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김선수 “심리불속행 제도는 재판 속도 높이는 긍정적인 제도”

한겨레
원문보기

김선수 “심리불속행 제도는 재판 속도 높이는 긍정적인 제도”

속보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매몰 근로자 수색 작업 재개
김선수 당시 대법관 후보자가 2018년 7월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선수 당시 대법관 후보자가 2018년 7월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초고속’ 파기환송 결정을 계기로 대법원 재판 개혁이 화두가 된 가운데, 대법관들이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조기에 선고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을 남발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선수 전 대법관은 “심리불속행 재판의 경우 대법관이 기록도 보지 않고 재판연구관의 의견대로 처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은 오해”라며 ‘심리불속행 재판 제도’는 재판 속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제도라고 반박했다.



김 전 대법관은 지난 15일 발표한 ‘대법원의 조직과 재판 유형에 관한 일고찰’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민변) 회장 출신인 김 전 대법관은 2018~2024년 대법관을 지냈다.



김 전 대법관은 이 논문에서 “‘심리불속행’이라는 용어 때문에 심리불속행 재판의 경우 대법관이 기록도 보지 않고 재판연구관의 의견대로 처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가 있다. 이유 기재 생략 제도에 대해서는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남용하더라도 이에 대한 심판이 불가능하여 법관의 합리적·객관적 판단의 범위를 일탈할…(중략)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원심 판결에 법 위반 등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로, 판결문에 결정 이유를 따로 적지 않는다. 법원행정처 자료를 보면, 대법원은 2023년 처리한 민사 사건 가운데 70%를 심리불속행 기각 처리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민사 사건이 대법원의 심리를 받지 못한 채 종결돼 국민이 충실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 전 대법관은 “현재 심리불속행 사건이라도 주심대법관은 본인 주심 사건을 적어도 3회 이상 검토한다”며 “합의기일에 주심 대법관이 사건 개요와 쟁점, 하급심 판결의 요지, 상고이유와 검토의견 등에 대하여 설명하고 소부 구성 대법관 모두가 동의해야 비로소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판결로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을 하는 경우에도 소부 대법관들이 실체적인 판단을 함으로써 대법관에 의한 실질적인 심리가 이루어지므로 상고허가 제도의 경우와 같이 대법원에 의한 실질적인 심리를 받을 기회가 제한된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심리불속행 제도에 대해서는 실체 심리가 전제되므로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국민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상고허가제보다 두텁게 보장할 수 있고, 신속한 상고심 재판을 통해 원심 승소 당사자의 권리를 조기에 확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견해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법관은 주심이 아닌 다른 대법관들은 사건 기록을 보지 못한 채 주심의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따라간다고 비판한 또 다른 전직 대법관의 주장도 반박했다. 박시환 전 대법관은 지난 2016년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펴내는 학술지 <민주법학> 제62호에서 ‘매 합의기일마다 주심별 합의 건수가 평균 90~100건에 이르고, 주심 대법관 이외의 대법관들은 합의할 사건의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합의에 들어가 주심 대법관의 짧은 설명(평균 1분 30초 길어야 3~4분) 후 10여초 정도 침묵 상태의 대기시간이 지나면 주심 대법관 의견대로 심리불속행 기각판결을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 전 대법관은 “공동조 재판연구관의 수는 박시환 전 대법관이 근무했던 2015년에는 법관 70명, 비법관 10명(전속재판 연구관은 대법관 1명당 3명씩 36명)이었으나, 2023년에는 법관 73명, 비법관 34명(전속재판연구관은 대법관 1명당 2명씩 24명)으로 증가했다. 또 현재는 쟁점이 있는 사건의 경우에는 연구관의 보고서를 주심이 아닌 대법관들에게도 미리 회람해 사전에 검토할 여유를 주고, 그 이외의 사건도 합의기일 전에 합의목록을 회람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소부의 모든 대법관은 합의기일 전에 합의할 사건을 미리 파악하고, 전자소송으로 진행된 사건의 경우에는 재판지원 시스템을 통해 소송기록과 증거자료를 확인해 필요한 준비를 하고 합의기일에 임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논의되는 상고심 개혁 방안에 대해 김 전 대법관은 “사실심, 특히 제1심을 강화해 항소율을 낮추고 그 연장선에서 상고율을 낮추는 것”이라며 “판결에 대한 승복률은 법관이 해당 사건에 들이는 시간에 비례하므로 결국 법관의 증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