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노보 등 수조원대 투자 '랠리'
국내는 정책·플랫폼 부진, 국가차원 지원 시급
AI를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시장 규모(전망치).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
'AI(인공지능) 신약'이 제약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국내 기업도 자체 플랫폼 구축 등 관련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해외 대형기업 중심의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면서 격차가 벌어지는 데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부족하단 점은 지속적인 한계로 꼽힌다. 새 정부가 AI 육성을 핵심과제로 강조하는 만큼 제약산업과의 융합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중국 CSPC제약그룹과 신약후보물질 관련 공동R&D(연구·개발) 협업을 발표, 선급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포함해 총 53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CSPC가 자체 AI 이중엔진 플랫폼을 활용해 후보물질을 발굴·개발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해당 물질 상업화의 독점권을 갖게 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4월에도 템퍼스AI 등과 암 정밀의료 AI모델 개발 관련 2억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3자계약을 하는 등 AI 신약 관련 투자규모를 확대 중이다.
국내외 AI 신약 시장은 올해 69억3000만달러(약 9조원)에서 2034년 165억2000만달러(약 23조원)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대형제약사(빅파마)를 중심으로 수천억~수조 원에 달하는 '빅딜'이 이어지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앞서 비만치료제 개발사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11일 AI 신약개발사 딥애플테라퓨틱스와 8억1200만달러(약 1조1100억원) 규모의 공동개발 계약을 했고 경쟁사 일라이릴리도 같은 날 주베나테라퓨틱스와 6억5000만달러(약 8900억원) 규모의 AI 단백질 플랫폼을 통한 근육강화 신약개발 협업계약을 했다.
이웃국가인 일본의 제약사들도 AI를 적극 활용 중이다. 아스텔라스제약은 AI모델로 화합물 식별 등을 반자동화해 후보물질 발굴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3분의 1 이상 감축했다. AI와 사람이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을 통해 연산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단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일본은 지난달 'AI전략본부'를 신설해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R&D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정, 중장기적인 AI산업 진흥을 목표로 내걸었다.
국내 업계도 제약사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 발굴한 후보물질을 임상에 진입시킨 사례도 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연합학습 플랫폼을 구축하는 'K멜로디' 프로젝트와 100만명 의료데이터를 통합해 정밀의료 연구자원을 만드는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 등 국가사업이 진행 중이나 전문인재 육성 및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대규모 투자 활성화 등 정책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단 의견이 나온다.
윤희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AI 혁신정책 기조에 힘입어 빅테크(대형 IT기업)·빅파마 주도의 AI 기반 신약개발이 활발하다"며 "한국도 국내 시장에 맞는 데이터·AI와 바이오분야 연구간 융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식품의약국(FDA) 산하 AI위원회로 제약사의 AI 관련 활동 관리·감독을 일원화했고 올 초엔 의약품 개발 AI의 첫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도 체계화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가단위의 바이오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임상정보 등 데이터를 표준화·유연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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