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티빙과 웨이브의 인수·합병(M&A)을 승인했다. 주주 승인 등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두 토종 OTT의 결합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관건은 '티빙+웨이브'란 통합 OTT가 넷플릭스와 자웅을 겨룰 수 있느냐다. 가입자 등 몸집은 결코 밀리지 않는다. 다만,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은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
국내 OTT 시장의 판도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난 10일 티빙과 웨이브의 M&A를 승인했다고 밝히면서다. 대신, 공정위는 몇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오는 2026년 12월까지 티빙과 웨이브가 현행 요금제를 유지할 것, 통합 서비스의 요금제도 기존 가격 수준을 유지할 것, 통합 서비스 론칭 시 기존 가입자가 1개월 내 재가입해도 기존의 요금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 등이다. 이는 티빙·웨이브가 합병했을 때의 시장지배적 파급력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년간 말만 무성했던 티빙·웨이브 M&A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 셈인데, 공정위 허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나는 건 아니다. 티빙 관계자는 "주주 승인 등 절차가 많이 남아 있어 실질적인 합병 전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티빙과 웨이브의 콘텐츠를 통합하는 서비스부터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 합치면 얼마나 커질까=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했을 때의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티빙과 웨이브의 월간활성화사용자(MAU)는 각각 715만8800명, 412만5283명이었다.
중복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계산이긴 하지만, 두 서비스의 MAU를 더하면 총 1128만4083명으로 규모 면에선 업계 1위인 넷플릭스(1450만5305명)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관건은 외적 성장 외에 '질적 성장'도 꾀할 수 있느냐다. OTT의 핵심 경쟁력은 뭐니뭐니 해도 '오리지널 콘텐츠'다. 자사 OTT에서만 볼 수 있는 인기 콘텐츠가 많아야 이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넷플릭스다. 지난 3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역대급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넷플릭스 MAU는 2월 1345만1922명에서 5월 1450만5305명으로 3개월 새 105만3383명 늘어났다.
넷플릭스의 질주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6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드라마 '광장'도 흥행가도에 올라탔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광장은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시청수 490만회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톱10 TV쇼 비영어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 한국 넷플릭스에선 공개 하루 만에 1위에 오르면서 지금까지 순위권을 유지 중이다.
■ 오리지널이 관건인데…=반면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해 10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자회사 '스튜디오웨이브'의 청산을 추진했다. 경영 악화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신작의 성적도 신통찮다. 올해 2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찌질의 역사'를 선보였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종영했다.
![]() |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등 지난해 화제작을 잇달아 배출한 티빙도 올해 성적은 좋은 편이 아니다. '스터디그룹' '내가 죽기 일주일 전' 등을 잇달아 선보였지만 예전과 같은 주목을 받진 못했다. 그나마 지난 4월 12일 방영을 시작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최고 시청률 10%(닐슨코리아)를 기록한 건 위안거리다.
물론 티빙에 '한방'이 없는 건 아니다. 티빙은 현재 한국프로야구(KBO)를 온라인에서 단독으로 중계하고 있는데, 효과는 기대치를 웃돌고 있다. 지난 3월 22일 KBO 개막전이 시작하면서 티빙 MAU는 4월 650만929명에서 5월 715만8800명으로 반등했다.
문제는 스포츠 중계는 시즌이 끝나면 이용자가 빠르게 이탈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2024 KBO 리그'가 종료했을 때에도 티빙의 일간활성화사용자(DAU)는 5월 평균 DAU(190만명)보다 20여만명 줄어든 169만8000명(2024년 10월 7일)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변상규 호서대(문화영상학) 교수는 "티빙과 웨이브의 주력 콘텐츠는 스포츠와 TV 콘텐츠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능력이 넷플릭스에 비해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면서 "둘이 한 몸이 된다 한들 매년 수천억원을 한국 콘텐츠를 만드는 데 쓰는 넷플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티빙+웨이브는 과연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