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코노믹리뷰 언론사 이미지

독도 다케시마라 불렀던 애플, 구글 이어 '지도 내놓으라' 압박 "한국이 호구인가"

이코노믹리뷰
원문보기

독도 다케시마라 불렀던 애플, 구글 이어 '지도 내놓으라' 압박 "한국이 호구인가"

서울흐림 / 25.5 °
[최진홍 기자] 대한민국의 '지도 주권'이 거대 기술 기업들의 거듭된 요구 앞에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과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차례 고배를 마셨던 구글이 재차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한 데 이어, 애플마저 정부의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미래 산업의 쌀알이라 불리는 '공간 데이터'를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가 점차 노골화되면서 안보와 산업 생태계를 지켜야 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변호사를 통해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축척 1대5000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공식적인 반출 신청을 위한 사전 단계로 해석되며, 조만간 정식 요청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애플은 이미 2023년에도 같은 내용의 반출을 시도했으나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정부의 불허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애플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2월 구글이 세 번째로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한 것과 맞물린다. 구글의 요청 건은 당초 지난 5월 15일 결론이 날 예정이었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오는 8월 11일로 최종 결정이 연기된 상태다.

정부가 구글과 애플의 요구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이들이 요청한 1대5000 고정밀 지도가 단순한 지리 정보를 넘어 국가의 주요 시설과 지형·지물이 상세히 담긴 '국가 기밀'에 가깝기 때문이다. 군사 시설은 물론 주요 국가 기반 시설까지 포함될 수 있어, 이 데이터가 해외 서버로 넘어갈 경우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분단국가의 현실 속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다. 정부가 과거 2007년, 2016년 구글의 요청을 불허한 핵심적인 이유 역시 바로 이 '안보' 문제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막대한 수익을 국내에서 벌어들이면서도 정작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조세 회피' 비판을 받는 구글이 국민 세금으로 구축된 공공 데이터를 손쉽게 가져가려 한다는 점은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구글코리아는 국내에 서버 등 고정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네이버 등 국내 기업에 비해 턱없이 적은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 데이터를 내어주는 것은 이들의 편법적인 조세 회피를 정부가 묵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산업계의 우려 또한 크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증강현실(AR)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다. 막강한 자본력과 플랫폼 영향력을 지닌 구글과 애플이 이 데이터를 확보할 경우, 국내 지도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네이버, 카카오 등 토종 IT 기업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될 수 있다.


특히 외국의 지도 API 이용료가 국내 업체보다 월등히 비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국내 스타트업과 소상공인들의 비용 부담이 급증하고 결국 거대 글로벌 기업에 대한 기술 종속이 심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동해안 독도를 한때 다케시마로 표기해 논란을 일으켰던 애플이 뻔뻔하게 지도 데이터를 요구하려는 장면을 두고 어이가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결국 다케시마 표기를 두고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현재는 국가별 다른 표기를 병용하고 있으나 애플은 중국 및 일본과 비교해 노골적으로 한국 시장을 무시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런 가운데 구글에 이어 애플마저 한국의 안보 및 지도 데이터 산업을 통째로 거덜낼 수 있는 아킬레스건을 찌르기 시작하자 명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물론 미국 정부가 한국의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을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며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에게 부담이다. 그러나 눈앞의 통상 압력에 굴복해 안보와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통째로 내어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정부는 국토부, 국방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하는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를 통해 구글과 애플의 요청을 각각 심사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Copyright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