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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궁' 김지훈 "불붙은 검, CG 아니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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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궁' 김지훈 "불붙은 검, CG 아니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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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개혁 군주 이정 역으로 열연
"'귀궁',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 쏟아부은 작품"


김지훈이 '귀궁'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빅픽처이앤티 제공

김지훈이 '귀궁'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빅픽처이앤티 제공


'귀궁'은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장르 특성상 다채로운 볼거리가 등장한다. 불붙은 검 또한 그중 하나인데 배우 김지훈은 해당 소품과 관련해 CG가 사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불이 꺼지지 않게 하면서도 격한 움직임을 선보여야 했단다. 그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지훈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SBS 드라마 '귀궁'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7일 종영한 '귀궁'은 영매의 운명을 거부하는 무녀 여리와 여리의 첫사랑 윤갑의 몸에 갇힌 이무기 강철이가 왕가에 원한을 품은 팔척귀에 맞닥뜨리며 육신을 쟁탈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김지훈은 강성한 나라를 꿈꾸는 개혁 군주 이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귀궁'은 최종화 시청률이 11%를 기록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김지훈은 "시청률 가뭄의 시대인데 많은 분들이 봐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귀궁'의 인기를 일상에서도 체감하고 있단다. 김지훈은 "사람들이 최근작을 많이 안 본 상황에서는 '왔다! 장보리'를 잘 봤다면서 예전 드라마 얘기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귀궁'을 잘 봤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 밝혔다.

그는 이정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 가치관을 품고 잇었다고 했다. 캐릭터와 MBTI도 ISTJ로 동일하다고 생각했단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라는 점에서 닮은 듯 느껴졌다고 밝혔다. 심리학을 전공한 김지훈은 자신이 했던 공부가 캐릭터 분석에 무척이나 도움이 된다고 했다. "새롭게 만난 캐릭터는 제게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그 사람을 이해해야 하죠.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 캐릭터에 더욱 잘 공감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면에서 심리학이 도움을 줍니다."

'귀궁' 속 소품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다. 김지훈은 이 작품에서 불붙은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CG가 아니었다. 감독님께서 '우리는 CG를 많이 할 여력이 안되니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말씀을 주셨다. CG가 꼭 필요한 장면을 높은 질로 연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귀신들도 CG 없이 사람의 연기와 분장으로 표현됐다"고 밝혔다. 촬영 당시 가스관을 연결해 검에서 불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었단다. 김지훈은 "칼을 빨리 휘두르면 불이 꺼진다. 불이 꺼지지 않게, 그러면서도 격한 칼질을 하는 듯 연기해야 했던 게 어려웠다"며 웃었다.

김지훈이 '귀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빅픽처이앤티 제공

김지훈이 '귀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빅픽처이앤티 제공


함께 '귀궁'을 이끈 육성재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김지훈은 "리허설 하면 아이디어가 생기지 않나.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을 때 상대의 리액션이 다르다. 달갑게 받아주는 사람이 있고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 성재씨는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원하고, 스펀지처럼 흡수해 준다. 그래서 얘기해 주는 입장에서도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육성재의 이러한 면모 덕에 그와의 케미스트리가 더욱 잘 담길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윤성식 감독을 향해서는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감독님께서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극을 만들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연출자로서 좋은 고집이 필요할 때는 뜻을 밀고 나가신다"는 게 김지훈의 설명이다. 그는 "감독님 역시 힘드셨을 거다. 그런데 짜증 한번 내지 않으시고 따뜻한 현장을 만들어 주셨다. 덕분에 다들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지훈은 '귀궁'과 관련해 "내 나이에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귀궁' 덕에 배우로서 전반전을 멋있게 마무리한 듯한 느낌이 든단다. 그는 "전반전의 대부분은 그냥 열심히 달리기만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엉뚱한 곳에 가 있더라.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전반전의 마무리쯤 원하는 궤도에 안착하는 느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지훈이 '원하는 궤도'란, 자신이 잘한다고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 하고 싶은 작업을 하는 것이다. 김지훈은 "주말 드라마를 많이 할 때는 제가 하고 싶은 작품들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귀궁' 같은 작품은 저를 불러줄 생각을 하지 않았던 시기"라고 덧붙였다.

'중년 버전 차은우'라는 별명도 갖고 있는 그는 외모 칭찬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나이 들며 멋있어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지키려 애쓰며 스트레스 또한 많이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는 배우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믿는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힘든 점도 많았죠. 하지만 연기자가 하기 싫다거나 재미 없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 '김지훈라는 배우가 나오면 믿고 본다'는 평을 듣고 싶어요."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