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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첫날 공동 3위에 자리한 김시우가 남은 라운드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전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정우 기자 |
각 상황에 맞춰 바꿔잡는 세 가지 퍼터 그립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어렵다고 꼽히는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의 유리알 그린을 정복한 프로 골퍼가 있다. 정그립과 역그립, 집게그립을 모두 사용해 제125회 US오픈 첫 단추를 잘 끼운 김시우다.
김시우는 1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인근의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2언더파 68타를 쳤다.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타를 줄인 그는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단독 선두 J.J 스파운(미국)과는 2타 차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4승을 차지한 김시우는 자신의 우승 이력에 메이저를 추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에는 아쉽게 출전하지 못했지만 PGA 챔피언십에서는 펄펄 날았다. 그는 공동 8위를 차지하며 남은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주 RBC 캐나다 오픈을 건너뛰며 US오픈을 준비했던 김시우의 전략은 제대로 통했다. 연이어 대회를 치르면서 달라진 몇 가지 스윙 동작을 교정하고 퍼트 연습에 매진했던 그는 US오픈을 공동 3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김시우는 “전세계에서 가장 어렵다고 불리는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2언더파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해 기분이 좋다. 몇 차례 위기를 잘 극복한 덕분에 이번 대회 첫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일반 대회보고 잘하고 싶은데 더욱 더 집중해보겠다”고 말했다.
출전 선수들 대부분이 이븐파를 목표로 잡은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2타를 줄인 비결은 정교한 아이언 샷이다. 그린 적중률 78%를 기록한 그는 그린 위에서 날카로운 퍼트감까지 선보이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는 “최근 샷감이 정말 좋다. 특히 아이언이 잘 맞는데 샷의 기복이 줄면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며 “남은 라운드에서도 오늘처럼만 아이언 샷이 잘 되면 좋겠다. 좋은 분위기를 마지막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웬만해서는 페어웨이와 그린을 놓치지 않는 비결로는 기본기를 꼽았다. 김시우는 “시합을 계속해서 치르다보면 기본기가 흔들리게 된다. 테이크어웨이 때 왼쪽 어깨가 움직이고 백스윙을 하는 과정에서 머리가 고정돼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곧바로 스윙코치와 기본기를 다잡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후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에서 나오는 실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페덱스컵 랭킹을 24위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린의 스피드가 빠르고 경사가 심해 스리 퍼트 실수가 쉽게 나오는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홀당 평균 퍼트수 1.71개를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세 가지 퍼터 그립이다. 김시우는 이날 정그립과 역그립, 집게그립을 모두 사용했다.
김시우는 “10m가 넘는 퍼트를 할 때는 정그립을 사용하고 2m 이내의 짧은 거리에서는 집게그립을 잡았다. 후반 막판에는 조금 더 공의 구름을 좋게 하기 위해 역그립을 잡았다. 공과 홀의 거리와 경사 등을 고려해 퍼터 그립을 다르게 잡았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남은 라운드에서도 오늘처럼 퍼트가 잘 들어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선 메이저 대회였던 PGA 챔피언십에서 공동 8위를 차지하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밝힌 김시우는 이번 대회 마무리까지 잘 해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메이저 대회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다행히 PGA 챔피언십에서 공동 8위를 차지한 뒤 생각이 달라지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다시 한 번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덤비지 않고 차분하게 내 플레이를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PGA 챔피언십에서 252야드 메이저 대회 최장 홀인원 기록을 세웠던 김시우는 이번 대회에서 신기록을 경신하고 싶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그가 홀인원을 목표로 하는 홀은 289야드의 파3 8번홀이다.
김시우는 “이번 대회에 앞두고 8번홀에서 홀인원하는 상상을 해봤다. 홀까지의 거리가 워낙 멀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미니 드라이버로 대부분 샷을 할 것 같은데 앞으로 8번홀에서는 더욱 집중해보려고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오크몬트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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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첫날 역그립을 잡고 퍼트를 하고 있는 김시우.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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