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대중 수출 감소 속 대아세안 '수출 효자' 노릇 톡톡

올해 1~5월 대미·대중 수출 4~5%↓…아세안은 4.3%↑

연합뉴스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된 여파로 올해 1~5월 한국의 대미(對美)·대중(對中) 수출이 나란히 감소한 가운데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이 한국 수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미·대중 수출, 미국發 관세 충격 컸지만 아세안 견조

1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의 대(對)아세안 수출액은 478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늘었다.

같은 기간 대미 수출과 대중 수출이 각각 4.3%, 5% 감소해 미국발 관세 충격 여파가 컸지만, 아세안으로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올해 들어 대아세안, 대중국, 대미국 수출액 격차는 더욱 좁혀지고 있다.

대아세안 수출액은 지난 2월 95억6천만달러를 기록하며 중국(95억달러)을 제쳤다. 2002년 2월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 수출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 3월에도 102억6천만달러로 집계돼 중국(100억6천만달러)을 제치며 두 달 연속 수출 2위 자리를 유지했다.

지난 5월에도 △대중국(104억달러) △대미국(100억5천만달러) △대아세안(100억달러) 수출이 모두 100억달러대로 근접하는 등 3대 주요 수출 시장이 나란히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대중·대미 수출은 작년 5월보다 각각 8.4%, 8.1% 줄어 3월부터 발효된 트럼프 2기의 품목 관세 조치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같은 달 대아세안 수출은 1.3% 감소하는 데 그쳐 주요 수출 시장 중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아세안 수출이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은 올해 1~4월 기준 대아세안 수출의 29%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대폭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자기기 시장의 성장과 데이터센터·AI(인공지능) 분야 투자가 확대되면서 아세안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호조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세안, 美中 넘어설 차세대 주력 시장 전망

업계에선 아세안이 향후에도 미국·중국을 넘어설 차세대 주력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중 전략 경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아세안은 실용적이고 균형적인 외교 기조를 바탕으로 미중 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전세계적인 '탈중국'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 아세안은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의 수혜지로 부상하고 있으며 젊은 인구구조와 중산층 확대, 디지털 경제의 급성장 등도 아세안 시장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올해 수출 유망지역 중 하나로 아세안을 꼽았다. 유망 품목으로는 반도체·전자부품, 가전, 자동화설비·로봇, 전기차 배터리·부품, 의료기기 장비·신재생에너지 설비, 화장품 제조설비 등을 제시했다.

韓中 최대 격전지는 베트남…"경쟁 심화 품목 모니터링 필요"

다만 아세안 시장 내 한국과 중국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2021~2024년 대아세안 5개국(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의 대중국 수입 증가율은 6.0%로, 한국(0.1%)보다 확연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은 아세안 현지에 제조업 생산 거점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는데, 이는 곧 중국의 대아세안 수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아세안 국가 중 최대 수출 격전지는 베트남으로 꼽힌다.

한국은 삼성 휴대전화와 전자제품, LG 가전·디스플레이, 하나마이크론의 반도체 등이 현지에 진출해 있다.

중국은 샤오미 휴대전화, 징둥팡 디스플레이, TCL 가전 등의 베트남 공장을 운영 중이다.

코트라는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로 인해 한중 간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은 품목에 대한 집중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트럼프 1기 당시에는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베트남에서 석유제품, 전기·전자제품, 철강·비철금속 분야에서 한중 경쟁이 뚜렷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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