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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의 ‘강 같은 평화’를 위해 [강준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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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의 ‘강 같은 평화’를 위해 [강준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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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후보 2차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후보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차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후보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강준만 | 전북대 명예교수



지난 4월29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차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 홍준표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분노를 억누르며 자제에 자제를 거듭했을 그의 진심은 일주일 뒤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적나라하게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5월7일 “용산과 당 지도부가 합작하여 느닷없이 한덕수를 띄우며 탄핵 대선을 윤석열 재신임 투표로 몰고 가려고 했다”며 “홍준표는 떨어트리자는 공작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은 나라 망치고 이제 당도 망치고 있다”며 “용병 하나 잘못 들여 나라가 멍들고 당도 멍들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다음날엔 “3년 전 두 놈이 윤석열이 데리고 올 때부터 당에 망조가 들더니 또다시 엉뚱한 짓으로 당이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지는구나”라며 “윤통과 두 놈은 천벌받을 거다”라고 했다.



홍준표는 대선일 이틀 뒤인 6월5일엔 국민의힘을 겨냥해 “이념도 없고,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고 사익만 추구하는 이익 집단에 불과하다”며 “곧 다가올 빙하기는 혹독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11일엔 “이재명 정권이 곧 (국민의힘) 정당 해산 절차에 들어갈 테니, 각자도생할 준비들이나 해라”라고 했다.



윤석열은 논외로 하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국민의힘과 그 지지자들이 12·3 계엄이라는 파국을 맞기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왜 그가 저지른 일련의 망동을 방관했거나 지지했느냐는 점이다. 홍준표가 이 의문에 대한 답도 같이 제시하면서 위와 같은 일련의 발언들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홍준표는 계엄 뒤 자신이 그동안 윤석열을 지지한 것에 대해 “나는 허약한 윤석열 정권을 밀어주고 격려해줘야지 더 망가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일까? 윤석열은 공적 마인드가 전혀 없는 부인 김건희를 자신의 우상으로 섬기면서 그 우상을 기쁘게 해주는 걸 국정운영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러면 안 된다고 고언을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불이익을 줌으로써 내부 소통을 말살하는 동시에 아부를 창궐하게 만든 폭군이었다.



홍준표는 그걸 몰랐나? 그럴 리 없다. 2022년 1월 김건희와 인터넷 매체 기자가 50여차례 나눈 통화록이 공개돼 큰 논란이 되었을 때 그는 페이스북에 탁견을 올렸다. “최순실 사태처럼 흘러갈까 걱정스럽다.” 곧 이 말을 지웠지만, 그는 이미 이때부터 ‘김건희 리스크’를 내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윤 정권 출범 뒤 김건희가 민심을 극도로 악화시킬 때에 당의 원로로서 해야 할 고언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건희 문제를 제기했다가 윤석열과 사이가 틀어진 한동훈을 계엄을 촉발한 주범인 양 비난하기에 바빴다.



홍준표는 윤석열 탄핵에 반대했다.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들을 “레밍”, “이재명 2중대”, “민주당의 세작들”,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배신자들”로 비난하고 모욕하면서 제명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계엄과 관련해 “국민의힘 해산”을 당연시하는 발언을 하면 어쩌자는 걸까. 그는 2월25일 윤석열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진술에 대해 “진정성이 엿보였다”며 높게 평가했고, 3월1일 ‘극우’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전한길에게 “참 고맙다”고 했다. 진심이었나?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차 경선 전날인 4월28일 홍준표는 “마지막 도전을 앞두고 마음을 비우니 참 편안하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세상에 순응하고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또한 지나가리로다’를 늘 믿는다”며 “우리 국민에게 강 같은 평화가 오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또 하루를 시작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감동적인 글이었다. 그렇게 느끼는 순간 돌아가신 윤석열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너는 검사 때려치우면 변호사 하지 말고 식당이나 해라.” 한겨레의 칼럼니스트 김도훈은 정치 대신 식당을 차린 윤석열을 상상하면서 법조 후배들이 찾아와 “역시 석열이 형은 법보다는 밥이야”라고 이를 쑤시며 감탄하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고 했다.



정말이지 그랬더라면 우리 모두 다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을 게다. 왜 우리는 권력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숭배하는 문화를 갖게 된 걸까? 왜 교수, 언론인, 법조인으로 이름을 떨치던 사람들이 그 경력을 금배지 다는 데에 아낌없이 바칠까? 왜 금배지를 단 뒤엔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몸부림칠까? 권력과 정상에 대한 탐욕이 헛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망가뜨린다는 걸 윤석열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잖은가. 홍준표에게 강 같은 평화가 오기를 기원하면서 해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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