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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에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
재계 23위인 에쓰오일이 신입사원 채용을 갑자기 중단, 충격을 주고 있다. 지방직 소매 영업직 채용 공고를 낸 뒤 서류 전형과 인적성 검사까지 끝난 상황에서 이메일로 취소를 통보했다. 경영 환경 악화와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이는 산업 현장의 채용 한파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지난달 고용서비스 통합플랫폼 ‘고용24’를 이용한 신규 구인 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25%나 줄었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인 구인 배수(0.37)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자리가 급감하자 청년들은 아예 구직도 포기하고 있다. 지난 2월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는 50만 명도 넘어섰다.
반면 노인들은 오히려 점점 더 많이 일하고 있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처음으로 700만 명을 돌파했다. 문제는 상당수가 생계형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0%에 육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노인들도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니 고용 안정성과 일자리의 질도 낮다. 비정규직 비중은 전 연령대 중 가장 많다.
이처럼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그냥 쉬고 노인들은 돈이 없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면서 노동시장의 '세대역전'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을 하거나 구직 중인 60세 이상의 비율이 어느새 49.4%까지 늘면서, 49.5%까지 하락한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추월할 참이다. 이러한 구조의 나라가 지속 가능할 리 만무하다. 정부, 기업, 구직자 모두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산업 구조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여 소득 양극화와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것도 시급하다.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정부는 고용을 늘리는 기업을 지원하기 바란다. 그냥 쉬기보다 차곡차곡 실력과 경력을 쌓아 가는 청년층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 계층 사다리가 보장돼야 하는 건 물론이다. 일자리가 민생의 처음과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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