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순유입된 초등학생 수가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생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서울 전체 초등학교 학생은 감소하고 있지만, 의대와 명문대 입학을 준비하기 위해 명문학군지로 집중되는 현상은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내신 5등급제와 고교 학점제 등으로 내신 부담이 줄어들면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종로학원은 16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학교알리미'에 지난달 30일 기준 공시된 전국 6300개 초등학교의 학생 전출입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학생이 전입한 숫자에서 전학 등 전출을 뺀 순유입을 봤을 때 지난해 전국에서 초등학생이 가장 많이 순유입된 지역은 서울 강남구(2575명)였다. 전입은 3918명, 전출은 1343명으로 유입된 학생이 월등히 많았다. 2000명 이상의 순유입이 발생한 유일한 지역이기도 했다.
특히 강남구 초등학생 순유입 규모는 최근 10년 새 가장 큰 수치다. 2015년 1130명이었던 강남구의 순유입은 이듬해 717명으로 줄어드는 등 뚜렷한 추세가 없다가 2022년 1026명, 2023년 2199명, 2024년 2575명 등 최근 들어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서울시를 구별로 살펴보면 전체로는 188명이 순유출됐지만 강남구 외에도 양천구(896명), 강동구(749명), 서초구(419명), 송파구(130명), 노원구(129명) 등 교육 여건이 좋은 지역들은 초등학생이 늘어났다. 서울 25개 구 중 6개 구만 증가세를 보였고, 그 외 서울 지역에서는 모두 전출이 전입보다 많았다. 영등포구와 동작구는 각각 440명, 구로구가 430명이 빠져나갔다.
전국으로 시야를 넓혀도 이와 비슷한 경향성이 드러난다. 시군구 순유입 2위는 역시 학군지로 잘 알려진 대구 수성구(1157명)였다. 그 뒤를 경기 양주시(964명), 서울 양천구(896명), 인천 연수구(756명) 등이 이었다. 신도시 개발이라는 변수가 있었던 양주시를 제외하면 모두 각 지역에서 교육열로 이름난 학군지들이다.
서울·경인권을 제외한 지방 권역별로는 충청권(703명)에서만 유일하게 초등학생 순유입이 발생했다. 특히 충북에서 232명 감소가 일어난 상황에서 대전(449명), 세종(256명), 충남(230명)이 증가세를 견인했다. 다른 지방 권역에 비해 수도권에 인접했다는 요인 외에 지난 정부가 추진한 의대 증원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가기 전에 가장 증가폭이 큰 곳이었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초등학생 시점부터 의대 지역인재 전형을 활용하기 위해 '지방 유학'까지 불사한 이들의 숫자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지방 권역에서는 전반적으로 순유출이 이뤄졌다. 유출이 가장 큰 곳은 경북(741명), 경남(483명), 충북(232명) 순이었다. 각 지방의 대도시에서는 순유입이 더 컸지만 지역 전체로 보면 순유출이 더 큰 상황이 유사하게 나타났다.
앞으로 내신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지면 학군지 집중 현상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학군이 좋은 지역은 전반적인 교육수준이 높은 데다 좋은 학원들이 밀집해 있어 면학 분위기가 뛰어난 대신 내신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도입된 내신 5등급제와 고교 학점제 등으로 인해 학생 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명문 학군지를 선호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임 대표는 "학군지 지역의 부동산 가격 등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인데도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꺾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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