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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신약 개발, 반복 실험 필요 없는 약효 예측 기술 나왔다

머니투데이 박건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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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신약 개발, 반복 실험 필요 없는 약효 예측 기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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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수리과학과·충남대 약대 연구팀, 약물 저해 효과 분석법 '50-BOA' 공개
불필요한 약물 데이터 75% 줄여…'저해상수' 정확히 추정

연구팀 사진. 김상겸 충남대 약대 교수, 공동 제1저자인 송윤민 IBS 의생명수학그룹 박사, 장형준 KAIST 학생(학사 과정),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왼쪽부터), 윤휘열 충남대 약대 교수 (왼쪽 위 타원) /사진=KAIST

연구팀 사진. 김상겸 충남대 약대 교수, 공동 제1저자인 송윤민 IBS 의생명수학그룹 박사, 장형준 KAIST 학생(학사 과정),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왼쪽부터), 윤휘열 충남대 약대 교수 (왼쪽 위 타원) /사진=KAIST



국내 연구팀이 수많은 반복 실험 없이 단 하나의 농도 조건만으로 신약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법을 개발했다.

KAIST(카이스트)는 김재경 수리과학과 교수(IBS 의생명수학그룹 CI) 연구팀이 김상겸 충남대 약대 교수 연구팀, IBS(기초과학연구원) 의생명수학그룹과 공동연구를 통해 단 한 번의 실험으로 약물 저해 효과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5일 게재됐다.

약물 저해 효과는 한 약물이 특정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다른 약물의 분해 및 처리 과정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요소다.

이때 '저해상수'라는 지표를 사용한다. 저해상수는 다양한 기질과 저해제(효소의 촉매 작용을 방해하는 물질) 농도에서 측정한 대사 속도 데이터를 수학적 모델로 계산해 추정한다. 하지만 동일한 기질과 농도 조합에도 연구마다 추정값이 10배 이상 차이 나는 사례들이 보고됐다. 이 때문에 신약 개발 과정에서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정확도와 상관없는 농도 데이터를 제거하고 단 하나의 농도만으로 저해상수를 정확히 추정하는 새로운 분석법 '50-BOA'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앞서 저해상수 추정 과정을 수학적으로 분석해보니, 기존 방식에서 활용하는 데이터의 절반 이상이 실제 추정에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다양한 저해제 농도를 확인하는 기존 방식보다 충분히 높은 저해제 농도 하나에서 추정한 결과가 수학적으로 더 정확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50-BOA'는 저해제 농도와 저해상수 간 관계를 나타내는 식을 추가해 정확도를 높인 분석법이다.


50-BOA 분석법의 장점/사진=KAIST

50-BOA 분석법의 장점/사진=KAIST



이 방식을 활용해 실제 약물 데이터에서 저해상수를 추정한 결과, 기존보다 75% 이상 적은 데이터만으로 저해상수를 정확히 추정했다.

연구팀은 "반복 실험에 따른 자원 소모를 줄이고 해석의 편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라며 "수학적 접근이 생명과학 실험 설계를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더불어 분석법을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엑셀 기반의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개발자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에 공개했다.


김상겸 충남대 교수는 "수십 년간 정형화된 약물 실험 설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한 결과"라며 "단순한 실험 효율 향상을 넘어 약효와 부작용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재경 KAIST 교수는 "수학이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 효율성과 재현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학부생인 장형준 KAIST 융합인재학부 학생과 송윤민 수리과학과 박사가 공동1저자로 참여했다. 한국연구재단, IBS, KAIST의 지원을 받았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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