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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이용자위원회] "대선 공약 검증 돋보여…TV토론과 발언 팩트체크는 부실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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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이용자위원회] "대선 공약 검증 돋보여…TV토론과 발언 팩트체크는 부실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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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 "외환죄 조사 가능…응하느냐는 尹 의사에 달려"
21대 대선 보도 평가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가 13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대선 보도를 평가하는 회의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가 13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대선 보도를 평가하는 회의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는 13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회의를 열고 21대 대통령선거 보도를 살펴봤다. 위원들은 조기 대선으로 공약이 세밀하게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점검에 최선을 다하고 균형 잡힌 비판을 함으로써 한국일보가 감시자 기능을 잘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김경희 위원장은 "한국일보가 'H공약체크' 등 기사에서 공약 실현 가능성, 예산, 기존 계획과의 중첩 여부를 다뤄 유권자의 판단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평했다. 다만 유권자 표심에 대한 심층 분석, 온라인 대선 특집 페이지 운용은 아쉽다고 평했다. 회의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 7명이 참석했고 지방 출장 중인 정명화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냈다. 한국일보에서는 사내 위원인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 외에 김회경 논설위원이 함께했다.


"정당 막론하고 필요한 비판하는 사설"


한국일보의 대선 보도는 대체로 공정했다. 장민제 위원은 "사설에서 후보와 정당을 가리지 않고 적절한 비판이 이뤄졌다. 국민의힘의 경우 한덕수-김문수 후보 단일화의 문제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방탄 입법처럼 보일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 이준석 후보의 언어 성폭력 문제 등 필요한 지적을 잘 했다"고 말했다. 강민구 위원은 "다른 언론사의 경우 특정 후보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한 보도가 눈에 띄었지만 한국일보는 여론조사 보도를 가장 많이(22건) 하는 등 사실에 기반한 보도 태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고 말했다.

정지훈 위원은 "군소 정당인 민주노동당의 권영국 후보에 대해서도 비교적 충실하게 다룬 점이 좋았다"고 했다. 그가 실제로 전국 12개 일간지에 대해 5월 12일~6월 9일 보도를 분석한 결과 권 후보에 대한 기사가 가장 많은 매체는 한겨레(61건) 경향신문(56건)이었고 조선일보(2건) 동아일보(3건)는 가장 적었던 반면 한국일보(20건)는 중간 정도로 다뤘다.

정지훈 위원이 조사한 12개 일간지의 대선 전후 권영국 후보 보도 건수.

정지훈 위원이 조사한 12개 일간지의 대선 전후 권영국 후보 보도 건수.


대체적인 균형에도 불구하고 거대 양당에 편중됐거나 불공정하게 보인 기사도 지적됐다. 유혜정 위원은 대선 기획 시리즈인 '캠프 인사이드' 기사 11건 중 8건이 이재명 캠프, 2건이 김문수 캠프를 다룬 점, '대선캠프 브레인 인터뷰' 기사 9건 중 5건이 이재명 캠프 기사인 점을 들며 "보도가 너무 치우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하상응 위원도 "이준석 캠프와 권영국 캠프에도 브레인이 있지 않을까"라며 보도에서 배제한 것을 아쉬워했다. 또 "공약 점검에 권 후보 공약이 포함된 기사도 있고 안 된 기사도 있는데 기준이 뭔지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유 위원은 'H여론조사'(5월 19~23일 자)의 연재 회차 제목을 '보수의 위기' '이재명 리스크'로 단 것은 특정 후보에 대해서만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질문 항목도 특정 후보에만 불리한 게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논설위원은 특정 정당 쏠림에 대해 "아무래도 취재가 수월한 쪽을 더 자주 쓰게 된다.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보도 많았지만 심층 분석은 부족



