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노믹스 핵심 인물
이재명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 컨트롤타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특히 17년 만에 대대적인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예고하고 기획재정부 역할 변화까지 시사하면서 JM노믹스를 이끌 핵심 인물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인사로는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을 필두로 김용범 정책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을 비롯한 대통령실 경제 참모진과 기획재정부 이형일 1차관, 임기근 2차관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적극적 재정 역할’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통해 이재명정부가 경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
‘새로운 방식의 성장’ 설계자
이한주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40년 지기 멘토’로 불린다. JM노믹스 정책 전반에 이론적 틀을 다져온 핵심 인물이다. 서울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경원대 교수, 가천대 경영대학원장을 거친 그는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위원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분과위원장, 민주연구원장을 역임하는 등 민주당 내 ‘경제 정책’ 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되기 전부터 교유하며 ‘모라토리엄 선언’ ‘청년배당’ ‘무상교복·산후조리 지원’ 등 핵심 정책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다. 경기지사 시절에는 경기연구원장을 맡아 ‘기본소득’을 비롯한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책 브랜드 ‘기본사회’ 개념을 정립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회복하고 성장하여 행복해지자’는 이재명정부의 방향성 역시 그의 철학이 담긴 열쇳말이다.
이 위원장은 현재의 경제 위기를 ‘성장과 민생과의 전쟁’으로 규정하며, 윤석열정부의 미흡한 대처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수요를 증가시키는 성장을 넘어, ‘특별한 기술을 세계 시장에 내놓고 전국적·계층적으로도 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진짜 성장’을 강조한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인수위 역할을 대신해 5년 동안 이재명정부를 이끌 국정과제 정리, 우선순위 설정, 필요 법률안, 예산 로드맵을 짜는 등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정비하는 중책을 맡는다. 이한주 위원장은 이런 위원회를 이끌며 이재명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총괄하고, 주요 경제 사령탑 인물들과 함께 JM노믹스의 큰 그림을 그려나갈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용범 정책실장
민관 균형 감각, 현실적 조정자 기대
김용범 실장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역임한 정통 경제 관료다. 그는 탁월한 업무 능력과 폭넓은 경제 지식을 바탕으로 금융 정책과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에는 가계부채 관리, 금융 시장 안정화 등 굵직한 현안을 성공적으로 처리하며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했다. 또한 기재부 1차관 시절에는 예산·세제 실무를 총괄하며 현실적인 추진 정책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했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그의 강점은 민간 부문의 혁신 기술 트렌드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과 이해를 갖췄다는 점이다.
실제로 김 실장은 2022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 산하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를 맡아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화 가능성을 심도 있게 연구했다. 최근 보고서에서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의 재정 위기와 글로벌 통화 질서 불안 속에서 대안 통화로 부상하고 있으며, 원화 역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경쟁력을 보존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김 실장이 전통적인 통화 정책을 넘어 디지털 자산의 미래까지 폭넓게 구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책실장은 대통령 국정 과제를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각 부처 간 이행 전략을 조율하는 핵심 기획 조직의 수장이다. 김 실장이 민관 균형 감각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의 정책 설계를 총괄하며 디지털 기반 경제를 설계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이재명 경제 책사…확장 재정론자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은 이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리며 이번 대선에서 경제 공약인 ‘전환적 공정 성장’을 설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이론적인 깊이와 함께 현실 경제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겸비한 학자로 평가받는다. 하 수석은 그동안 확장적 재정 정책의 대표적인 옹호자로 활동하며, 윤석열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가 오히려 역대급 세수 부족과 내수 악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했다고 비판한다. 대신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경제성장수석은 민생 지원과 산업 성장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이재명정부 의지를 담아 기존 경제수석 명칭에 ‘성장’이 추가된 직책이다. 이는 단순히 현 경제를 유지하고 보완하는 개념을 넘어, 반등시키고 위기를 이겨나가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결과다. 하 수석은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다양한 경제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특히 침체된 내수 부양을 위한 확장 재정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류덕현 신임 재정기획보좌관
과감한 재정 개입…행동파 학자
류덕현 신임 보좌관은 중앙대 교수 시절 적극 재정을 강조하는 인물로 유명했다. 그는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며 “새 정부는 곧바로 2차 추경, 이른바 내란 극복 추경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임명을 통해 그는 재정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특히 2차 추경과 같은 과감한 재정 투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그는 이재명정부의 핵심 공약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의 예산기획 기능 분리가 그것.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실의 예산 편성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번에 선임된 재정기획보좌관이란 직책 이름 자체가 그런 임무를 완수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배경을 감안했을 때 류 보좌관은 대통령실 차원에서 기재부로부터 예산 편성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1·2차관
이형일·임기근…실무형 에이스 기용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팀의 핵심 축인 기재부 1·2차관 인사를 조기에 단행했다. 이형일 1차관, 임기근 2차관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기재부 내에서 손꼽히는 에이스 관료로 분류된다.
