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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대북전단 엄정 대응! 위헌 논란 넘을까?

헤럴드경제 전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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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대북전단 엄정 대응! 위헌 논란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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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금지법 위헌에 항공안전법 등 다른 법령 적용할 듯
탈북자단체 전단 살포 강행 예고…“무조건 잡아들이면 안돼”
납북자가족모임은 지난 4월 27일 새벽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평화랜드 펜스 뒤편에서 대북전단 8개를 북측을 향해 날려 보냈다고 밝혔다.[뉴스1]

납북자가족모임은 지난 4월 27일 새벽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평화랜드 펜스 뒤편에서 대북전단 8개를 북측을 향해 날려 보냈다고 밝혔다.[뉴스1]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엄중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탈북자단체들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북전단 살포 대응 방침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최근 민간단체들이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하자 모든 관련 부처에 예방과 사후 처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16일 통일부 주관으로 유관 부처 회의를 열어 종합 대책을 논의했다. 강종석 통일부 인권인도실장이 주재하는 이번 회의에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실무급 관계자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대북전단 살포를 효과적으로 예방·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동시에 추가로 적용할 수 있는 법령이 있는지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토부는 무인자유기구는 외부에 2㎏ 이상 물건을 매달고 비행하는 기구를 의미한다는 항공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대북전단 풍선 무게가 2kg을 넘어설 경우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재난안전법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위험지역으로 선포한 곳에 허락 없는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부터 파주, 연천, 김포 3개 시군을 재난안전법상 위험구역으로 지정하고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24시간 순찰 중이다.


또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은 지자체 등록 없이 헬륨 등 고압가스를 운반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문제는 위헌 논란과 함께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2020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어 시행했다. 하지만 지난 2023년 헌재는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 3호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관들은 강한 처벌 조항이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전단 살포 자체가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나 위험을 발생시킬 만한 직접적 위험성을 지닌 행위로 볼 수 없고 이는 북한 도발 여부에 달려있는데도 최후 수단이 돼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한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었다.

이날 열린 통일부 주관 회의에선 전단 살포를 금지하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는 지적에 대한 대응방안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단 살포와 관련한 이 대통령의 엄중 조치 방침에 대해 정치권도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권은 관계 당국의 엄중한 처분을 촉구하는 입장이지만, 야권은 표현의 자유 처벌은 헌법정신에 대한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주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백해무익한 불법행위”라며 “군사적 긴장을 높이려는 행태가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황 대변인은 “관계 당국은 민간단체 불법행위에 대해 항공안전관리법·재난안전법·고압가스관리법 등 법령을 신속하게 검토하고 엄중한 처분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 결정을 위배해 다른 법률로 처벌하는 건 헌법정신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대북전단을 보내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벌로 처벌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고압가스관리법에 진짜 문제가 있어서 그것을 처벌하는 건 별개지만 이것을 수단으로 삼아 대북전단 이슈에 이용하는 것은 명백하게 헌재 헌법 해석에 반한다”며 “물론 남북관계를 고려해 대북전단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지만 헌재 결정이 있었음에도 다른 법으로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민간단체들이 기습적으로 전단을 살포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처벌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실효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4월 2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항공안전관리법에 따라 2㎏을 넘지 않게 전단을 준비했다며 대북전단 뭉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4월 2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항공안전관리법에 따라 2㎏을 넘지 않게 전단을 준비했다며 대북전단 뭉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대북전단 중지 요청에도 민간단체들은 전단 살포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남북대화를 잘 이끌어 납북자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면서도 “대통령이라면 자국민 보호를 우선시하고 피해 가족을 직접 만나 설득해야지 무조건 잡아들이라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인천 강화도와 경기 김포 접경지역에서는 민간단체가 날린 것으로 추정되는 대북전단도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경찰청은 “강화와 김포 일대에서 발견된 대북 풍선은 모두 항공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할 예정”이라며 “다른 관련 법령 위반 여부도 엄중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