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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두 달 전 경고장이 '덩그러니'…법 바뀌어도 못 뽑는 '알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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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두 달 전 경고장이 '덩그러니'…법 바뀌어도 못 뽑는 '알박기'

서울 / 24.2 °


[앵커]

공영주차장이나 도로변을 장기간 차지하는 이른바 '캠핑카 알박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난해 관련법이 강화됐습니다. 지자체가 강제 견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인데, 법이 바뀐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알박기 문제는 여전합니다.

정희윤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캠핑카 알박기로 유명한 한 무료 주차장입니다.

이렇게 일반 차량들 사이 사이에 캠핑카 트레일러나 카라반이 주차가 되어 있는데요.


심지어 이쪽으로 와 보시면 주차 구역이 아닌 공간에도 이렇게 방치된 트레일러가 한 대 놓여 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경고장이 4장이나 붙어 있는데요.

지난 2월에 2장, 그리고 4월에 2장 붙었습니다.


이 마지막 경고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전혀 시정이 되지 않고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다른 차들은 이중 주차를 하거나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 시민은 취재진에 다가와 "오래된 문제"라며 "꼭 좀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나가던 시민 : 얘네들(카라반) 365일 여기 놔두는 것 같더라고. 어떻게 좀 해줬으면 좋겠어. 꽃집하고 그 옆에 고깃집 하고는 (고객이) 아예 주차할 수가 없어.]

분명 시흥시청 경고장도 붙어있는데, 왜 견인이 이뤄지지 않는지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시흥시청 관계자 : 저희가 절차 진행 중인 차량입니다. 바로 견인되는 게 아니고요. 견인하는 절차는 또 따로 있어요. 시간이 좀 많이 소요됩니다.]

담당 팀이 분리돼 있어서 그렇다는 건데 시민 입장에선 납득하기 힘든 설명입니다.

경인 아라뱃길 인근 공원 공영 주차장.

현수막에는 "한 달 이상 장기 주차는 견인한다"는 개정된 법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곳곳에 수개월 동안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캠핑카도 있습니다.

먼지 쌓인 캠핑카 앞쪽에 나뭇잎이 무성하고, 깨진 유리창은 테이프로 휘감겨 있습니다.

어딜 찾아봐도 차주 연락처는 없었습니다.

바로 옆, 다른 캠핑카에는 번호가 있어 전화해봤습니다.

[캠핑카 차주 : 저는 얼마 안 됐는데 이제 뺄 건데, 한 달 안 됐어요. 한 달에 한 번 캠핑을 가니까 여기다 했다가 그 다음번에 다른데 했다가 이런 식으로…]

하지만, CCTV나 주차장 차단기도 없어 주차된 지 얼마나 됐는지 담당 관청에서도 알 방법이 없습니다.

알박기를 없애려 지자체가 주차장을 유료화하자, 주변 다른 곳이 엉망이 되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천 백석대교 아래 공터가 대표적입니다.

스무 대 넘는 캠핑카와 카라반이 빽빽히 들어서 있고 곳곳엔 쓰레기 더미도 보입니다.

풀 옆에서 장작을 태운 흔적도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동네 주민들의 쉼터였다고 합니다.

[야적장 관계자 : 동네 사람들이 애들 데리고 와서 그냥 솔찬히 애들이랑 바람 쐬러 오고, 놀러도 오고 (했는데.) 아예 이제는 안 와.]

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야적장 관계자 : 구청에서 아무리 해도 안 되고 뭐 레커차를 불러도 안 오고 와서도 손을 못 대요. 구청에서는 저기가 없대. 근거가 없대.]

인천 서구청은 취재진에 "주차 금지를 뜻하는 황색 실선이 없는 구역이라 단속을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캠핑카 알박기 주차 문제를 해결하려고 법을 고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현장의 혼란은 여전합니다.

무엇보다 캠핑하지 않는 시민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지 않게 캠핑족들의 인식 개선, 그리고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작가 강은혜 / VJ 김수빈 / 영상편집 임인수 / 취재지원 장민창]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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