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마리서치 주가 추이/그래픽=김지영 |
이익 성장률이 높고 주가는 장기간 우상향해 국내 증시에서 보기 드문 퀄리티 주식으로 꼽히는 파마리서치가 인적분할 소식을 발표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돈다. 증권가에서는 신설법인 가치 재평가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소액투자자에게 불리한 분할비율, RCPS(상환전환우선주) 전환에 따른 오버행 우려에 대한 경계심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16일 거래소에서 파마리서치는 전 거래일 대비 2만4500원(5.65%) 오른 4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파마리서치는 스킨부스터를 생산하는 K-뷰티 선도기업 중 하나다. 특히 파마리서치 대표제품인 물광주사 리쥬란은 강남 피부과에서 입소문을 타며 국내 에스테틱 플랫폼 인기 시술 순위 상위권에 수년째 올라있다. 성장기업은 배당에 소극적이지만 파마리서치는 성장과 주주환원을 모두 챙겨 투자자들 사이에서 수년간 주목받아왔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파마리서치 매출액 CAGR(연평균성장률)은 30%에 달했고 OPM(영업이익률)은 40%에 육박했다. 최근 3년 배당성향 평균은 14.49%였다.
꾸준한 실적과 주주 친화 정책으로 신뢰를 받아온 파마리서치가 예고없이 인적분할 계획을 밝히자 투자자들은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3일 파마리서치는 투자를 담당하는 파마리서치홀딩스가 존속법인으로 남고 화장품, 의약품 등 기존 에스테틱 사업을 영위할 신설법인 파마리서치를 인적분할한다고 밝혔다. 분할비율은 파마리서치홀딩스 0.74대 파마리서치 0.26으로 기존 주주는 위 비율로 두 회사 지분을 배정받게 된다.
파마리서치는 회사 규모가 커지며 투자와 자회사를 관리하는 지주사가 필요해졌다는 점을 인적분할 이유로 제시했다. 2023년 파마리서치가 인체의약품을 개발하는 씨티씨바이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해 인수가 수년간 지연됐다는 점도 분할 원인으로 꼽혔다. 공시가 발표된 당일 개인투자자는 파마리서치 주식을 40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주가는 52만3000원에서 43만3000원으로 17.11% 급락했다. 이날 기관투자자는 454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
증권가 분석 갈려…분할비율은 최대주주에 유리
━
![]() |
/사진=임종철 |
이번 인적분할을 두고 증권가 평가는 갈렸다. LS증권은 리쥬란 성장성이 인적분할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46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분할로 온전히 신설회사에 반영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목표 PER(주가수익비율)을 낮춰 목표주가를 61만원에서 55만원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인적분할 이후 존속법인인 파마리서치홀딩스 주가가 단기간 큰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이번 분할과 유사한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F&F 역시 분할 이후 지주사 역할을 맡은 F&F홀딩스는 주가가 하락했지만 본업을 이어간 사업회사 F&F는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분할 이후에는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는 핵심자산이 신설법인으로 넘어가는만큼 일시적으로 ROE(자기자본이익률)가 급등하고 PER이 낮게 형성돼 신설법인 주가는 급등할 수 있다. 다만 존속법인도 꾸준한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국내 일반적 지주사 수준인 PBR 0.4배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올투자증권은 인적분할 후 재상장 첫 거래일인 오는 12월10일 존속법인 주가는 최대 65%까지 하락하고 신설 사업회사는 최대 160%까지 이론상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분할 이후 둘째 거래일에 사업회사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존속법인이 하한가를 기록하더라도 전체 기업가치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존속법인과 사업회사 기업가치는 각각 1조원, 6조4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인적분할에서 존속법인과 사업회사 비율이 통상 5대 5 수준에서 형성됐다는 점을 고려할때 파마리서치 분할비율은 소액주주에게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구조가 인적분할을 가장한 물적분할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홀딩스 비중이 유례없이 높다"며 "이는 지주사 요건 충족과 최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CPS가 대거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CVC캐피탈이 보유한 파마리서치 RCPS 118만주는 전환 시 전체 보통주 11%에 달하는데 내년 상반기 현물출자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오버행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CVC 캐피탈이 보유한 RCPS는 3년 양도제한조항이 있지만 현물출자 유상증자는 모든 주주가 참여할 권리가 있다"며 "조항보다 주주 권리가 앞서면 전환주를 보통주로 바꾼 뒤 공개매수 참여 또는 매각 후 포지션 정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