서로의 문화를 즐기며 한 해 1200만명이 왕래할 정도로 발전해왔다"며 "지난 60년간 구축해 온 관계를 바탕으로 향후 양국은 더 넓은 협력의 지평으로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의 엄중한 국제 환경에 비춰 양국이 긴밀히 의사소통하고 협력의 폭을 넓혀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며 "그것은 안보, 경제, 에너지, 기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라는 국교정상화 60주년 슬로건처럼 긴밀한 협력관계를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 양국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일한 관계의 가일층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나가시마 보좌관은 이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의 조찬 회동에서 '역사 문제 관리를 위한 3대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대 원칙은 △단기적 이해득실에 얽매이지 말고, 양국의 장기적 전략 이익을 잊지 말 것 △정부의 담화를 비롯한 과거의 합의를 최대한 존중하고 결코 후퇴하지 말 것 △양국 국민들을 용기를 가지고 설득해 나갈 것 등이다.
위 실장은 관련 제안에 공감하면서도 일본 측에 과거사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식민 지배의 반성과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 정신을 계승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축사 영상이 나오고 있다. / 사진=뉴스1 |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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