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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피악, 광복 80주년 기념 인문학 연극 '파리의 두 여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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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피악, 광복 80주년 기념 인문학 연극 '파리의 두 여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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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극단 피악은 한러〮카〮자흐스탄 3개국의 예술인들이 함께하는 공동제작 연극 '파리의 두 여인'을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실존인물인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나혜석과, 러시아 문학의 고전 체홉의 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 라넵스카야의 상상적 만남을 중심으로 한다. 유라시아를 관통한 역사와 인물들의 고통, 연대, 그리고 기억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무대는 1940년대 말 6월, 파리 뤽상부르 정원에서 시작한다. 한적한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 서로 다른 언어와 역사를 지닌 두 여인이 벤치에 마주 앉아 인생을 이야기한다. 나혜석은 일제강점기 한국의 선구적 여성 예술인이자 사상가였으며, 라넵스카야는 러시아 귀족사회의 몰락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작품은 이 두 인물을 통해 격동의 1930년대와 40년대를 살아낸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연해주 한인 공동체와 그들의 독립운동이 있다. 라넵스카야의 딸 아냐는 연해주 한인들과 함께 민족의 독립을 도왔고, 열렬한 혁명가였던 트로피모프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두 사람은 스탈린 치하의 숙청과 강제이주라는 비극에 휘말린다. 트로피모프는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아냐는 카자흐스탄으로 추방된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생은 이어진다. 나혜석의 잃어버린 아들 '내하'는 아냐와 카자흐스찬에서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 새로운 삶을 이어간다.

작품은 이처럼 강제이주와 이산(離散),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지닌 두 여인이 그 후손을 통해 가족이 되는 과정을 통해, 억압과 고난의 역사 너머에 있는 인간적 연대와 희망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침묵 속에서 저무는 일몰을 바라보는 두 여인의 대화는, 역사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예감하게 한다.

'파리의 두 여인'은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서, 인문학적 사유와 예술적 상상력을 결합한 연극이다. 극단 피악은 3년에 걸친 기획과 인문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준비했다. 한국ㆍ러시아ㆍ카자흐스탄 3개국 예술가들이 공동으로 이를 실현한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대한민국의 광복이 단지 한 국가의 독립으로만 기억되어선 안 되며, 인류 보편의 가치이자 세계사의 일부로 재조명되어야 한다는 관점을 견지한다.


이번 연극은 윤동주와 이육사의 시(詩)들을 한국인의 정체성을 문학적으로 도스토옙스킨ㆍ푸쉬킨ㆍ아우예조프ㆍ아바이 등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문학의 언어를 빌려 광복의 의미를 확장한다. '무엇이 민족의 정체성을 만드는가', '진정한 역사의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며, 이 작품은 권력의 역사 너머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 공감의 힘을 예술로 되살린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나진환은 실존 인물과 문학적 허구를 결합한 이번 작품이, 국가와 민족의 서사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로 광복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제 협업 측면에서도 이 작품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러시아의 스타니슬랍스키 엘렉트로 극장은 110년 전통을 지닌 세계적인 국립극장이다.스타니슬랍스키가 사실주의 연극미학에서 벗어나 다양한 연극미학을 실험하고 구현하기 위해 설립한 제2스튜디오 극장이기도 하다. 소속 배우 3명이 본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또한, 카자흐스탄 국립 뮤지컬 드라마 극장은 배우, 음악가, 전통 예술인 등 150여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중앙아시아 대표 예술극장이며, 이곳 소속 배우 2명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파리의 두 여인'은 서울 초연 이후, 2025년 7월부터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투어 공연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극단 피악은 광복 80주년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넘어, 유라시아 민중의 연대와 문화를 세계 무대에 알리고자 한다. 이 연극은 고난과 추방, 이산과 죽음을 넘어, 끝끝내 서로를 기억하고 품어내는 따뜻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주체 지원작으로 선정된 극단 피악의 인문학적 성찰시리즈 XIX, 연극 '파리의 두 여인'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그 의미를 인문학적, 예술적 차원에서 새롭게 성찰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이 작품이 관객과 언론을 통해 더욱 깊고 넓은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공연은 오는 25일(수요일)부터 29일(일요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 제공_극단 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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