한국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기획 'H여론조사'는 3,000명 규모의 전례 없는 대규모 웹 조사로, 그만큼 오차 범위가 작고 투표의향층·비투표층·고정지지층·유동지지층·유동층으로 유권자를 세분화해 분석한 점 등에서 눈길을 끌었다. 총 17개 문항을 질문해 후보 지지 표심 외에 공약에 대한 조사를 포함한 점도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러나 여론의 변화와 선거국면 흐름에서 정말 궁금한 사항에 대한 심층 분석은 부족했다는 평가다. 장 위원은 "이번 선거가 내란 심판 성격이어서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음에도 김문수 후보가 41%나 득표한 것, 이재명 후보가 지난 대선과 비슷한 득표에 머문 것은 꽤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의문을 해소해 줄 심층 설명과 분석이 없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광역권 단위로 표심을 분석했는데 경남권 내에서 이재명 후보 득표율의 미묘한 변화를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선거국면을 흔든 사건들을 표피적으로 중계한 것도 아쉬웠다는 평이다. 유 위원은 "대선의 큰 이슈였던 국민의힘의 단일화 추진 과정이 논란과 사건 중심으로 보도돼,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후보의 성폭력 발언에 대해서도 "본질적 문제를 다루지 않고 표피적인 논란만 보도한 정도였다. '이슈전파사'에 출연한 장혜영 전 의원이 쉽게 설명했듯이 성폭력을 비판하기 위해서라도 그대로 인용한 발언은 문제라는 것을 강조해야 했다"고 말했다. 권혜진 위원은 문제의 발언을 기사와 사설에서 그대로 전하지 않은 점은 "칭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여론조사 방법을 첫 회에만 싣고 2회부터 생략한 점은 "선거 여론조사 보도 준칙 위반"(김 위원장)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권 위원은 "26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3,000명 조사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도 궁금한데 조사 방법을 더 투명하게 밝히면 좋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정명화 위원은 5월 17일 자 후보들 지지율 인포그래픽이 후보 사진 배치와 그래프 추이 방향이 엇갈려 혼란스럽다는 점을 짚었다.

5월 19일 자 H여론조사 첫 회에만 여론조사 방법이 실렸다.

5월 19일 자 H여론조사 첫 회에만 여론조사 방법이 실렸다.


"공약 부족했지만 점검에 최선 돋보여"



'H공약체크'는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 분석하는 데 큰 도움"(정지훈 위원)이 되고 "유권자의 알 권리에 기여한 유익한 기획"(권 위원)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하 위원은 "다급하게 치러진 대선이어서 중앙선관위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10대 공약 외에 정책이나 공약이 부실했고 언론사들이 이를 비교 분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정책 선거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한국일보는 알아야 하는 정보들을 최대한 담으려 노력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가장 좋았던 공약 기사로 '임신 사실 알리면 권고사직·해고 압박 비일비재한데...'(6월 2일 자)를 꼽았다. 그는 "퇴직을 강요한 실제 사례를 통해 ‘젠더 공약의 실질성’을 묻는 구조로 스토리텔링이 효과적이었고 현실에 기반한 공약 검증 기사"라고 말했다. '이재명 '해상 전력망' VS 김문수 '원전 60%'... 발등에 불 끌 대책 없다'(5월 26일 자)에선 "실현 가능성과 재정 문제를 짚은 점이 돋보였다. 다만 김문수 후보의 원전 60% 공약에 대한 국제환경 변화, EU 그린 택소노미 등 맥락을 추가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 위원은 공약을 내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후보의 경우 10대 공약에 외교안보 공약이 아예 없었는데 인포그래픽에서 이를 드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각 후보의 기후위기 공약을 시민단체를 통해 받아서 보도한 기사에서는 이준석 후보의 기후위기 공약이 없는 것을 드러나게 보도했다. 하 위원은 "어떤 후보에게 특정 공약이 없다는 것도 유권자에게는 중요한 정보"라고 말했다. 정지훈 위원은 여러 후보의 공약 전체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종합 인포그래픽이 없는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TV토론회 등 선거 팩트체크 확대해야"



후보 주장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팩트체크는 선거에서 특히 중요함에도 빈약했다. 'H팩트체크'를 내세웠지만 선거 기간 중 5건을 기사화하는 데에 그쳤고, 검증할 내용이 많았던 TV토론회 관련 팩트체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지훈 위원은 "팩트체크 기사 수가 절대적으로 적었다. JTBC의 경우 TV토론회 발언을 실시간으로 검증했는데, 실시간까진 아니어도 적절히 다뤄줬다면 좋았겠다"고 짚었다. 하 위원도 "적어도 세 차례의 TV토론회 직후에는 팩트체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타임스가 정치인 발언과 정책에 대해 팩트체크 코너를 상설 운영하는 것을 예로 들며 팩트체크를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강 위원은 팩트체크 기사의 형식이 제각각이라며 통일할 것을 주문했다.

