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박물관 소장품 등 총 62건 전시…日 문화재 첫 공개
화려함·절제·찰나의 감동·유희 등 네가지 시선으로 전시
"장르·시대 작품 보다는 일본의 감수성·정서 전시에 초점"
일본인들, 벚꽃 피고 지는 아쉬움 비단 기모네에 그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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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언론공개회를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갖고 두 기관의 소장품 62건을 선보이고 있다. 2025.06.16. pak7130@newsis.com |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가을 들판에 피어난 꽃 헤아려 보니 일곱 가지 꽃이 있네. 싸리꽃, 억새꽃, 칡꽃, 패랭이꽃 마타리, 등골나물, 도라지꽃 ' (야마노우에 오쿠라 시가집 만요슈 중)
일본 문화에는 벛꽃이 피고 지고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듯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을 바라보며 아쉬워하면서도 그 순간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정서 '아와레(あはれ)'가 있다.
한 계절 잠시 꽃을 피우고 바람에 흔들리는 자연에서 느끼는 아와레는 미술 작품들에 오롯이 담겼다. 이러한 아와레를 느껴볼 수 있는 전시가 한국에서 열린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특별전 '일본미술, 네가지 시선'이다.
권강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16일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열린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언론공개회에서 아와레에 대해 "아와레는 변화하는 자연에 깊이 감동하며 만물의 덧없음을 인식하고 느끼는 섬세하고 애잔한 감정"이라며 "이 정서는 미술품에서는 가을풀을 소재로 활발히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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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언론공개회를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갖고 두 기관의 소장품 62건을 선보이고 있다. 2025.06.16. pak7130@newsis.com |
17일부터 8월 1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06호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한국과 일본 대표 박물관 소장품 62건을 중심으로 일본미술의 외적 아름다움 뿐아니라 내면 정서를 감상하도록 구성됐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이번 전시에 일본 중요문화재 7건을 포함해 40건을 출품했다. 이 가운데 38건은 국내에서 첫 공개되는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까지 하면 총 62건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출품된 작품들을 ▲화려한 장식성 ▲절제된 미 ▲자연의 섬세한 변화에 대한 감동 ▲유쾌하고 재치 있는 미적 감각 등 4가지 시선에 주목해 전시에서 풀어냈다.
권 학예연구관은 이번 전시에 대해 "미술품 장르나 시대 등을 다루는 것이 아닌 미적 감수성과 정서를 다루는 전시"라며 "여기서 다루는 개념은 좁게는 일본 미술이지만, 넓게는 일본 문화 전반의 감성적이고 문화적 맥락을 함께 조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와레 감정도 다루는 만큼 이 전시는 미술품을 다루는 전시 이상으로 전시 내용을 오롯이 이해하려면 문학에서의 '아와레' 개념도 필요하다"며 "전시장 곳곳에 일본 고전 문학이라든지 일본 고유 시가인 '와카'의 내용 등 미술과 문학을 아우러지게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덧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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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언론공개회를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갖고 두 기관의 소장품 62건을 선보이고 있다. 2025.06.16. pak7130@newsis.com |
전시관에 들어서면 토기, 자기, 마키에 칠기, 이불, 병풍 등 화려한 공예품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깊은 바리, 향로 모양 토기, 꽃 새무늬 발, 매화나무무늬 접시, 벛꽃무늬 향 놀이 도구상자, 길상무늬로 장식된 옷 모양 이불, 금박에 화려한 색으로 봉황과 공작을 그린 병풍, 장식 종이에 쓴 와카를 장식적인 서체로 쓴 서예까지 화려한 장식에 열정적인 일본 미의식을 보여준다.
최종은 학예연구사는 "특히 해이안 시대 귀족들이 화려한 색색의 옷을 마구 겹쳐 입거나 계절에 어울리는 풀꽃이나 화려한 가구로 공간을 꾸몄다"며 "공간과 몸을 꾸미는 우아한 궁정 문화에서 시작된 장식 문화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일본 미술 속 화려한 장식성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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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언론공개회를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갖고 두 기관의 소장품 62건을 선보이고 있다. 2025.06.16. pak7130@newsis.com |
화려함과 정반대의 '절제미'를 보여주는 것은 다기다.
줄무늬, 잔 벗꽃무니만 있는 일본 기모노 복식 고소데를 비롯해 베개 문양 꽃병, 붉은 칠 대접, '아마데라'라 불린 구로라쿠 찻잔, '시바노이오리'라 불린 물항아리 등이 대표적이다.
