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게티이미지뱅크 |
윤지로 | 에너지·기후정책 싱크탱크 ㈔넥스트 미디어총괄
“대한민국 같은 경우에는 태풍 경로상에 남해안 풍력 발전소들이 위치하게 되는 것이고, 태양광 발전 조건 같은 경우는 다른 나라보다 안 좋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 이게 나중에 다 비용이 돼 가지고 전기요금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겠습니까 … 말 그대로 이념에 경도돼 가지고 탈원전, 감원전 그리고 재생에너지 확대 이런 거 얘기하는 거는 지금….” (대통령선거 2차 토론회 중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발언)
대한민국 기후대응의 무대에는 강이 흐른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보다 40% 줄이겠다는 약속(NDC),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반드시 건너가야 할 강이다. 강의 한편엔 ‘재생에너지? 한국은 땅이 좁고, 자연 여건도 안 받쳐줘서 안 돼’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편엔 ‘언제까지 세계적 흐름을 무시할 거냐’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물살에 5년을 허비했고, 이번 대선 토론에서도 도도한 강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재명 정부의 5년은 공교롭게도 국제사회에 천명한 2030 엔디시 달성 여부가 판가름 나는 시기다. 진영을 가르는 강물에 덧없이 흘려보낼 시간이 이젠 없다. 강을 건널 작은 뗏목을 띄우는 마음으로 재생에너지 회의론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한국은 안 된다’는 회의론의 뿌리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정부가 대못을 박은 기록은 있다. 2023년 11월13일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한다. 최근 5년간(문재인 정부 시기) 신재생에너지가 빠르게 확대되는 과정에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니 ‘정부 정책에 편승한 공직자 등의 부조리는 엄단하고’, ‘합리적 근거에 기반을 두어 목표를 수립하도록’ 하겠다는 게 감사 목적이다. 그러면서 ‘한국은 안 되는’ 정량 근거로 잠재량을 지목한다.
정부는 2년마다 ‘신재생에너지 백서’를 내 국내 재생에너지원별 잠재량이 얼마인지 공개해 왔다. 감사 전에 나온 가장 최신 자료는 2021년 발표된 ‘2020 신재생에너지 백서’인데, 기술·경제성뿐만 아니라 정책 지원·규제 등을 반영해 태양광을 얼마나 활용 가능한지 보여주는 시장 잠재량이 설비용량 기준 369기가와트(GW)였다. 감사원은 이 부분을 문제 삼는다. 주거지역 등에서 일정 거리를 둬야 하는 지자체 이격거리 규제 등을 현실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결과이며, 최신 자료를 반영해 다시 계산하니 시장 잠재량은 84.5기가와트로 줄더라는 것이다. 백서의 시장 잠재량이 무려 네배 이상 부풀려졌으니 이걸 근간으로 한 엔디시 상향안도 근거 없는 장밋빛에 불과하다는 게 당시 감사원 지적이다.
그런데 감사보고서에 실린 광역지자체별 시장 잠재량을 보면 감사원은 반대로 과소 추정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충남은 2020년에 이미 시장 잠재량을 달성한 상태였고, 2023년엔 1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전북과 전남의 태양광도 2023년에 감사원 잠재량 전망치의 94%, 116%에 달했다. 시장 잠재량은 각종 규제를 반영하기에 제도 변화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기 마련이다. 시장 잠재량은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창이 돼야지, 이걸 증거로 과거를 심문하는 수단이 돼선 곤란하다.
감사원이 설마 재생에너지 회의론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가졌겠느냐마는 결과적으로 2008년도판 백서부터 한번도 빠지지 않던 국내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2022년도판(2023년 12월 발간)에는 자취를 감췄다. 2021~2024년 태양광 용량은 12.1기가와트 늘었지만, 우리 시장 잠재량은 5년 전에 머물러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에서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개선, 도심 분산전원 확대, 농가 지붕과 유휴공간 활용 등을 통한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약속했다. 그러자면 ‘한국은 안 된다’는 뿌리 깊은 의심을 걷어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사라진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복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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