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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과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이 주최한 '새정부 거버넌스 · 정책 혁신 방향 좌담회'가 12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성 전자신문 차장, 이성엽 고려대 교수, 문용식 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장관, 권헌영 고려대 교수, 석제범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사무총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시대에 출범한 새 정부 핵심 정책과제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AI 패러다임 전환 방향과 성공 조건 등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자신문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최고 전문성과 경험을 지닌 4명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특별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우리나라가 AI 산업 대전환 기회를 살리기 위해 강력한 통합 거버넌스 구축과 효율적 행정 기반 마련, 인재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AI 거버넌스 개편과 관련, 대통령 직속 AI디지털혁신처 신설과 부총리급 AI디지털혁신부, 과학기술AI혁신부 창설, 각자 장관제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참석자=노준형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회장(전 정보통신부 장관), 문용식 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사회=박지성 전자신문 차장
정리=박준호 기자, 남궁경 기자
◇사회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재 글로벌 시장 환경을 어떻게 평가하고 우리가 AI 패권 경쟁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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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교수 |
◇이성엽=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관세 등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특히 한국은 비관세 장벽 철폐 압박에 놓여있다. 또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네이처 인덱스 논문 순위에서 중국의 약진이 돋보인다. 한국은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취했지만 이제는 단순 추격자 위치마저 위태롭다. 장기적 저성장 구조 속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다. 결국 답은 AI다. 정부가 AI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고 AI를 통해 방만한 산업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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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식 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
◇문용식= 국가적으로 큰 위기다. 제조업,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AI 경쟁에서도 대형 AI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술 경쟁에서도 뒤쳐지고 인프라도 취약해진 상황에서 인재도 해외로 유출되는 중이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으로 국가 산업 구조를 바꿨듯 지금도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산업 재편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50년 만에 찾아온 산업 구조 재편의 기회다. 이를 성공시켜야만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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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헌영 고려대 교수 |
◇권헌영= 인공지능 전환(AX)은 우리가 잘 할 수 있다. 우리 강점은 빠른 응용과 혁신이다. 자동차·조선·방산·정보통신 모두 원천기술은 없지만 빠르게 인프라를 구축하고 응용한 덕분에 1등 산업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이러한 혁신을 AI를 통해 더 가속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경쟁력 있는 분야를 더 경쟁력 있게 만들고 각 도메인 분야를 AX를 통해 강화하는 형태의 국가 전략은 우리가 잘해왔던 만큼 성과를 낼 수 있다.
◇사회= AI 분야 100조원 투자 등 새 대통령의 AI·ICT분야 공약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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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
◇노준형=우리나라는 IT 분야에서 대부분 목표와 공약을 초과 달성한 경험이 있다. 과거 경험을 비춰보면 초고속 통신망 구축 계획을 수립할 당시 목표는 2015년까지 가구당 유선 속도 155mbps였다. 그런데 실제는 그보다 3~4년 앞서 유선도 아닌 무선으로 그 이상의 속도를 달성했다. AI 경쟁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어렵다지만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충분한 여력을 가진 만큼 아직은 기회가 있다.
◇문용식= 모든 대선 후보의 정책 공약에 AI 산업 육성이 포함된 것은 의미있는 성과다. 다만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를 정했다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종합 3위를 하려면 적어도 몇개 분야에서는 1위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 제조·교통·의료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특정 도메인에서 AX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우수한 행정시스템과 통신 인프라를 살려 독보적으로 1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와 기술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AI G3가 가능하다.
◇사회= 그렇다면 지금의 AI 거버넌스가 이러한 성과를 달성하는데 적합하다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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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과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이 주최한 '새정부 거버넌스 · 정책 혁신 방향 좌담회'가 12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문용식= 국가적 과제가 AX다. 그러려면 모든 분야에 AI 정책을 일관되게 끌고가야 하는데 지금의 구조로는 정책 조율, 컨트롤타워 역량 모두 역부족이다. 부처간 분산된 역할을 조정하고 중복 기능을 제어해 일관되게 장기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 범부처 차원의 상위 리더십을 세우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로 역할을 할 AI 미래기획수석을 신설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주무부처로서 과학기술, 디지털 전환, AI 첨단산업 육성 등 3가지 분야를 묶어서 가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성엽= 국가적 AX 정책을 이끌 수 있는 부총리급의 'AI디지털혁신부' 설치를 제안한다. 지금 구조에서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서로 화학적 시너지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 미디어도 정치적 이슈에 얽매여 있어 다른 기능이 마비된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분리하되 미디어 중 유료방송 정책 기능만 정보통신으로 가져와 AI·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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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과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이 주최한 '새정부 거버넌스 · 정책 혁신 방향 좌담회'가 12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권헌영= AI를 국가 핵심전략으로 내세웠다면 그에 걸맞은 정부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AI는 부처간 업무 조정이 아닌 국가 전체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 기획조정 기능과 집행 기능은 별도로 분리해도 된다. 대통령실에 AI 디지털 혁신처를 만들어서 AI 기획과 총괄 조정 기능은 대통령이 직접 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헌법 구조상 대통령실에 두기 어렵다면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고 AI 수석이 대통령과 직접 관리하는 형태의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혁신처가 조직, 예산, 디지털 자원 관리에 대한 권한을 다 가져가야 한다. 대통령이 AI 정책에 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다. 어렵더라도 이정도 의지는 가져야 한다.
