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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재학
'어떤 입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고치의 한쪽 끝을 뚫고 자기를 갱신하는 미물까지도 침묵을 안다. 보지 않음으로써, 말하지 않음으로써, 먹지 않음으로써 침묵을 몸에 걸치는 미물. 죽음이라는 목적을 다하기 위해 생명을 살아내야 하고, 시간이 흐르면 눈도 없이 입도 없이 지나왔던 시절을 계절 바뀌듯 떠나보내는 것들조차도 자기 안의 침묵을 이미 안다. 모든 입이 발화하는 이 시대, 인간과 달리 자연은 침묵을 스스로 인지한다. 우리는 결국 말하는 법을 잊기 위해 삶을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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