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미스트랄’처럼…이재명 정부, 실행력으로 AI 주권 확보
전국 AI 데이터센터 구축, GPU 5만 개 확보…‘AI 대한민국’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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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내세운 인공지능(AI)을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정조준하며 본격적인 정책 드라이브에 돌입했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AI 패권 경쟁 속에서 인프라 구축, 인재 확보, 생태계 육성,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AI 3대 강국(G3)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4일 취임식에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초과학기술 신문명시대, 눈 깜빡할 새 페이지가 넘어가는 인공지능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며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지원으로 미래를 주도하는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간 투자 100조 원 유치, 그래픽 처리장치(GPU) 5만 장 확보, 전국 단위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 국민 AI 서비스 무상 보급 등 전례 없는 규모의 AI 육성 정책을 전방위로 추진할 계획이다.
AI G3 도약을 위한 핵심 공약 이행을 본격화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정부 거버넌스 체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실에는 AI미래기획수석이 신설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부총리급 ‘과학기술정보통신인공지능부’(가칭)로 격상하는 조직 개편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AI를 중심에 둔 행정체계 개편을 통해 정책 집행력과 산업 지원 역량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현행 정부조직 체계는 이 같은 비전을 실행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만큼 AI 대전환(AX)을 위해 집권 초부터 그립을 세게 쥐고 일관되게 밀어붙여 나갈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수급, 통신망 인프라 등 AI 생태계의 필수 기반 시설은 산업부·국토부·지자체 등 각기 다른 주체가 관할하고 있어 조율이 쉽지 않다.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입지를 둘러싼 갈등도 빈번하게 발생하며, 이는 AI 고속도로 구축 계획의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 산업 진흥과 AX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실행력을 갖춘 전담 조직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인공지능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고 AI미래기획수석도 신설했지만, 이들 조직은 정책 방향을 설정하거나 조율하는 역할이지 실제 정책을 집행하는 조직은 아니다”라며 “결국 핵심은 실질적인 집행력을 갖춘 조직 설계가 관건으로, 과기정통부를 AI 혁신에 맞게 재구성해 AI 디지털혁신부와 같은 전담 부처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서를 단순히 부총리급으로 격상한다고 힘이 생기는 게 아니라 AI 관련 예산을 직접 편성·집행할 수 있고 기획재정부 역할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정책 기획·실행 조직으로 보강돼야 진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AI 육성 기조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와 유사하다. 양국 모두 AI를 ‘디지털 주권’의 핵심으로 보고 정부 주도의 거버넌스 구축과 민간 중심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마크롱 정부가 1090억 유로(약 169조 원) 규모의 민관 투자를 이끌고 미스트랄 같은 AI 유니콘을 키워냈듯 이재명 정부도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해 ‘AI 고속도로’를 깔고 100조 원 민간 투자 유도를 통해 ‘K-미스트랄’을 육성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특히 프랑스는 화재로 파괴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5년 만에 복원한 ‘노트르담 드 파리 전략’처럼 AI 분야에서도 인프라 구축과 컴퓨팅 자원 확충에 있어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규제를 유연화해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한 결과 단숨에 오픈AI의 대항마이자 소버린(주권) AI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미스트랄AI를 육성할 수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며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면서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이재명 정부의 이행전략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고성능 인프라를 확충해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전국 단위 ‘AI 고속도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과거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광통신 인프라를 정부 주도로 구축해 경제 부흥을 이끌었듯 정부 주도로 데이터센터를 지방 곳곳에 짓겠다는 것이다. 주요 거점 데이터센터는 산업에 활용하고 소규모 GPU·신경망 처리장치(NPU) 데이터센터는 AI 서비스 제공기업이 사용하며 개인화된 AI 서비스는 엣지 AI 기술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GPU 5만 개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2027년 초까지는 민간과 협력해 GPU 3만 장을 확보하겠다는 정부 정책보다 한발 앞선 목표이자 더욱 공격적인 투자 계획으로 해석된다. 현재 국내에 있는 GPU는 약 2000개 정도로 추정된다.
AI 인재 양성과 관련해선 생애주기별 AI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AI 전문인력이 창업·연구소기업을 설립할 경우 세제·자금 지원을 병행한다. 동시에 해외 AI 인력 유치 및 연구개발(R&D) 지원도 확대해 글로벌 인재 허브 조성에도 나선다. 이와 함께 우수 AI 인재에 대한 파격적 보상체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을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국민이 사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모두의 AI 프로젝트’로 전 국민 무료 생성형 AI도 마련한다. 그 일환으로 전 국민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는 ‘AI 테스트베드 코리아’ 프로젝트를 전격 추진한다.
세계 6위 수준인 AI 경쟁력을 3위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AI 인프라 구축 △데이터 확보 및 활용 기반 정비 △산업별 AI 도입 위한 규제 혁신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 교수는 “과거 IT 강국을 만들 때 초고속망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었던 것처럼 지금은 GPU나 AI 데이터센터 같은 핵심 인프라를 얼마나 신속히 확보하느냐가 1순위”라며 “AI는 데이터가 핵심 원료인 만큼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고 데이터 활용에 있어 법적·제도적 취약점을 신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AX가 현실화되려면 의료·법률·제조업 등 핵심 산업에서 AI 적용을 가로막는 기존 법 제도의 틀을 빠르게 혁신해야 한다”며 “현장에선 아무리 좋은 기술도 적용되기 어렵고, 성장동력 확보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사회 각 분야에 AI를 안착시키기 위해선, 선제적인 규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투데이/김나리 기자 (nari34@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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