◇노준형= 우리는 인텔 창업자 앤디 그로브가 저서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에서 말한 전략적 변곡점에 서있다.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IT 산업에 세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1994년 인터넷 상용화 시대와 2007년 아이폰이 촉발한 모바일 시대, 그리고 이번 챗GPT로 대표되는 AI 혁명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에서 제조업으로 가는 길목에서 혁신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어렵다. 과거처럼 거버넌스만 정비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지와 결단이다. 대통령이 AI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을 하고 있는지가 첫번째다. 다음으로 일반 국민들까지 AI 전환을 이해하고 공감해야한다. 결국에는 정책 당사자들의 사고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눈부신 경제발전을 했지만 지금은 성공의 경험이 독약이 될 수 있다. 발전 토대가 된 제조업에서는 다양성이 독이지만 AI 시대에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결국 AI 정책도 대통령의 강력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애자일(Agile)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ICT 거버넌스는 어떤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이성엽= AI디지털혁신부를 부총리급으로 가져가더라도 권한이 적으면 힘을 받기 어렵다. 기획재정부에서 가진 AI 예산 정책도 AI디지털혁신부가 직접 짜고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규제 관련 기능 충돌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규제 개혁도 AI디지털혁신부가 가져와야 한다. 경제·산업 모든 분야가 AI 디지털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단순 기술부처가 아니라 경제부처, 사회부처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과거 정보화사업 모델처럼 과기정통부가 국가AI위원회의 사무기능은 할 수 있도록 내부에 AI 정책실을 추가로 만드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AI 정책실이 강력한 조정 시스템으로 기능을 하면서 AI 전담부처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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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과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이 주최한 '새정부 거버넌스 · 정책 혁신 방향 좌담회'가 12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성 전자신문 차장, 이성엽 고려대 교수, 문용식 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장관, 권헌영 고려대 교수, 석제범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사무총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권헌영= 강조하자면 AI 정책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AI 디지털 혁신처가 필요하다. 예산·인사·조직·자원관리 등을 도맡는 강력한 조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혁신처장은 AI 수석이 겸직하는 형태로 운영하면 된다.
◇문용식= AI와 과학기술은 같이 가야 한다. 그러려면 과학기술AI혁신부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정보통신 분야는 산업부에 넘겨줘도 된다고 본다. 대신 AI 정부 사업 추진하는 행안부의 디지털정보실 기능, 국정원의 디지털 보안지침 기능까지 과학기술AI혁신부에서 가져와야 한다. 국회 역할이 커지는 만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미디어·방송을 떼내고 과학기술·AI에 전문화된 상임위를 만들어야 한다. AI 발전 속도에 맞춰 신속하게 법개정을 할 수 있는 AI 특위가 필요하다.
◇노준형= 대한민국 정부 조직의 가장 큰 문제는 관할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부처 장관이 정책 현안을 깊이 있게 알기가 어렵고 보좌 기관만 늘어난다. 보고 단계가 늘어나고 일하는 사람보다 보고받는 사람이 더 많다. 애자일한 업무 문화가 자리잡기 어려운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부처는 하나여도 장관을 나누면 된다. 기업의 각자대표 체제라고 보면 되겠다.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모두 마찬가지다. 보건장관, 복지장관, 에너지장관, 통상장관처럼 분야별로 나눠 맡는 것이다. 차관과는 다르다. 차관이 장관의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라면 각자장관은 자신의 권한을 직접 행사하는 대표격이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 특화되고 신속한 보고가 가능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AI 시대 시급한 거버넌스 과제다.
◇사회= AI 시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재 양성은 어떻게 해나가야 하나.
◇문용식= AI 인재는 10만명 양성 등 단순히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AI 분야에서 정말 필요한 인재는 탑티어급의 소수다. 이들은 육성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다. 결국 인재 정책은 이러한 우수인재를 발견하고 유치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AI 대학을 만드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본질은 기초학문을 중시하고 과학자를 우대하면 자연스럽게 탁월한 인재가 나올 수 있다. 해외 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비자제도를 유연하게 개선해주는 등 교육부를 넘어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성엽= 한국은 기술 기반 창업 생태계가 거의 붕괴된 상태다. 최근 나오는 스타트업들도 대부분 비즈니스 모델이 중심이지 기술력을 앞세운 창업은 드물다. 기술을 가진 인재가 창업하고 성공해 돈을 벌고 다시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기술 창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그림이 그려져야 우수한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인재 양성 이전에 창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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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과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이 주최한 '새정부 거버넌스 · 정책 혁신 방향 좌담회'가 12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성 전자신문 차장, 이성엽 고려대 교수, 문용식 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장관, 권헌영 고려대 교수, 석제범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사무총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사회= 마지막으로 새 정부의 AI 정책 방향에 대해 제언하자면.
◇이성엽= AI 산업과 관련해 중요한 키플레이어는 플랫폼이다. 플랫폼이 서비스 공급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온라인플랫폼 규제법 등 플랫폼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않다. 이렇게 되면 전 산업군의 AI화를 촉진하는 데도 장벽으로 작용한다. 미국이나 중국은 플랫폼과 국가가 하나의 파트너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도 플랫폼과 정부가 AI 산업 지원 측면에서 어떻게 파트너십을 가져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문용식= AI에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거나 AI 데이터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보면 무엇을(What)만 있고 어떻게(How)와 왜(Why)는 빠진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궁극적으로 왜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국가AI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민간이 과감히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수요를 창출해주는데 주력해야 한다. 민간이 데이터센터에 투자할 때 정부는 대학이나 연구소, 공공기관이 그 설비를 과감하게 쓸 수 있도록 예산으로 바우처를 제공하는 등 수요를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해야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도 마찬가지다. 특정 용도에 필요한 AI 모델 개발 수요를 정부가 만들어주면 민간이 이를 기반으로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정부는 예산 지원을 통해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민간 기업의 기술력이 축적되고 이를 토대로 한국형 대표 LLM이 나올 수 있다. 정부는 민간이 우수한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트리거'를 제공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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