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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음식료품 물가 일본·미국보다 높아...OECD서 스위스 다음

헤럴드경제 김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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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음식료품 물가 일본·미국보다 높아...OECD서 스위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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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실질 구매력을 기준으로 산출한 한국의 음식료품 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식품 물가 누적 상승률도 25%에 달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는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생활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음식료품 물가, 美·日 앞서…국내 체감 지표도 ‘고공행진’
8일 서울 시내 한 대형 마트에 초콜릿이 진열돼 있다.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74개 품목 가운데 계엄사태 직전인 지난해 11월 대비 물가지수가 상승한 품목은 53개로 전체의 72%를 차지한다. 초콜릿은 10.4% 치솟았고 커피는 8.2% 상승했다. 양념 소스와 식초, 젓갈은 7% 넘게 올랐다. [연합]

8일 서울 시내 한 대형 마트에 초콜릿이 진열돼 있다.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74개 품목 가운데 계엄사태 직전인 지난해 11월 대비 물가지수가 상승한 품목은 53개로 전체의 72%를 차지한다. 초콜릿은 10.4% 치솟았고 커피는 8.2% 상승했다. 양념 소스와 식초, 젓갈은 7% 넘게 올랐다. [연합]



15일 OECD가 발표한 구매력 평가(PPP·Purchasing Power Parity)를 고려한 물가 수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 수준은 147로, OECD 평균(100)보다 47% 높았다. PPP 기반 물가 수준은 경제 규모와 환율 등을 반영해 국가 간 물가를 비교할 수 있도록 보정한 지표로, 각국 국민이 느끼는 실질 물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음식료품 물가 수준은 OECD 38개국 중 스위스(16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경제 규모가 큰 미국(94)이나 일본(126), 영국(89), 독일(107) 등도 한국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의복 및 신발 물가도 137로 평균을 크게 상회했으며, 교육 물가도 110으로 높았다.

반면 가계 최종 소비(HFC·Household Final Consumption) 물가는 85로 평균보다 낮았다. 교통, 문화·여가, 외식, 주거 관련 물가도 평균 수준을 밑돌았다. 전체 물가가 높다기보다, 의식주 등 필수 생활 품목의 상대적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지수는 116.03으로, 2020년(기준점 100) 대비 16% 상승한 수준이다.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큰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분기 119.09, 식품 물가지수는 125.04를 기록했다. ‘헤드라인 물가’로 불리는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체감도가 높은 생활물가와 식품 물가가 더 많이 오른 셈이다.

李 대통령 “라면값 2000원이냐”…정부, 물가안정 총력전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7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7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정부도 물가에 대한 국민 체감을 반영해 대책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라면이 진짜 2000원이냐”며 “물가가 국민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장관 직무대행)은 “수년간 누적된 인플레이션으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높고, 특히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을 덜기 위해 체감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재부를 중심으로 범부처 차원의 물가안정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최근 가격이 급등한 계란과 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에 집중하고 있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정부 지원을 통해 대형마트, 전통시장, 온라인몰 등 유통 채널별 할인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급 불균형이 우려되는 품목은 비축 물량을 조기 방출하고, 산지 공급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방식도 추진된다. 수입 농축산물에 대해선 할당관세 확대 적용도 검토되고 있다.


라면 등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가격 인상 과정에서 제조·유통업체 간 담합 등 불공정 행위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국소비자원과 소비자단체 등과 협력해 원가 분석과 가격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기 위해 관계 부처 장관이 직접 면담하거나, 대외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전기·가스·철도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의 경우에도 불가피하지 않다면 인상이 미뤄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 조짐을 보이는 만큼, 정부가 한때 축소했던 유류세 인하 폭을 다시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농산물과 가공식품 외에도 그간 누적된 물가 상승이 컸던 품목들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시장 상황과 재정 여건을 감안해 조속한 시일 내에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