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요? 누구 허가요? FBI는 독립기관입니다."
닉슨 대통령의 측근 패트릭 그레이 FBI 국장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덮으려고 했습니다.
"이틀 안에 (워터게이트) 조사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갑시다."
FBI가 독립성을 잃고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할 위험에 처하자, 마크 펠트 부국장은 내부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그의 용기가 없었다면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온 FBI는, 오히려 대통령의 검은 범죄를 숨기는 도구가 됐을 겁니다.
민주당이 검찰청을 해체하고, 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해 모든 수사권을 장악할 수 있는 법안 네 건을 동시 발의했습니다.
"이제 정치검사들과 검찰 독재를 끝내라는 국민의 요구를 완수할 때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수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른바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사실상 없애는 게 목적인 듯합니다.
"검찰이라는 존재가 이제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76년을 이어온 검찰청 폐지는 행정조직 개편을 넘어, 형사 사법 체계를 바꾸는, 중대한 변혁입니다.
졸속으로 처리할 일은 아닙니다. 더 심각한 건, 국가의 모든 수사권을 국가수사위원회가 장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의 충복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모든 제도적 장치를 무력화했습니다.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히 정권에 종속시키는 악법입니다."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 과반이 여권의 영향력 아래 있게끔 설계됐습니다. 흩어져 있는 수사기관들을 총괄하는데, 사실상 대통령이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거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식 공안 정치' 아니냐는 말도 합니다.
"'검찰 개혁', 자기들 파워엘리트들. 솔직히 그렇거든요 난. 그런 놈들은 검찰이 확실하게 털어줘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에 대한 비판이지만, 지금 적용해도 달라질 게 없습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수사기관의 독립성이 사라지면 오히려 대통령의 범죄 수단으로 전락합니다.
그런데 민주당 일각에선 국가수사위원회를 총리실 산하가 아닌, 대통령실 산하에 두 자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가뜩이나 대통령의 권한이 제왕적이란 비판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를 뛰어넘어 어디까지 가려는지 지켜볼 일입니다.
6월 13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제왕은 이제 그만'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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