이재명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한 정부 차원의 세밀한 대책 마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새 정부 경제 정책 수립을 조기에 안착시키기 위해 이들을 전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형일 1차관은 기재부 내에서 거시경제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을 시작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을 거쳐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실, 기재부 경제정책국 자금시장과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특히 다양한 경제 활성화 대책을 직접 설계한 경험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이재명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과 세법 개정안을 총괄하며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적임자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그의 풍부한 경험과 거시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는 불확실성이 큰 현재 경제 상황에서 안정적인 정책 수립과 추진에 큰 힘이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임기근 2차관은 기재부의 독보적인 예산통으로 알려져 있다. 이형일 1차관과 같은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 재정관리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파견 등의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업무 추진력이 있으며 일 처리가 꼼꼼하며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강점은 한정된 재원으로 경기 부양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2차 추경 편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예산 분야 전문성은 이재명정부의 적극적 재정 정책을 실질적인 예산으로 구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두 차관 모두 문재인정부에서 각각 대통령실 경제정책비서관, 기재부 경제예산심의관을 지내면서 코로나19 대응 경험이 있어 현재의 복합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JM노믹스 당면 과제는?
‘세수 펑크’ 해결…재정건전성 회복
JM노믹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들 참모진이 당면한 여러 과제를 부드럽게 해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논쟁과 의견 조율을 병행해나갈 수밖에 없을 터. 이 중에서도 양극화, 기재부 역할 축소, 건전 재정 유지, 부동산 가격 안정화, 지역화폐 등은 이 대통령 임기 내내 계속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임 윤석열정부의 ‘세수 펑크’ 등으로 인해 재정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내수 부양을 위해 적극 재정을 펼쳐야 한다는 점이 손에 꼽히는 과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JM노믹스의 확장 재정 기조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한 적극 재정은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며 “적자국채 발행은 채권 금리 상승과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와중에 재정건전성도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세금 내는 국민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2023년 기준 근로소득자 가운데 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33%대다. 3명 중 1명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제 후 실효세율(급여총계 대비 결정세액)은 6.5%로 OECD 국가 대비 50~60% 수준에 그친다.
이와 관련,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전 국회의원)는 “대선 캠프 시절 민주당이 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20%대까지 내리겠다, 아니다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세 기반 확충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손볼 곳은 각종 공제 제도다. 새 정부 경제팀은 중복되거나 이미 정책 목적을 달성했는데도 그대로 둔 세액공제, 조세 감면 등은 전면적인 재정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부총리 누가 되나
官 구윤철·이호승, 政 김태년·정성호·김영진 거론
‘이재명 경제팀’의 마지막 퍼즐인 경제부총리 인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경제부총리 인선은 기재부 조직 개편 이슈와 맞물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이후 내각 구성이 완료될 전망이므로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새로 임명될 장관은 이들 참모진과 ‘적극적 재정’이라는 코드를 공유하며 긴밀히 협력하고, 동시에 기재부 개편을 위한 추진력과 현재의 복합적인 경제 위기에 대응할 능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官 구윤철·이호승, 政 김태년·정성호·김영진 거론
경제부총리 후보로는 관료 출신인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 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억원 전 기재부 1차관 등이 거론되며 정치인 중에서는 김태년, 정성호, 김영진, 안도걸 민주당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4호 (2025.06.18~25.06.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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