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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베컴도 SNS에 올린 中인형 ‘라부부’ 정체

헤럴드경제 정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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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베컴도 SNS에 올린 中인형 ‘라부부’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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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물우주선 ‘톈저우(天舟) 9호’ 성공적 발사
블랭핑크 리사가 ‘라부부’ 인형이 달린 핸드백을 들어 보이고 있다. [블랙핑크 리사 인스타그램]

블랭핑크 리사가 ‘라부부’ 인형이 달린 핸드백을 들어 보이고 있다. [블랙핑크 리사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중국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POP MART)’의 캐릭터 인형 라부부(LABUBU)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라부부는 토끼처럼 쫑긋한 긴 귀에 큰 눈, 뾰족한 이빨을 가진 괴상한 외모의 봉제인형이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블랙핑크 멤버 리사, 미국 팝가수 리한나,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등 국제적인 유명인사들이 ‘라부부’를 애용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에 노출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방콕 시암센터 쇼핑몰의 팝마트 팝업 스토어에서 사람들이 캐릭터 인형 ‘라부부’를 살펴보고 있다. [AFP]

방콕 시암센터 쇼핑몰의 팝마트 팝업 스토어에서 사람들이 캐릭터 인형 ‘라부부’를 살펴보고 있다. [AFP]



영국에서는 이 인형을 사기 위해 쇼핑객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밤샘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중국에 직접 방문해 구매하는 해외 팬들도 많다. 필리핀의 인플루언서 리애나 패트리샤 키예르모는 틱톡 영상에서 “세계 최대 팝마트 매장을 방문하기 위해 중국까지 왔다”고 전했다.

엄청난 인기에 정가는 30달러(약 4만원) 수준이지만 되팔 때는 수백 달러에 달할 정도다.

NYT는 “라부부 열풍은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지만, 중국의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서도 중국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를 “중국 장난감 기업이 만든, 아홉 개의 이빨을 가진 털복숭이 요정이 해외로 뻗어 나가는 중국 팝컬처의 기준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팝마트에서 제공한 ‘라부부’ 홍보 이미지. [AP]

중국 팝마트에서 제공한 ‘라부부’ 홍보 이미지. [AP]



라부부 외에도 지난해 8월 20일 중국 게임 개발사가 제작한 <흑신화: 오공(黑神话: 悟空, Black Myth: Wukong)>과 같은 중국산 게임, BYD(비야디) 등 전기차 브랜드, 중국산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DeepSeek)’, 상하이 스카이라인과 청두 판다를 소개하는 여행 블로거들, 넷플릭스에 소개된 중국 사극 등 다양한 중국 문화 콘텐츠와 기술이 해외로 퍼지고 있다.

美 젊은 세대 중심으로 ‘中 호감도 상승’...美 앞질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지난달 발표된 모닝컨설트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글로벌 이미지가 처음으로 미국을 앞질렀다. 이는 미국의 동맹국까지 모두 포함한 결과다.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3월 조사에서 미국 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5년 만에 처음으로 소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젊은 층에서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이후 미국의 국제적 이미지가 급격히 하락한 영향도 크다. 모닝컨설트는 “미국에 대한 지지가 빠르게 감소한 반면, 중국에 대한 호감도 상승은 비교적 완만하다”고 분석했다.

홍콩침례대 잉주 교수는 NYT에 “미국의 고립주의적 태도가 심화되면서, 중국이 오히려 ‘안정되고 일관된’ 이미지로 비춰진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국제 담론 재구성해야”…대중문화, 글로벌 파워 원천되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국제 담론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중국은 경제·군사력 외에도 관광지로서의 매력과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 대안국가임을 보여주고자 노력해왔다.

이미 중국 내에서는 이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과거 서구 브랜드에 열광하던 중국 소비자들은 이제 자국 브랜드와 스타를 선호하고 있으며, 라부부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매진되고 있다. 심지어 해외에서 구매해 몰래 들여와 되파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으며, 베이징 경매에서는 인간 크기의 라부부 조형물이 15만달러(약 2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일부 해외 팬들도 라부부를 계기로 다른 중국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라부부 피규어나 의상을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팁이 공유되고, 미국의 대중 관세에 대한 우려도 언급되고 있다.

호주에서 온 수 아우(30)는 “지난해 상하이에 라부부 인형을 사러 갔지만 다 팔리고 없었다”며 “중국 옷 브랜드에도 흥미가 생겨 올해 다시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주변 친구들도 라부부 열풍 이후 중국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라부부가 중국산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 라부부는 팝마트가 유통하지만, 캐릭터 자체는 홍콩 출신의 네덜란드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것이다. 팝마트는 디즈니, 마블 등 서구 브랜드와도 협업 중이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에서 라부부가 인기 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게 중국산인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은 ‘랜덤 박스’ 방식, 희소성 전략 등 마케팅 기법에 더 열광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中 과도한 국가개입, 역효과 낳을 수도”
문제는 중국 정부가 소프트파워 성공을 ‘국가 주도 문화 산업의 성공’으로 해석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소프트파워 강화’ 캠페인은 유행을 정부 의지로 만들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이 왜 쿨한가”라는 기사에서 “‘쿨’은 젊은 세대와 패션에서 비롯된 개념”이라고 다소 어색하게 설명하거나, “중국의 쿨함은 ‘인류 공동의 미래를 만드는’ 데서 나온다”는 시진핑 어록을 인용해 선전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게임 ‘오공’의 해외 홍보를 맡은 한 중국 회사는 스트리머들에게 ‘페미니즘’이나 ‘코로나’ 등 민감한 주제를 피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는데, 이는 중국 정부의 검열에 따른 것이다.

결국, 소프트파워 확대는 자발적이고 유기적인 문화 확산일 때 가장 효과적이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오히려 국제사회의 경계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