장 위원은 미국 투자자 짐 로저스와 영상통화를 해서 이재명 후보 지지 발언을 한 적 없다고 보도한 '짐 로저스 "이재명 지지 선언한 적 없어… 한반도 평화 입장 재확인한 것"[인터뷰]'(6월 3일 자)에 대해 대선 직전까지 사실을 검증한 노력을 칭찬했다.


뉴욕타임스 팩트체크 코너에서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TV토론회 발언을 검증한 기사.

뉴욕타임스 팩트체크 코너에서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TV토론회 발언을 검증한 기사.


"온라인 페이지, 개표 실시간 보도 신경 써야"


온라인의 대선 특집 페이지 운용과 기사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투표 당일 여러 언론사가 특집 페이지를 구성해 후보들의 득표율을 실시간으로 보여줬지만 한국일보는 투표율 추이를 앞세우고 후보 간 득표율, 지역별 득표율 등을 한눈에 비교해 보여주지 않았다. 장 위원은 "뉴닉, 뉴웨이즈 등 뉴미디어들은 대선 기간을 온라인 구독자를 모을 중요한 기회로 보고 특집 페이지를 구성했다. 후보별 주요 공약과 인터뷰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일보 사이트에는 투표율 추이와 후보자 약력만 노출했고 관심을 끌 정보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 사이트에 기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지 않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명화 위원은 '이재명 정부 이것만은'(6월 9~12일 자) 기획이 "지면에는 매번 기사목록을 게재했지만 온라인에는 넣지 않아 관련 기사를 이어서 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후보들의 대선 유세 연설문을 전수조사한 '이 "내란·계엄" 김 "방탄·독재" 프레임 전쟁'(6월 2일 자) 기사가 한국일보의 독창적 콘텐츠로 매우 흥미로웠다. 홈페이지에 특집 페이지로 구성해 독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뉴닉, 어피티, 뉴웨이즈의 대선 특집 페이지

왼쪽부터 뉴닉, 어피티, 뉴웨이즈의 대선 특집 페이지


온라인 기사의 부절적한 제목은 비판을 받았다. 유 위원은 ''문수 코인' 어디까지 오를까…저가 매수 의원들 '활짝''(5월 1일)에서 후보자를 코인에 비유한 것, '이력서 성별에 '트랜스젠더' 썼더니··· 호기심에 불러봤다는 면접관'(5월 28일)은 공약 검증 기사인데 가십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제목을 붙인 것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계엄 인터랙티브 완결편, 기록적 가치"



인터랙티브 12·3 불법 계엄의 시작과 끝[장소편]

인터랙티브 12·3 불법 계엄의 시작과 끝[장소편]


대선 기사 외에 지난달 인상 깊었던 기사로 인터랙티브 '12·3 불법 계엄의 시작과 끝[장소편]'이 꼽혔다. 권 위원은 "비상계엄부터 탄핵 선고까지 긴박했던 123일을 인물과 장소로 나눠 인터랙티브로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며 "기록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뛰어난 프로젝트"라고 했다. 유 위원은 "정보가 훌륭하게 정리됐다. 대선 직전에 나와서 다시 한번 대선의 이유를 생각하게 됐다"고 칭찬했다. 정지훈 위원은 ’갇힌 집:구제받지 못하는 사람들‘(5월 12~14일 자)에 대해 "전세사기 과정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결국 세입자들이 대출금을 갚게 된다는 불합리함을 강조해 전세사기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시켰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진화하는 전세 사기의 현실을 꼼꼼한 취재와 자료를 통해 통렬하게 고발했다"면서 "낙찰받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지 정책적인 대안 제시도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책 공유 방식 2030 ‘데이터 시각화’ 4050 ‘동영상’ 60대 ‘설명회’ 선호

정책 공유 방식 2030 ‘데이터 시각화’ 4050 ‘동영상’ 60대 ‘설명회’ 선호


권 위원은 '경찰 "시흥 흉기 피습 중국인 용의자 공개 수배…57세 차철남"'(5월 19일)과 관련해 "외국인 범죄 보도에서 흔히 국적을 강조하는데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고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한 '정책 공유 방식 2030 '데이터 시각화' 4050 '동영상' 60 '설명회' 선호'(5월 31일 자)에서는 "인포그래픽의 파스텔톤 컬러와 정보가 없는 이미지가 오히려 가독성을 해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여론조사 응답값의 합이 99%이거나 101%이어선 안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9기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 명단

9기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 명단


송은미 기자 myso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