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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힙, 어떻게 볼 것인가 [인문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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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힙, 어떻게 볼 것인가 [인문산책]

서울맑음 / -3.9 °
고전

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어린이날이었던 5월 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책읽는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독서를 하고 있다. 뉴스1

어린이날이었던 5월 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책읽는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독서를 하고 있다. 뉴스1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평균 독서량은 3.9권이다. 평균이 그렇다는 이야기고, 10명 중 6명은 1년에 한 권도 안 읽는다. 독서하기 어려운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가 가장 많다는데, 다산 정약용의 말이 떠오른다. “여가가 생긴 다음에 책을 읽으려는 사람은 필시 책을 읽을 때가 없을 것이다.”

희망은 아이들에게 있다. 책 안 읽는 부모도 아이들에게만큼은 독서를 권장한다. 입시에서도 독서를 중시하는 편이라 독서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출판 시장에서도 아동도서와 참고서는 그래도 팔리는 편이다.

독서 교육에 관한 책도 많다. 그중에는 아이 있는 부모라면 한번쯤은 읽어보는 베스트셀러도 있다. 나도 아이 키우는 입장이라 한번 들여다봤는데,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단다. 동의한다. 독서가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것도 맞는 이야기다. 다만 걱정스러운 게 하나 있다.

독서 교육의 성공 사례로 거론하는 게 죄다 명문 학교 진학이다. 우리 아이는 사교육 하나도 안 시켰는데 이렇게 독서를 시켰더니 국제중을 갔느니, 특목고를 갔느니 자랑한다. 그런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관심을 끌 수 있으니까 내세우는 것이겠지만 목적과 수단이 바뀌면 곤란하다. 책 읽는 이유가 아이를 영재로 만들고 명문대 보내기 위해서인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없는 독서 교육 열풍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왜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닿는다. 독서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이유이다.

독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있다. 하지만 지식의 습득만이 독서의 목적은 아니다. 부모가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는 목적은 책에 실려 있는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것이다. 성인의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이 있다. 때마침 그 감성이 유행하는 모양이다.

처참한 평균 독서량과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출판시장과 달리, 이번 주에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은 MZ세대의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일찌감치 티켓이 동났다. 책 읽는 사람이 멋지게 보인다는 ‘텍스트힙’ 덕택이라고 한다. 과시욕이라며 고깝게 보는 사람도 있나보다. 아무려면 어떤가. 독서는 고상하고 엄숙한 행위라는 관념이 책을 멀리하게 만들었다. 과시욕이든 지적 허영이든, 일단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들게 만든다면 다행이겠다.

장유승

장유승


장유승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