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청계광장]아재아재 바라아재

머니투데이 혜원구리 신행선원장
원문보기

[청계광장]아재아재 바라아재

속보
뉴욕증시, 관세 우려 속 상승 마감…S&P·나스닥 사상 최고치
혜원 구리 신행선원장

혜원 구리 신행선원장



옛날 어떤 스님이 스승에게 "스님 부처가 무엇입니까" 하니 스승이 "즉심시불"(卽心是佛)이라 답했다. '바로 그 마음이 부처다'라고 답했는데 제자는 '짚신이 부처다'로 알아들었다. 그후 그 제자는 짚신을 들고 '어째서 짚신이 부처인가' 하고 자나깨나 의문을 품고 참구했다. 길을 가다가도 짚신불 짚신불, 밥을 먹다가도 짚신불 짚신불했다. 그렇게 몇 년을 짚신을 들고 다니며 부처를 찾았다. 그러다 어느 날 들고 다니던 짚신이 헤져서 끈이 떨어져 땅에 툭 떨어졌다. 그 순간 그 스님은 크게 깨달아 성불했다고 한다. 옛 스승들의 깨달음은 이와 같은 일이 잦았다. 스승의 가르침을 엉뚱하게 알아들었지만 그것이 화두가 돼 깊이 참구하다 보니 그 화두가 깨진 순간 마음이 밝아져 깨닫게 된 것이다.

그 깨달음의 메커니즘은 어느 한 대상을 온 마음으로 집착해 자나깨나 한 생각만 하다 그것이 타파돼 깨져나갔을 때 비로소 텅빈 마음의 실상을 체험하고 집착 없는 대자유를 경험한다. 온갖 감정과 마음을 들고 내려놓기가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인간의 행복은 해탈, 즉 무언가 집착과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데서 비롯된다. 이를테면 사과를 먹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면 우리는 사과를 먹어야겠다는 마음에 묶인다. 사과를 구해 먹을 때까지 그 마음이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그리고 사과를 먹으면 이내 그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진다. 사과를 먹는 행위 이면의 마음에선 사과를 먹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났다가 사과를 먹은 뒤 사과를 먹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졌다.

한 마음이 일어났다가 사라진 것이 마음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편안해졌다. 그것을 불교에서는 해탈이라 하고 편안해진 마음을 열반 니르바나라 부른다. 그래서 모든 존재는 해탈 열반을 추구한다고 본다. 불편한 그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려 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고, 음악을 듣고, 여행을 하고, 혹은 범죄를 저지르는 등 모든 행위는 불편한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작용이다. 다만 사람들은 마음의 작용보다 행위에 관심을 두기에 온갖 것을 다 가지고 싶어하고 모든 행위를 다해야만 행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떤 일이건 한 마음이 일어났다가 사라질 뿐이다. 그래서 수행자는 번거로운 일은 그저 한 생각을 내려놓는 것으로 열반으로 돌아갈 뿐이다.

행복을 정의하자면 불편한 마음을 편안히 하는 것이 행복이다. 그래서 행복의 열쇠는 마음에 있고 그 마음의 온전한 주인이 되는 것이 수행의 목적이다. 세상 모든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행복을 위해 온갖 일을 벌이지만 정작 그 마음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사실 그 마음이라는 것이 수행을 통해 특별히 얻거나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본래 그 마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텅빈 마음을 마음으로 여기지 않고 인연에 의해 일어나는 온갖 감정과 관념을 마음으로 여기기 때문에 전도돼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순간 내려놓으면 바로 그 마음이다. 인연 따라 오고 가는 마음은 손님과 같은 것이다. 그 손님은 적절히 응대하다 보면 때가 됐을 때 떠나간다. 손님을 주인으로 여겨 붙들고 있다면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이 집착이다. 모든 고통은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할 수 있으면 하라. 노력해서 할 수 있으면 노력하라. 노력해도 안되면 내려놓아라. 도인들의 삶이라고 뭔가 특출난 것은 없다. 다만 그 마음이 자유로울 뿐이다. 우리네 삶 또한 비슷하지 않은가. 다만 어떤 인연,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 마음이 평안하길 바랄 뿐이다.

몇 해 전부터 아재개그가 유행하는 듯하다. 즉심시불을 짚새기불로 알아들은 어떤 아재는 그로부터 부처가 됐으니 어찌 보면 아재개그의 달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공교롭게도 반야심경의 말미에는 '아재아재 바라아재 바라승아재 모지사바하' 라는 유명한 진언이 있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저 피안의 언덕으로.'

혜원 구리 신행선원장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