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독은 “데이터 파트, 또 타격 코치와 같이 이야기를 했을 때도 감보아의 공이 왼손이 치기에는 조금 쉽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좌타자는 좌완에 약하다. 이 스플릿을 극복할 수 있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가뜩이나 처음 만나는 감보아는 극복이 쉽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감보아는 이날 최고 구속 시속 156.2㎞(트랙맨 기준)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SSG 타선을 힘으로 눌렀다. 6이닝 동안 7개의 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4사구를 최소화하며 버텼고, 위기 상황에서 빈틈을 완전 봉쇄하는 탈삼진 능력까지 과시하며 1실점으로 잘 막았다. 롯데도 4-2로 이기고 3연승을 달렸다. 감보아는 신바람 나는 개인 3연승을 질주했다.
2022년 입단 이후 3년간 롯데의 외국인 에이스 몫을 했던 찰리 반즈가 시즌 초반 부진, 그리고 어깨 부상으로 끝내 이탈하자 롯데는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선택하는 대신 완전 교체를 결정했다. 지난해부터 후보자 리스트에 있었던 감보아 영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오래 지켜본 투수고, 성공할 수 있다는 계산을 마친 채 원 소속팀인 LA 다저스에 이적료까지 주고 영입했다. 확신에 찬 영입이었다.
그렇다면 감보아는 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일까. 다양한 변화구, 또 변형 패스트볼의 시대지만 역시 투수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공은 패스트볼이다. 물리적으로 판단할 시간이 짧다. 패스트볼이 강력하다면 그 자체가 가장 효율적인 공이다. 감보아는 이를 갖추고 있다. 좌완으로 최고 구속이 156㎞가 넘는다. 올 시즌 KBO리그 좌완으로는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 그것도 불펜이 아닌 선발이다.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이자 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 집계에 따르면 올해 감보아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52㎞에 이른다. KBO리그 역사상 좌완 선발이 평균 152㎞의 패스트볼을 던진 사례는 없었다. 단순히 공만 빠른 게 아니다. 신장에 비해 릴리스포인트가 높고, 수직무브먼트도 좋다. 릴리스포인트는 2m에 이르고, 수직무브먼트 값도 상위권이다. 가뜩이나 공도 빠른데 시선도 흔들리고 공끝까지 좋다.
사실 전임자인 반즈도 ‘좌승사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감보아와는 조금 다른 장점을 가진 좌타자 킬러였다. 공이 그렇게 빠르지는 않지만 워낙 독특한 팔각도에서 나오는 공이 좌타자의 시선 처리를 방해했다. 여기에 좌타자 바깥쪽으로 크게 휘어져 나가는 변화구까지 가지고 있었다. 사실상 두 가지 구종을 보고 들어가는데 이걸 판단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아직 더 지켜봐야 하지만 감보아는 더한 선수가 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슬라이더를 갖추고 있는데다 공까지 빠르기 때문이다. 감보아는 올해 좌타자 상대로 피안타율 0.182에 탈삼진 비율이 28.6%에 이른다. 상대 팀이 분석을 해봐도 좌타자는 승산이 크지 않아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타자들이 대거 배치될 텐데, 기본적인 빠른 공에 우타자를 상대로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변화구가 장착된다면 롱런의 길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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