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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규제만 풀어줘도 반은 간다”…AI 족쇄 풀릴까 [위기의 대한민국, 이것만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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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규제만 풀어줘도 반은 간다”…AI 족쇄 풀릴까 [위기의 대한민국, 이것만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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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규제 전면 도입…AI 데이터·인프라·인재 육성으로 승부수
‘AI 기본법’ 시행령 속도 낼까…업계, 규제 완화 기대 속 집행력 촉구
기대와 우려 교차…AI 육성 정책, 역기능 방지 및 체감도 높여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며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규제 혁신’과 ‘생태계 육성’을 핵심 국정과제로 전면에 내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집에선 AI와 빅데이터 등 신산업을 ‘국가 성장엔진’으로 명시하고, 이를 가로막는 제도와 규제를 전면적으로 손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신산업을 위한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법령상 금지된 항목 외에는 기업이나 산업이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규제의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해 기술 혁신을 촉진하려는 시도다.

더 나아가 AI 기술 자체를 활용해 ‘수요자 중심 규제 발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공약에 포함됐다. 기업, 이용자 등 현장의 규제 불편 사항을 AI 분석을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제도 개선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또한,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해 혁신 기술·서비스가 실제 시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을 대폭 강화한다.

규제 개혁과 더불어 이 대통령은 ‘AI 산업 육성’을 강조했다. 데이터, 인프라, 인재, 기술 상용화 등 전방위적인 정책 수단을 동원해 산업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AI 학습용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민간에 전면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 결합·가공·유통에 걸린 규제를 정비해 산업 활용도를 높이고 공공과 민간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AI-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조성해 기업의 모델 훈련과 개발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AI 반도체, 클라우드, 로봇 등 융합형 전략 산업군도 집중적으로 키운다.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는 물론 지역 기반의 AI 융합 클러스터를 조성해 분야별 신산업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공공서비스 영역에서도 AI 기술을 적극 도입해 행정·의료·복지 분야에서의 실증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인재 양성도 주요 축이다. 초·중등 교육부터 대학, 대학원까지 연계된 AI 전문교육 트랙을 확대하고 비전공자 대상의 AI 융합 교육도 강화한다. 특히 청년층 AI 창업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강화하고 초기 투자 및 기술 검증 프로그램을 통해 AI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AI 연산에 필수적인 그래픽 처리장치(GPU) 등 고성능 인프라 확보도 병행한다. 국가 주도의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함께 민간 기업이 GPU 클러스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를 공공에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을 위한 AI 도입 바우처, 디지털 전환 컨설팅 지원도 함께 추진된다.

업계도 이 같은 ‘AI 육성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AI 생태계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선 빠른 투자와 도전이 필요하다”며 “반도체나 거대언어모델(LLM) 등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실제 국민의 삶 속에서 AI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플랫폼 등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딥테크 기반 AI 기술을 만들다 보니 AI 인프라 확충이 정말 중요하다”며 “그런 정책이나 공약도 나왔던데, 그게 실제로도 잘 이뤄지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의 기대와 달리 정부 정책에 대한 체감도는 낮은 편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연구개발 조직을 보유한 1479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2.2%가 “AI 관련 정부 지원제도를 이용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정보 접근의 어려움’(27.2%), ‘필요한 내용과 불일치’(22.9%), ‘지원 규모의 한계’(22.2%) 등이 지적됐다.

정부에 바라는 정책 과제로는 ‘AI 기술도입 자금지원 확대’(29.3%), ‘전문인력 양성 및 교육 지원’(17.0%), ‘기업 맞춤형 컨설팅 및 기술 지원 강화’(16.0%) 등이 꼽혔다.

현 정부의 이러한 규제 완화 기조가 실효성을 갖춘 제도로 정착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AI 윤리’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집중해왔던 것과는 다른 기조인 만큼 기존 정책과 충돌할 위험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그뿐만 아니라 AI를 육성하고 수요자 중심의 규제를 만드는 건 좋지만 AI의 역기능에 대한 대책은 없어 최소한의 마련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규제를 철폐해야 AI 산업이 성장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딥페이크로 인한 가짜뉴스와 성 착취 콘텐츠 등 최소한의 윤리 문제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역기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AI가 순기능으로 작용하며 산업이 더욱 커질 수 있어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요즘 딥페이크가 AI 부작용으로 언급이 되는데 사실상 딥페이크는 AI가 혁신하며 발전된 기술로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이처럼 AI 기술이 혁신으로 쓰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하기 위한 새 정부의 묘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AI 기본법 시행령 공개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냈다. 세계 최초로 시행되는 AI 기본법이 가지는 의미가 상당한 가운데 AI미래기획수석 등의 인선이 지연·선임돼 당초 이달로 예정됐던 시행령 공개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1월로 예정된 AI 기본법 시행까지 반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령 공개가 지연될수록 업계 입장에서는 혼선이 커질 수 있어서다.

AI 기업 관계자는 “국가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인 AI미래기획수석 인선이 비교적 늦어졌고, 과기정통부 조직개편도 아직인 점들을 미뤄 보면 이달 안에 시행령 공개가 어려울 공산이 크다”면서 “설령 이달 안에 나오더라도, 현재 상황상 일정이 촉박하다 보니 제대로 된 시행령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I 기본법 내 독소조항인 ‘고영향’ AI 기준과 생성형 AI의 표시 의무대상, 정부 사실 조사 요건과 같은 예민한 쟁점을 시행령에 위임했기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 시행령에 가지는 관심은 깊을 수밖에 없다. 이에 업계는 고영향 AI에 대한 정의나 규제 내용이 추상적이고 광범위하다며 법안 도입에 속도 조절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 역시 이에 대해 “불합리한 AI 규제로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AI 규제 혁신’을 내세운 만큼 시행령의 독소조항이 유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기 대선 국면에 본격 접어들었던 지난달부터 AI 기본법과 관련해 국내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지연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4월 업계와 협·단체를 대상으로 설명회가 진행된 뒤 추가 논의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국회에서도 AI 기본법 규제 조항 유예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AI 기본법의 규제 시행을 3년 유예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AI 산업 육성에 방점을 둔 현 정부 기조에서는 이와 같은 규제 유예도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 기본법 입법이 글로벌 AI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복안이라면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4월 일본이 제정·공포한 ‘인공지능 관련 기술의 연구 개발 및 활용의 추진에 관한 법률(인공지능추진법)’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추진법은 사업자에게 강제 의무보다는 협력의 의무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AI 업계에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가이드라인이나 지도·자문을 통한 리스크 관리를 강조함으로써 서비스 개발 시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 주안점을 뒀다.

전문가들은 AI 기본법에 대한 일부 손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I 안전 조직과 관련한 명확한 역할 부여 등 재정비가 진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AI 기본법에서는 ‘인공지능정책센터’와 ‘인공지능안전연구소’를 별도 기관으로 규정하고, ‘정책·국제 규범 대응’과 기술·위험 분석’이라는 두 가지 축의 역할을 각각 부여하고 있다. 두 축을 상호보완적으로 작동시키시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AI정책센터는 AI안전연구소와 달리 아직 설립되기 전이기 때문에 현행 제도와 조직 운영 측면에서 두 가지 기능이 혼재되거나 일부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투데이/임유진 기자 (newjea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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