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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마라톤 여정, ‘해피엔딩’ 마무리 기뻐”

동아일보 사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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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마라톤 여정, ‘해피엔딩’ 마무리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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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 박천휴 작가 서면 인터뷰

“작곡가 애런슨, 17년째 가까운 친구

상 받았다고 창작자의 삶 변화없어

공감 이끌어내는 얘기 만들고 싶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왼쪽)와 윌 애런슨 작곡가. 박 작가는 “함께 이야기를 쓰고, 음악의 정서와 질감을 정하면서 매일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NHN링크 제공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왼쪽)와 윌 애런슨 작곡가. 박 작가는 “함께 이야기를 쓰고, 음악의 정서와 질감을 정하면서 매일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NHN링크 제공


“피곤함과 설렘, 걱정과 흥분 등 모든 감정이 뒤섞인 기분이었어요. 10년 동안 긴 마라톤과 같았던 여정을 뿌듯하게 마무리해 기쁩니다.”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관왕에 오른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42)는 당시 무대에 오른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13일 국내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상 받았다고 창작자로서 삶이 달라질 건 없다”며 의젓한 반응을 보였다.

박 작가도 “이런 게 있는 줄 처음 알았다”는 미 ‘어워드 시즌(Award Season)’ 동안 ‘어쩌면 해피엔딩’은 줄곧 꽃길이었다. 뉴욕 드라마비평가협회와 드라마리그어워즈, 드라마데스크어워즈에서 연달아 상을 받았으며, 결국 ‘공연계의 오스카’ 토니상에서 올해 최다 수상작에 올랐다.

그런 박 작가에게 ‘어쩌면 해피엔딩’은 “애런슨과 함께 만든 첫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2016년 12월 서울 대학로에서 초연된 뮤지컬은 미 작곡가 윌 애런슨(44)과 그의 공동작. 박 작가는 “특별히 사랑받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극을 쓰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 브로드웨이 개막까지 계속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이려 애를 썼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했다.

‘윌·휴 콤비’란 애칭으로 불리는 애런슨에 대해선 “협업자이기 전에 17년째 매우 가까운 친구”라고 정의했다. 2008년 뉴욕대에서 만난 두 사람은 ‘번지점프를 하다’(2012년), ‘일 테노레’(2023년), ‘고스트 베이커리’(2024년) 등을 꾸준히 선보였다.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나 정서에 비슷한 면이 많아요. 서로의 예술관에 대한 존경심도 있습니다.”

두 예술가는 그간 다양한 시간대의 한국을 뮤지컬 소재로 삼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21세기 후반이라면, ‘일 테노레’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다뤘다. 박 작가는 “한국 관객에겐 친숙하면서 묘하게 낯선 질감의 세상을, 해외 관객에겐 낯설지만 묘하게 공감되는 세상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어느덧 서울과 뉴욕에서 살아간 시간이 50 대 50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두 문화와 언어를 오가는 창작자로서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어쩌면 해피엔딩’은 10월 국내에서도 여섯 번째 시즌이 공연된다. 박 작가는 “극장이 좀 더 큰 곳으로 바뀌어 시각적 요소에 필요한 변화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2015년 트라이아웃(시범) 공연 이후 10주년을 맞았어요. 이번 공연이 저와 애런슨은 물론 ‘어쩌면 해피엔딩’의 여정을 함께해 준 모든 분들께 행복한 공연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이야기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충동과 의지가 계속되는 한, 꾸준하고 진중하게 작업을 이어 가겠습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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