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주 민주당 의원 총격 사망... "정치적 암살"

민주당 소속 두 의원에 새벽 총격
한 명은 숨지고 한 명은 부상 입어
용의자, 반트럼프 시위도 노린 듯

14일 미국 미네소타주 챔플린의 존 호프먼 주 상원의원 자택 앞에 경찰이 출동해 있다. 챔플린=AP 연합뉴스

미국 전역에서 반(反)트럼프 시위가 열린 14일(현지시간) 미네소타 주의회의 민주당 소속 의원이 괴한의 총격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정치적 동기에 의한 암살로 보고 용의자를 쫓고 있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외곽 브루클린파크에 거주하는 멜리사 호트먼 주 하원의원과 그의 남편이 자택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인근 도시 챔플린에 사는 존 호프먼 주 상원의원 부부도 같은 용의자의 총격에 부상을 입었다. 호프먼 부부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았다. 호트먼 의원과 호프먼 의원 모두 민주당의 미네소타 지부인 민주농민노동당 소속이다.

용의자 차량서 '노 킹스' 시위 전단 발견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호트먼 의원의 사망 사실을 전하며 "정치적 동기에 의한 암살"이라고 말했다. 미네소타 범죄수사국 국장 드루 에번스는 부상한 호프먼 부부에 대해 "상황은 어렵지만, 회복을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쯤 호프먼 의원의 이웃으로부터 첫 총격 신고가 접수됐고, 약 1시간 반 뒤 호트먼 의원의 거주지 근처에서도 총격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3시 35분쯤 호트먼 의원 자택 인근에서 비상등이 켜진 경찰차와 함께 경찰관처럼 보이는 용의자를 발견했다. 용의자가 즉시 경찰을 향해 총격을 가하면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용의자는 도주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경찰처럼 보이도록 테이저건과 배지, 장비가 달린 조끼도 착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가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짜 경찰차에서 총격 피해자들과 함께 다른 의원들과 공무원의 명단을 발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 시위 전단도 발견됐다. 용의자가 이날 열리는 시위 중 하나를 표적 삼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네소타 전역에서 예정돼 있던 반트럼프 시위는 전면 취소됐다.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반트럼프 시위가 열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트럼프 "끔찍한 폭력 용납 안 돼"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건이 민주당과 공화당이 비슷한 의석을 가진 미네소타 주 의회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온 두 의원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고 했다. 사망한 호트먼 의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2004년 첫 주의원에 선출된 이후 20년간 활동했고, 최근까지 주 하원의장을 지내는 등 미네소타 정계 민주당 진영의 지도급 인사로 자리매김해왔다. 2012년 선출된 호프먼 상원의원은 상원 인적자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미네소타주 의회 상원은 전체 67석 중 민주농민노동당은 34석, 공화당은 33석이고, 하원은 134석 중 공석인 1석을 제외하고 공화당과 민주농민노동당이 각각 67석과 66석을 나눠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고 밝힌 뒤 "이는 주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표적 공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끔찍한 폭력은 미국에서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말로 훌륭한 곳, 미네소타의 위대한 주민들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부연했다.

로스앤젤레스=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