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열전]①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
“이스라엘 절멸 원하는 하마스, 전쟁은 생존 문제”
“GHF 통한 가자 원조, 하마스 약탈 방지 위한것”
“이스라엘 절멸 원하는 하마스, 전쟁은 생존 문제”
“GHF 통한 가자 원조, 하마스 약탈 방지 위한것”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중동 오랜 앙숙’인 양국은 수십년간 ‘그림자 전쟁’으로 직접 충돌은 피했으나 지난해 상대방 본토에 제한적 공격을 감행하는 등 심상치 않은 기류가 포착됐다.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이란이 팔레스타인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들을 적극 지원해 ‘악의 축’을 구축, 그동안 이스라엘을 압박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극단적인 이슬람 이념 아래 핵 무기를 보유한 이란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위협”이라며 “이스라엘은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놓고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란과의 대리전으로 평가되는 가자 전쟁 역시 이스라엘에게는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라고 역설했다. (하르파즈 대사와의 인터뷰는 이란 선제 공격 이전인 지난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했다.)
―가자 전쟁은 사실상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에 의한 것 아닌가. 이란과의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 문제를 두 가지로 나눠 보고 있다. 첫째 비(非)핵화 요소의 문제다. 이란은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위협이다. 이란은 이라크, 레바논(헤즈볼라), 시리아(아사드 정권) 뿐만 아니라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이슬람 지하드 등 수많은 무장 세력에 자금, 무기, 정치적 지원을 제공해 왔다. 이란은 이를 통해 이스라엘 주변에 ‘불의 고리’를 구축해 왔고, 이스라엘은 그 고리를 하나씩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는 핵 문제다. 이란이 위험한 이유는 그들이 극단적인 이슬람 이념 아래 대량 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란은 수년간 국제 사회에 거짓말을 하면서 군사적 목적의 핵 역량을 구축해 왔다. 이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걸프 지역의 이웃 국가들에도 중대한 위협이다. 이스라엘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되도록 두지도 않을 것이다. 만약 리비아처럼 국제 합의에 따라 핵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폐기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두고 대응할 것이다. 우리의 답변은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것이다.
―휴전 가능성이 컸던 하마스를 지난달 추가 공격한 이유는 뭔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하마스는 극악무도한 테러 조직이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해 가는)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 중 하나를 저질렀다. 지난 1월 휴전 중일 때도 하마스는 땅굴에서 나와 ‘10·7과 같은 공격을 또 계획하고 이번엔 더 크게 공격하겠다’고 공언했다. 하마스가 가자를 지배하는 한 이스라엘은 계속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에서 철수하고 가자의 번영을 바랐지만 돌아온 건 테러 단체였다. 전 세계 어떤 나라가 이런 이웃과 평화롭게 살 수 있겠나. 무엇보다 아직까지 인질 55명이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고 우리는 반드시 그들을 데려와야 한다.
―하마스의 지도부 다수가 제거됐고, 그들의 영향력도 많이 축소되지 않았나.
△그들의 목표는 이스라엘의 절멸이다. 가능한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이건 국경 분쟁이 아니다.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다. 온건 아랍 국가들도 이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극단주의 이슬람 이념 단체인 하마스가 가자를 통치하며 이스라엘에 위협을 가하고 있고, 우리에겐 구출해야 하는 인질이 남아 있다는 점, 이것이 우리가 전쟁을 계속하는 이유다. 이스라엘은 이미 미국을 중재자로 하는 휴전안에 동의했지만 하마스가 거절하지 않았나. 휴전이 이뤄지지 않는 건 하마스의 저항 때문이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 등 국제사회의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삼은 것은 하마스다. 이스라엘이 2005년 가자에서 철수한 이후 국제 기금들이 가자를 지원했지만 막대한 자금들은 하마스로 흘러들어가 테러 자금이 됐다. 가자지구에 있는 병원과 유치원을 보라. 그 아래에 하마스가 사용하는 땅굴이 있다. 하마스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군사 인프라를 만든 셈이다. 그들은 지금도 인도적인 지원을 가자 주민이 아닌 자신들의 인프라 강화에 사용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만을 통해 가자에 구호품을 배급하는 게 그 때문인가.
△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은 수천 대의 트럭을 인도적 차원에서 가자로 보냈다. 하마스는 그것조차 자신들의 군사적 목적에 사용했다. GHF처럼 하마스와 무관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전통적인 구호단체를 통한 가자지구 지원, 예컨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완전한 실패라고 본다. 해당 기구 직원 중 일부는 살인이나 테러에 연루돼 있다. 우리는 그런 곳에 인도적 자금이 흘러가는 걸 막아야 한다. 반면 GHF는 가자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GHF는 (지난 6일 기준) 900만끼 이상의 식량을 가자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최근 GHF 배급소 인근에서 이스라엘군 발포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마스의 가짜 뉴스다.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이미 세상에 퍼지는 세상이다.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국가고, 관련된 모든 걸 조사했다. 결국 사실이 아니었다. 가짜 뉴스를 증명해야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가 계속된다는 것 자체가 하마스가 거짓 선전과 심리전을 잘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르파즈 대사는?
△1962년 이스라엘 출생 △1987년 예루살렘 히브리대 국제관계학 학사 △1989년 이스라엘외무부 입부 △2012~2015년 주아제르바이잔 이스라엘 대사 △2015~2018년 이스라엘 외무부 중앙아시아 및 코카서스 담당 국장 △2017년 텔아비브 대학교 정치학과, 외교 및 안보 행정석사 △2018~2021년 주필리핀 이스라엘 대사 △2021~2024년 이스라엘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2024년~현재 주한 이스라엘 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