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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가 앞지른 'AI신약'…한국도 '진짜 성과' 내려면

머니투데이 홍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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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가 앞지른 'AI신약'…한국도 '진짜 성과' 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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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신약 시장, 올해 9조원 전망…빅파마, 1조원↑'빅딜'
국내 가시적 성과 아직…업계 "정책 지원 강화돼야"

AI를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시장 규모(전망치).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AI를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시장 규모(전망치).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인공지능(AI) 신약'이 제약업계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국내 기업도 자체 플랫폼 구축 등 관련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해외 대형 기업 중심의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면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데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부족하단 점은 지속적인 한계로 꼽힌다. 새 정부가 AI 육성을 핵심 과제로 강조하는 만큼 제약 산업과의 융합 전략이 구체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13일(현지시간) 중국 CSPC 제약 그룹과 신약 후보물질 관련 공동 연구·개발 협업을 발표, 선급금과 마일스톤을 포함해 총 53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CSPC가 자체 AI 이중엔진 플랫폼을 활용해 후보물질을 발굴·개발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해당 물질 상업화의 독점권을 갖게 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4월에도 템퍼스AI 등과 암 정밀의료 AI 모델 개발 관련 2억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3자 계약을 맺는 등 AI 신약 관련 투자 규모를 확대 중이다.

국내외 AI 신약 시장은 올해 69억3000만달러(약 9조원)에서 2034년 165억2000만달러(약 23조원)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수천억~수조원에 달하는 '빅 딜'이 이어지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앞서 비만 치료제 개발사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11일 AI 신약 개발사 딥 애플 테라퓨틱스와 8억1200만달러(약 1조1100억원) 규모의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고, 경쟁사 일라이 릴리도 같은 날 주베나 테라퓨틱스와 6억5000만달러(약 8900억원) 규모의 AI 단백질 플랫폼을 통한 근육 강화 신약 개발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웃 국가인 일본의 제약사들도 AI를 적극 활용 중이다. 아스텔라스제약은 AI 모델로 화합물 식별 등을 반자동화, 후보물질 발굴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3분의 1 이상 감축했다. 주가이제약은 딥러닝 모델을 염기서열 설계에 적용, AI가 물질 후보군을 제안하면 연구진이 이를 평가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AI와 사람이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을 통해 연산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단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본은 지난달 'AI 전략 본부'를 신설해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정, 중장기적인 AI 산업 진흥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국내 업계도 제약사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 발굴한 후보물질을 임상에 진입시킨 사례도 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연합학습 플랫폼을 구축하는 'K-멜로디' 프로젝트와 100만명 의료 데이터를 통합해 정밀의료 연구자원을 만드는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 등 국가사업이 진행 중이나, 전문 인재 육성 및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대규모 투자 활성화 등 정책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단 의견이 나온다.

윤희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AI 혁신 정책 기조에 힘입어 빅테크·빅파마 주도의 AI 기반 신약 개발이 활발하다"며 "한국도 국내 시장에 맞는 데이터·AI와 바이오 분야 연구간 융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식품의약국(FDA) 산하 AI 위원회로 제약사의 AI 관련 활동 관리·감독을 일원화했고, 올 초엔 의약품 개발 AI의 첫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도 체계화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관·연구소·제약사·정부가 모두 참여하는 통합 데이터 허브 마련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며 "국가 단위의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임상 정보 등 데이터를 표준화·유연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약 연구진은 AI에, AI 개발자는 생물학·약리학 등 관련 지식에 대한 이해도가 서로 부족한 점도 문제"라며 "실무형 융합 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방향으로도 정책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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