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한은, 스테이블코인 태풍 준비됐나 [헬로, 크립토]

한겨레
원문보기

한은, 스테이블코인 태풍 준비됐나 [헬로, 크립토]

속보
코스피, 1.43% 오른 4056.41 마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외현 | 비인크립토 한국·일본 리드



새 정부 출범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당 소속인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2021년 시행)과 이용자보호법(2023년 입법)에 이어 디지털자산 산업의 기본적인 원칙과 책무, 계획 등을 제시하는 기본법의 길이 열리면서 관련 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며 집권 초 야심을 부렸지만,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됐다.



최종 통과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을 테지만, 당장은 한국은행과의 논전을 치러야 한다. 민 의원 법안은 자기 자본 5억원 이상을 가진 법인이면 은행이 아니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을 ‘화폐 대체재’라고 규정하고,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정책을 무력화하거나 자본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부정적 입장을 거듭 표명해왔다.



한은 디지털화폐연구실장이 최근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유사시 코인런 등 신용 리스크가 발생해 가치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뇨리지(seigniorage), 즉 화폐를 찍어내면서 그 비용과 명목상 가치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주조이익’이 사적으로 귀속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대신, 금융기관 사이 결제 자산으로 기능하는 기관용 디지털화폐와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디지털자산으로 양분화하고, 이를 모두 중앙은행이 관장하는 ‘2계층 화폐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요약해서 비교하자면, 민 의원 법안은 현존 코인 생태계 속에서 민간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 하고, 한은은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자체 발행 디지털자산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하려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민 의원 법안은 즉각적인 허용인 반면, 한은은 그동안 우선 은행에만 발행을 허용한 뒤 단계적으로 도입하려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민간 업계는 한은을 마뜩잖게 보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스테이블코인은 자산담보형으로, 준비금으로 1:1 상환이 보장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또 스테이블코인 탓에 새로운 위기가 일어날 확률은 낮으며, 한은이 우려하는 금융위기는 역사적으로 오히려 중앙은행과 은행 시스템의 통화량 관리 실패로 발생했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업계는 한은의 반대가 ‘기득권 지키기’에 가깝다고 보는 셈이다.



사실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와 민간의 스테이블코인이 양립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학계에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 기능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모델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뤄졌다. 한은이 업계와 반목하지 않고 논의를 해볼 여지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임명 전까지 이 업계에 몸담고 있었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미국 달러 기반이 90%를 넘나들고, 이들이 이미 국내 이용자들의 손에 도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통화 주권을 내주는 결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직전인 지난달 28일 스테이블코인 관련 행사에선 “통화 주권은 스테이블코인을 억제해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도화된 스테이블코인을 조속히 도입하고 그 구조를 우리가 직접 설계함으로써 지킬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빠르면 6개월, 대개는 1년 반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김용범 실장은 “태풍을 피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 바람 속에서 어떤 구조를 세울 것인가의 문제”라고 했는데, 우리는 태풍을 버틸 수 있을까.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