최 학예연구사는 "화려한 금병풍 등 금빛 그림들이 많이 그려졌던 아즈치 모모야마 시대(1573~1603)에는 한편으로는 흥미롭게도 이번 전시에 공개된 거칠고 투박한 미감의 도기들이 또 각광받던 시대였다"며 "'흙을 손으로 빚어 올려서 울퉁불퉁하고 투박한 생김새로 만든 찻잔이지만 기교 없이 무심하게 만들었다기 보다는 손에 쥐었을 때 착 감기고 가볍게 들 수 있도록 그리고 입에 닿는 느낌이 좋도록 정밀한 계산을 거쳐 의도된 투박함, 자연스러움, 섬세한 취향의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여기에 전시된 다도 도구 모두 도쿄 국립박물관 소장품으로.일본에서도 하나하나 명품으로 사랑받는 전시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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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언론공개회를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갖고 두 기관의 소장품 62건을 선보이고 있다. 2025.06.16. pak7130@newsis.com |
전시장 가운데는 절제미가 담긴 찻잔과 당시 일본 차 문화를 보여주는 다실도 마련됐다.
꾸밈과 절제가 일본의 외적 아름다움이라면 일본의 내적 정서는 순간의 감동 '아와레'와 유희 '아소비'다. 이 정서를 다룬 3부와 4부는 가을풀이 묘사된 그림, 복식, 공예 등 미술품과 문학작품, 그리고 공연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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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언론공개회를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갖고 두 기관의 소장품 62건을 선보이고 있다. 2025.06.16. pak7130@newsis.com |
3부 전시장 가운데 정면에 전시된 도쿄국립박물관 대표 소장품인 일본 장식 화풍 대가 에도 시대의 화가 오가타 고린(1658~1716)의 '가을풀무늬 고소데'에는 만발한 억새, 싸리꽃, 도라지꽃, 들국화가 그려져있다.
최 학예연구사는 "'아와레'는 8세기 무렵의 문헌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며 "처음에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동할 때 감탄사에서부터 시작했고 이후 시대에 걸쳐서 이 말이 사용되면서 감탄, 애정부터 깊은 감동, 애잔함까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또 "도라지꽃, 국화꽃, 싸리꽃, 억새 이런 가을 풀들은 당시 오가타 고린이 즐겨 그렸던 가을풀"이라며 "미술에서 가을풀무늬가 폭넓게 사용됐고 옷에도 가을 정서를 전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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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언론공개회를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갖고 두 기관의 소장품 62건을 선보이고 있다. 2025.06.16. pak7130@newsis.com |
유쾌하고 명랑한 정서 '아소비'는 비극 공연 '노'에 사용된 의상 3점들과 '요로보시', '사쿠미', '오지', '오토' 등 가면들에 표현되어 있다.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그린 병풍과 꼬리잡기하며 노는 동자들을 그린 병풍은 삶의 유희를 보여주는 미술품이다.
특히 전통 수묵화의 틀에서 벗어나 먹의 번짐과 즉흥성을 활용해 자유로운 회화 세계를 펼친 화가 이토 자쿠추의 '수묵유도권'은 그림 그리는 것을 놀이처럼 여긴 화가의 인식을 보여준다.
최 학예연구사는 "'먹의 유희'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화가가 굉장히 기발하고 자유분방하게 먹을 사용해 사계절 동식물을 생생하게 표현했다"라며 "늦봄에서 초여름에 해당하는 작품에서 닭 깃털과 국화를 표현한 부분에 먹이 번지면서 그 끝에 나타난 윤곽선으로 형태를 묘사한 독특한 표현법이 돋보이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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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언론공개회를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갖고 두 기관의 소장품 62건을 선보이고 있다. 2025.06.16. pak7130@newsis.com |
이번 전시가 마무리되면 내년 2월에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가져가 특별전 '한국의 보석상자'가 열릴 예정이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인사말에서 "문화는 국가 간 교류와 이해의 토대를 이루는 가장 깊이 있는 매개"라며 "이번 전시가 일본 미술의 시각적 아름다움은 물론, 그 이면에 깃든 사유의 깊이와 감성의 결을 직접 느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후지와라 마코토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장도 "이번 전시는 도쿄국립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토대로 일본 미술을 소개하는 양국 박물관 학술 교류의 성과"라며 "이번 전시가 한국에서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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