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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만 바뀌어도 환경정책 뒤집혀…지역운동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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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만 바뀌어도 환경정책 뒤집혀…지역운동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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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 천경석 기자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 천경석 기자


“환경운동 영역이 굉장히 다양하게 넓어지고 있어요. 우리 삶의 터전과 관련한 모든 것들로요. 환경운동은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요. 작은 성과들이 쌓이고 쌓여서 확산해 나가는 거죠. 그래서 저는 지역 운동이 전국적인 운동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봐요.”



전북지역 대표 환경단체인 전북환경운동연합이 창립 30돌을 맞았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앞으로의 방향성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지난 12일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 문화공판장 작당에서는 전북환경운동연합 창립 30돌 기념행사가 열렸다. 애초 기념식은 지난해 12월 ‘환경인상 시상식’과 함께 열릴 예정이었으나, 12·3 내란사태와 사회적 혼란 속에 탄핵과 대선 이후로 미뤄져 이날 진행됐다.





회원 1300여명…100% 회비로 운영
부안 핵폐기장·모악산·대한방직 등
지역 현안마다 방향 제시에 앞장서





이 대표는 운영위원으로 26년, 상근 활동가로는 23년째 전북환경운동연합과 연을 이어오고 있다. 젊은 활동가에서 실무 전반을 책임지는 사무처장을 맡았고, 이제는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30돌을 맞아 펴낸 30년사 ‘초록의 시선’에서는 지난 30년이 다음 세대에게 징검돌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이라는 이름처럼 지역의 환경문제에 앞장서왔지만, 단순히 환경을 지키는 활동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환경이라는 화두는 시대에 따라 흐르며 우리 삶 전반으로 영역이 확장됐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부안 핵폐기장 백지화와 새만금 해수 유통, 모악산·마이산 보전,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 대한방직 부지 공론화 등 지역의 크고 작은 현안마다 방향을 제시하는 생명 실천 활동에 앞장서왔다.



“과거에는 환경운동 영역이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들이 핵심이었잖아요. 최근에는 쓰레기부터 화학물질, 재난 안전, 그리고 도시계획 문제와 에너지 전환까지 넓어졌어요. 우리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거죠.”



창립 30돌을 맞은 전북환경운동연합 반징수(왼쪽부터)·정현숙·유남희·이정현 공동대표.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창립 30돌을 맞은 전북환경운동연합 반징수(왼쪽부터)·정현숙·유남희·이정현 공동대표.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이 대표는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정체성을 “지역에 기반을 둔 환경운동이자 대안”이라고 했다.



전북이 처한 상황은 수십년에 걸쳐 대립을 이어온 개발과 보존, 두가지 갈래로 나뉜다. 새만금과 대한방직 개발 같은 개발론에 대응해 갯벌 살리기와 같은 보존론이 공존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큰 틀에서는 보존을 우선하지만 한쪽으로만 치우치지는 않는다. 한가지 예가 새만금 해수 유통 문제다. 방조제를 허무는 것이 아니라, 조력 발전 등을 통한 해수 유통 확대를 주장한다. 타협점을 찾고 현실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향성을 찾다 보니, 양쪽 모두에게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개발론자들에게 우리는 반대론자일 뿐이고, 보존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개량주의자이자 타협주의자로 보일 수 있거든요. 그런데 대안을 찾자는 것이 우리 정체성이에요. 양쪽에서 욕을 얻어먹어 가면서도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사실 누군가는 그런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봐요.”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환경이라는 가치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점을 중요하게 꼽았다. 중앙 정부까지 가지 않더라도 도지사나 시장, 군수 등 지역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인물이 바뀔 때마다 환경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 개발론이 득세하면 개발 일변도로, 보존 논리가 강하게 나오면 개발론은 슬그머니 줄어든다.



이 대표는 “우리 삶의 터전인 환경은 법과 제도 속에서 관리되고 정책적 방향이 결정된다”며 “시민들을 설득하는 부분도 있지만, 정책 결정권자를 때로는 견제하고 감시하고 압박도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새만금 해수 유통’ 놓고 타협점 찾다
개발·보존론자 양쪽서 비판받기도
“욕을 먹더라도 문제해결 노력하고
대안을 찾자는 게 우리 정체성”





전북환경운동연합은 1300여명의 회원이 납부하는 회비가 원동력이다. 정부나 지자체, 기업 눈치 보지 않는 100% 회비로 운영하는 조직이란 자부심이 있다. 다만,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조직의 지속 가능성, 시민사회 연대 약화, 기후위기의 가속화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 과제로 떠올랐다. 젊은 활동가들이 일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것도 30돌을 맞은 전북환경운동연합이 가진 숙제다. 이 대표는 “다른 단체에 비해서 적은 인원으로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젊은 활동가를 모집하기가 어렵다”면서 “전북환경운동연합에서 10년 일하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위치에 있을지, 그런 부분들을 예측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도 과제”라고 했다.



어린 시절에는 학생운동을 했고, 이후 인생 대부분을 지역 환경운동을 한 이 대표 개인에게도 30년이 주는 의미는 크다.



“저는 환경운동을 하면서 자연을 보는 시각,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들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저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과 환경을 지키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그분들 도와드리는 게 많이 즐거웠어요. 그런 재미들이 저의 보람이고 행복이었습니다.”



천경석 기자 1000pr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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