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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헌' 대북전단 금지 재개, 표현 자유 차단 피할 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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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헌' 대북전단 금지 재개, 표현 자유 차단 피할 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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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가족모임이 4월 27일 새벽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대북전단 풍선 8개를 북측을 향해 날려 보내고 있다. 이 단체는 정부가 피해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자국민 보호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납북자가족모임 제공

납북자가족모임이 4월 27일 새벽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대북전단 풍선 8개를 북측을 향해 날려 보내고 있다. 이 단체는 정부가 피해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자국민 보호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납북자가족모임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 전단 살포 행위의 예방과 처벌을 강하게 주문했다. 전단 살포가 남북 화해를 가로막고, 북한의 보복 가능성을 높여 접경지역 주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대북전단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단을 받은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단 금지·단속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제한할 만큼 일방적이거나, 살포자 처벌을 목표로 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관련 부처에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전단 살포가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 군사적 갈등을 높이는 불법행위’라는 게 대통령의 인식이다. 지금까지 살포 행태가 초래한 부작용을 고려하면 제한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전단 살포를 ‘적대행위’로 간주하는 북한은 풍선을 조준 사격하거나 남쪽으로 오물풍선을 날리는 등 민감하게 대응한다. 살포 단체는 전단을 날리면 끝이지만, 접경지역 주민은 북한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헌재가 2023년 대북전단법 위헌 결정 때도,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조차 “국민 안전 보장과 남북 평화라는 국가의 의무를 달성하기 위한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전단 금지 조치는 헌재 지적대로 ‘표현의 자유를 과하게 제한해 과잉금지의 원칙(국가가 국민 기본권을 제한할 때 최소한 범위에서만 가능)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상황에 따른 선별 제한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틀어막거나 살포 자체를 형사 처벌하는 건 지나치다는 게 헌재 판단이었다.

이재명 정부 대책도 헌재 결정 취지를 존중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탈북자 단체나 납북자 가족이 신념에 따라 메시지를 보내려는 행위를 아예 금지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 위헌 결정으로 법 공백 상황에서 전단 살포를 항공안전관리법이나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으로 우회 처벌하는 것도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위헌 요소가 제거된 새로운 법을 마련하거나, 경찰관직무집행법(현장 경찰관의 제지 근거)과 헌재 결정 취지에 걸맞은 새로운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