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말콤 턴불 전 호주 총리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미국 동맹국들은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
(평택=뉴스1) 장수영 기자 = 13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세워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0% 관세 부과 대상인 '철강 파생 제품'에 냉장고와 세탁기 등 생활가전 품목을 대거 추가하면서 국내 가전업체의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5.6.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평택=뉴스1) 장수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하면서 동맹국들도 안보와 무역에 있어 '미국 없는' 새로운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말콤 턴불 전 호주 총리는 '미국의 동맹국들은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America's Allies Must Save Themselves)'는 제목의 포린 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트럼프는 조약과 합의를 파기하고 동맹국을 강압하면서 리더십과 신뢰를 상실했다"며 "동맹국들은 트럼프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는 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턴불 전 총리는 안보 측면에서 미국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하는 협상안을 수용하도록 압박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주요 동맹국을 향해서도 더 많은 방위비 지출을 요구했다. 그는 이러한 미국의 요구가 동맹국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의 안보 위협에 직면한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의 경우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방어가 어렵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미국이 대만을 지키기 위해 중국과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턴불 전 총리의 생각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에도 미국이 중국과 싸울 의지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 주둔한 미군이 오히려 부담이 되고 결국 독자적인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이에 턴불 전 총리는 동맹국들이 미국의 동의나 협조 없이도 독자적으로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주권적 자율성'을 강화하고 파트너들 간 안보 동맹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격자를 억제할 수 있는 자립적인 방어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미국의 동의 없이도 독자적인 배치와 운용이 가능한 무기체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턴불 전 총리는 무역 분야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시스템을 파괴하고 동맹국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신뢰를 저버렸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무역에서 비교 우위를 믿지 않으며 오직 무역적자는 패배, 무역흑자는 승리라는 흑백논리에 빠져있다는 이유에서다. 턴불 전 총리는 "트럼프의 경제적 목표는 강압적인 관세를 통해 세계에 흩어진 공장을 미국으로 옮겨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면서도 패권국으로서 미국의 기여나 희생은 축소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턴불 전 총리는 이러한 트럼프의 일방적인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CPTPP는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하고 보호주의가 강화되면서 유지가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CPTPP는 디지털 무역, 전자상거래, 데이터 흐름, 지식재산권 보호 등 새로운 글로벌 규범을 설정하고 핵심적인 노동권을 보장하며 고용 차별을 금지하는 등의 꾸준한 성과를 달성했다. 그는 "CPTPP가 트럼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인 동시에 미국의 동의나 참여 없이도 자율적인 글로벌 규범을 세울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미국 동맹국들은 새로운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미국의 힘이 사라진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최성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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